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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메탈리카여, 영원하라

by 김민식pd 2013. 11. 29.

예전에 어떤 여배우가 올누드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지인이 물어봤단다. 혹시 노출로 인한 이미지 부담은 없는지. 그랬더니 여배우의 답.

"전요, 제가 제일 예쁠 때 모습으로 오래오래 남고 싶어요."

20대, 가장 아름다운 몸매 그 모습 그대로 기억되고 싶다는 여배우의 욕심,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를 봤다. 개인적으로 메탈리카 형님들을 좋아한다. 처음 내한 공연 때 가서 완전 반했었다. 넷이서 건반 하나 없이 저런 꽉 찬 소리를 만들어내다니 4인조 오케스트라가 따로 없구나. 더 놀랐던 건, 내한공연장에 온 모든 이들이 메탈리카의 노래를 싱얼롱 하고 있었다. 역시 한국 사람 화끈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다들 이렇게 미친듯이 좋아하는 멋진 모습. 그 장면에 메탈리카 형님들도 감동 받았단다. 내한 공연을 마치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올림픽 대로 상에서 잠실 주경기장 옆을 지나가다 물었단다.

"저긴 어딥니까?"

"올림픽 스타디움입니다."

"다음엔 저기서 한번 하시죠."

그래서 한국은 메탈리카 콘서트가 2번이나 이루어진 복받은 나라가 된 것이다. 올림픽 경기장 공연도 만족스러웠다. 비록 관객석을 풀로 채우지는 못했지만, 형님들이 또 오시면 또 달려갈 생각이다. 그런데 이분들이 이번엔 공연 실황 영화로 찾아오셨다. 당근 달려가봤다. 완전 감동이다, 젠장.

 

 

메가박스 코엑스 M2관에서 12000원 내고 봤다. 짠돌이 캐릭터인지라 요즘 상영관의 고급화, 별로 반기지 않는다. 화면 좀 키우고, 의자 팔걸이 만들고, 스피커 크게해서 표값 올리려는 속셈이지 머, 하면서 투덜거리는데... 음... 메탈리카 공연 실황은 정말 M2 ATMOS로 볼 만 하더라. 드럼 소리가 온 몸을 흔들어준다.

 

메탈리카가 직접 기획한 이 영화는, 공연 실황 편집 영상에다 약간의 스토리텔링을 더했다. '크로니클'의 주인공 데니 드한이 나와서 예의 그 인상적인 눈빛 연기를 보여준다. 그냥 공연 실황을 녹화만 하지 왜 굳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메탈리카 형님들이 기획한 팬 서비스다. 중간에 크게 공연장에 걸린 플래카드가 보인다. THANK YOU FANS.

 

영화를 보며 나오는데 누가 그러더라.

"라스 형님, 많이 늙어셨네."

라이브 실황을 봐서는 아직 메탈리카 형님들 짱짱하시다. 그래서 더 늙기 전에, 이런 공연 실황 녹화하신 거다. 음향 빵빵하고, 심지어 3D로도 찍었다. 역시 음향이 중요한 영화니 나는 3D보다는 ATMOS관람을 권해드린다. 젊어서 가장 예쁜 모습으로 누드씬 남기는 여배우처럼, 이분들 아직 연주 감각 살아있을 때 오래가는 영화 한 편 남기고 싶었던 거다. 그래서 제목도 Metalica through the never 다. '메탈리카, 영원을 넘어!'

 

영원을 꿈꾸는 사람은 무엇이든 만든다. 할머니가 된 여배우가 스크린에서 자신의 젊은 시절 올누드 장면을 보며 '요즘 남자 아이들도 저 장면을 몰래 찾아보며 흥분할까?' 하고 장난스레 웃고, 80대가 된 메탈리카 형님들이 공연 실황 영화를 집에서 보며 '요즘은 손이 곱아 저 소리가 안난단 말이지'하며 술을 들이킨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

30년 후, 늙어버린 내가 이 시절의 블로그를 찾아읽으며, '참 재미나게 살았네!'할 수 있다면, 남은 생에 미련은 없을 것 같다.

 

늙어서도 짱짱한 메탈리카 형님들을 보며, 다시 주먹 불끈! '블로그질, 열심히 해야겠어' 이게 내게는 영원으로 가는 길이니까.

형님들, 존경합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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