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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 블로그, 일일 방문자 1만명 넘기기

by 김민식pd 2012. 8. 6.

예전에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연출 시절, 다음 카페에 시트콤 사랑을 만든 적이 있다. 당시 조인성과 박경림 사이의 극중 사랑 이야기가 반응이 좋았는데, 팬들은 TV를 시청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인터넷 게시판이나 팬 카페을 찾아 시트콤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다음 카페를 열어 프로그램 모니터링도 하고, 시청자 소재 공모를 하기도 했다. 일일 시트콤 연출을 2년 반씩 동안 했는데 그동안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가 열혈 시청자들과 쌍방향 대화를 통해 좋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청춘 시트콤의 연출자는 항상 시청자의 반응을 살펴보아야 한다. 논스톱 시리즈는 신인 등용문이었는데 열 명 가까운 신인 배우 중 누가 호응이 있는지 아는 것이 프로그램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 반응이 좋은 신인은 로맨스를 만들어 밀어주고, 반응이 저조한 경우는 차근차근 캐릭터를 쌓아 장기적으로 투자한다. TV 연출의 기본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당시 배웠다.

 

논스톱이 끝나고 다음 카페 활동이 시들해졌다. 한때 회원수 1만명을 넘기며 게시글 1만건을 넘긴 카페였는데, 방송이 끝나고 열기도 사그라졌다. 사람들이 찾아오지도 않는 빈 카페를 혼자 지키는 대신 새로운 변화를 결심하게 되었다. 책과 영화를 즐겨보는데 평소 블로그를 통해 서평과 영화평을 접했다. 입소문 마케팅에 SNS를 많이 활용하는데, 나중에 새 드라마를 연출하게 되면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카페 주인에서 블로거로 전업했다.

 

막상 블로그를 만들었는데 초기에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심심했다. 영어 공부 방법이며, 여행 이야기며, 심지어 어린이를 위한 피디 스쿨까지 내가 아는 분야를 총망라했는데도 방문자 수가 늘지 않았다. 일일 방문자수가 평균 30명 정도였는데, 이러다 힘 빠져서 문 닫는 거 아냐?

 

열심히 해도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방법을 바꿔야 한다. 인터넷에서 블로그 방문자수 늘리는 법을 검색했다. 인기 검색어로 태그를 달아 트래픽을 유도하는 법, 제목으로 낚시하는 법, 다양한 방법이 나왔지만 가장 믿음이 가는 충고는 매일 꾸준히 글을 올리라는 말이었다. ‘그렇구나. 블로그도 부지런해야 잘 되는구나.’ 그래서 20117월 이후 매일 아침마다 한 편씩 글을 올렸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하루가 다르게 쑥쑥 숫자가 올라갔다. 하루 방문객 30명 꼴이었는데 글을 꾸준히 올린 몇 달 만에 300명 수준으로 올랐다. 재미가 슬슬 붙기 시작했다. 성과가 보이면 나는 목표를 상향조정하는 편이다. 그래야 도전하는 보람이 있으니까. 일일 방문자 1000명을 목표로 잡았다. 그런데 하루에 천 명을 어떻게 불러들이지?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하면서 배운 게 있다면,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시청자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이 보는지 알아야 시청자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공중파에서 저녁 7시대 청춘 시트콤이 사라진 이유는 시청층의 변화 탓이다. 10년 전 만해도 저녁 7시에는 10대 시청자가 주류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저녁 7시 시청률에서 10대가 사라졌다. 중고생들이 학교 수업을 마친 후, 곧바로 학원으로 직행하면서 10대 시청층이 사라졌다. 결국 7시 청춘 시트콤 대신 저녁 8시 가족 시트콤이 신설되었다. 프로그램 개편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간에 주 시청자는 누구인지 아는 일이다.

 

피디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시청자 분석을 하듯, 블로거로서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방문자 동향을 분석했다. 유입 키워드나 유입 경로도 통계 분석에 있어 중요한 자료였다. 글들 중에서 피디 스쿨이 반응이 좋았다. 피디 지망생들을 위한 특화된 블로그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방송사 공채 시즌에 맞춰서 취업 특강도 하고, 어린 학생들을 위해 추천 도서 목록을 올렸다.

 

블로그가 특성화되고 매일 포스팅(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했더니 꾸준히 방문자가 늘어났다. ‘언젠가 새 드라마 연출을 시작하고, 그 드라마가 뜨면 일일 방문자 1만명도 거뜬히 넘기겠는걸.’ 즐거운 상상에 키보드를 두들기는 손가락도 가벼웠다. 그런데, 인생, 참 재미있다.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풀리지 않는다. 새 드라마 홍보로 방문자 만 명 시대를 열려던 나의 블로그는 MBC 파업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전개를 맞이한다.

 

2012130일에 시작한 MBC 파업은 내 인생에도, 내 블로그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노조에서 편성 제작 부문 부위원장으로 일한 덕에 정직 6개월의 중징계도 받고, 두 번이나 구속영장까지 청구되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경찰서 유치장에 앉아 있으며 제일 먼저 한 생각은, ‘여기서 나가면 내일 블로그에 올릴 글은 하나 나왔군.’ 이었다. 구속 영장이 기각되고 나와서 올린 글( http://free2world.tistory.com/entry/저의-구속을-촉구한---검사님께-감사드립니다)이 화제가 되어, 꿈에 그리던 블로그 일일 방문자수 1만명을 넘겼다. 인생, 이렇게 아이러니하다.

 

블로그 방문자수를 늘리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블로그의 성격이 뚜렷해야 하고, 둘째 꾸준히 해야 한다. 그러면서 언젠가 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어쩜 블로거로서 사는 방식은 연출로 일하는 방식과 같다. 로맨틱 코미디 전문 연출가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고, 꾸준히 연출 경력을 쌓으며 언젠가 기회가 찾아오길 기다린다. 언제 어떤 기회가 올지 아무도 모르기에, 다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하늘이 내린 운명을 기다린다. 그게 인생을 사는 방식 인 것 같다.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외치지만, 항상 세상은 나를 겸허하게 만든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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