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가장 빨리 알아볼 수 있는 미디어는 트위터다. 트위터에 들어가 타임라인을 뒤져보면 사람들 사이에 핫한 이슈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나는 영화광이다. 1년에 100편은 본다. 매주 개봉작을 찾아 극장에 간다. 개봉작을 고를 때 중요한 것은 영화의 평판이다. 영화의 평판을 가르는 기준으로 나는 씨네21의 20자 평을 본다. 마찬가지로 트위터의 반응도 중요하다.

 

사실 블로그 영화평을 읽고 어느 영화가 재미있는지 아닌지 알아내기란 어렵다. 블로그 맛집 평가를 보고 이게 솔직한 글인지 광고글인지 알 수 없듯이. 순수하게 관객의 입장에서 쓴 글인지, 영화사 관계자나 특정 배우의 팬이 쓴 글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보고 나오는 커플들의 대화를 몰래 듣는 것도 별 소용없다. "영화 어땠어, 오빠?" 이때 남자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영화에 대한 솔직한 감상평이 아니다. 어떻게 대답하면 멋있어 보일까 하는 구라다. 아무리 지루한 영화라도, "야, 역시 *** 감독이야. 심오한 인생관이 그대로 드러나잖아?" 하며 자신의 저렴한 세계관에 쉴드를 친다. 그게 수컷들의 본성이다. 여자 역시 남자가 비싼 저녁 사고, 영화까지 보여주고 '어땠어?' 하고 물었는데, "정말 시간 낭비야, 돈이 다 아깝네." 이러지 않는다. "오빠 덕에 좋은 영화 봤어요." 이렇게 호박씨를 깐다. 그게 암컷들의 본성이다.  

 

영화에 대한 가장 솔직한 평을 듣는 방법? 최민식씨가 애용하는 방법이다. 최민식씨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개봉하면 몰래 극장에 간단다. 맨 뒷 줄에 숨어서 영화를 보다 끝나기 10분전에 먼저 일어나 화장실로 간단다. 칸 안에 앉아 문을 잠그고 숨어 있는단다. 곧 영화가 끝나고 남자들이 몰려온다. 그때 나누는 대화가 가장 진솔한 대화다. 

 

왜냐 수컷들끼리 굳이 정치적일 필요도 현학적일 이유도 없으니까.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처음 입에서 나오는 그 멘트가 가장 정확한 평이다. 생각을 깊이 하면 괜히 폼나는 멘트만 생각난다.

 

내게 트위터의 매력은 그것이다. 살면서 문득 떠오르는대로 140자로 표현하는 세상. 어찌보면 가장 진솔한 기록이다. 수정이 없다. 한번 날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그래서 때론 더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세상의 반응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곳은 트위터다.

 

 

찰나에 떠오르는 영감에 대해 더 궁금한 사람에게는 말콤 글래드웰의 '블링크'라는 책을 권한다. 창작자에게는 찰나의 영감이 소중하니까.

 

 

 

 

영화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나오면서 트위터 평으로 '별루닷!'하고 올렸다. 그러고나서 사람들을 만났는데, 의외로 영화가 참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어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 다음부터는 함부로 프로메테우스를 씹지 않는다. 특히 얼마전 남녀가 동석한 자리에서 어떤 녀석이 심오한 리들리 스콧의 연출관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걸 보고 더더욱 입을 닫고 지낸다. 나중에 남자들만 있을 때 한번 물어봐야겠다. '이봐, 정말 재밌었어? 난 맨인블랙 3가 훨씬 낫던데?'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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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 2012.06.27 07: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맨인블랙3 재미없었어요. 3D영환 첨이었는데,,, 것두 별로였고요

  2. ㅎㅎ 2012.06.27 0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댓글을 달고보니 의도와는 다르게 예의없게 느껴져서 다시 달아요...근데 정말 맨인블랙은 제 취향이 아니었거든요 ㅎㅎ

  3. 나비오 2012.06.27 0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생각엔 리들리스콧은 영상이 심오한 것이지 내용은 평이하죠 ㅋㅋ 만약에 리들리가 심오한 감독이면 유럽에 예술감독들은 신이겠지요. 우리나라의 특징인것 같아요 . 대강 심오해 보이면 대단한 거처럼 여겨지고 '진짜'는 천대받는 것 ,,

  4. 주르날리스트 2012.06.27 09: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프로메테우스는 보지 못했고 맨인블랙 보러 갔다가 때마침 두 개의 문과 시간 겹쳐서, 두 개의 문 봤어요. 보는 내내 충격적이었고 끝나고 나니까 머리가 멍해지더라고요. 우연히 시간대가 맞아서 멀티플렉스에서 본 것도 어찌 보면 행운이었네요. 안 보셨으면 추천합니다! 제3자의 눈에서 보는 용산참사가 더욱 진실성을 갖는 신기한 구성이었어요. 기존 다큐멘터리나 무비 저널리즘식 영화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5. mrdragonfly1234 2012.06.27 1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화가 재미있다, 재미없다라는 평은 원래 누구 옷이 나한테 더 잘어울리냐, 하고 묻는것 처럼 극히 주관적입니다. 나는 지금 된장국이 맛있는데 옆에 있는 친구가 자꾸 피자가 더 맛있다며 먹으라고 권유하면 마지못해 한입 먹어주는 척 할수는 있지만 (돈많은 친구라 가정하고, 아니면 잘생긴 친구라 가정하고) " 아, 이 친구가 피자를 먹으니 나도 피자를 먹어야겠구나" 하고 말한다면, 좀 뭐랄까... 왜 그래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싶어집니다..

    옛날에 제 친한 대학친구 하나가 술을 아주 좋아했었습니다. 같이 모이면 막걸리나 소주를 마시곤 했는데, 어느날 또다른 친구집에 같이 초대되어 가보니 조니워커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저 양주인가 보다 하며 처음 마셔보는데, 그다지 맛이 있다는 느낌은 없었는데, 그 친구는 유난을 떨며 계속 들이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뭔가 혼자 중얼중얼 거리면서 .....

    가만 들어보니,,, "아, 맛있다, 맛있다, 아, 맛있다, 맛있다..." 이렇게 혼자서 자기최면을 걸듯 중얼중얼 거립니다.

    "야, 너 머하냐?" 하고 집주인 친구가 묻자, " 응, 이맛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룸싸롱 갔을때 양주 나오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감별능력을 기르려고..."

    꼭 어떤 영화가 평이 좋다고 하는 선입견을 잣대로 하여 나의 영화관을 거기에 맞추어 나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마는, 김피디님의 블로그를 읽기 시작한 뒤부터 (두달?) 좀 기분을 바꾸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김피디님은 드라마를 만드시는 입장이므로 자신이 즐길수 있는 영화보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영화에 관심이 있으실줄로 압니다. ) 저도 이제 부터는 제게 재미있는 영화보다도 대다수의 남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영화에 좀 관심을 가져볼까 합니다.

    • 김민식pd 2012.06.29 06: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친구분의 감별법, 재밌습니다. 한국에서 가짜 양주가 판치는 이유는 하나죠. 비싼 양주도 폭탄의 재료일뿐이니 향이나 맛을 음미할 수 없죠. 게다가 얼콰하니 취한 상태라면야... ^^

  6. [인터넷방송] CIBS 코난방송국 2012.06.27 23: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연가시 시사회에서 기대하고 봤는데 그 기대 무색해했어요....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