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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PD, WHAT?

by 김민식pd 2011. 4. 18.
PD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PD, WHAT?

PD는... 모든 것을 해야하는 사람이다.
Everything...
진짜 모든 것을 한다고? 에이, 설마...


"아빠, 언제 와?"

우리 집 둘째 딸 민서(5살)다. 내가 드라마 촬영할 때면 항상 전화해서 이렇게 묻는다.
"아빠, 언제 와?" 내 대답은 늘 똑같다. "오늘 집에 못 가."
드라마 연출시에는 하루 2시간을 차 안에서 자면서 생활하는 나를 보고
큰 딸 민지(11살)가 참다 못해 묻든다.
"아빠랑 일하는 사람들도 밥먹고 잠은 잘거 아냐. 그때 아빠도 집에 와서 잠자면 되잖아." 
난 이렇게 설명해준다.
"글로리아 보면 배두나랑 이천희랑 소이현이 나오지?
배두나가 촬영끝나면 배두나는 집에 가서 자. 그때부터 아빠는 이천희랑 찍어.
이천희 끝나면 소이현이 기다려... 촬영하는 내내 아빤 잠을 잘 수 없어.
촬영이 끝나면 카메라 감독은 집에 가서 자. 근데 아빠는 촬영한 거 들고 편집실 가야 해.
편집을 보고 아빠가 오케이를 해야 편집기사가 잠을 자거든?
편집 오케이가 나면 아빤 음악 감독을 찾아가. 그래서 음악을 모니터 해야 돼.
끝나면 작가님을 만나. 그래서 대본을 오케이 해야 돼. 대본이 나오면 다시 촬영이 시작돼."

정말로 PD는 모든 일을 한다. 내가 모든 일을 직접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오케이를 하지않으면 일이 다음 단계로 진행되지 않는다.

PD does Everything?

처음 입봉했을 때, 이것은 큰 괴로움이었다.
잠을 못 자는 건 괴롭지 않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밤을 샐 수 있다는 것도 복이라고 생각하니까.
다만 나 혼자서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건 괴로움이었다.

내가 천재도 아닌데, 어떻게 대본을, 촬영을, 연기를, 다 알 수 있어?
(특히나 나는 공대에서 암석역학을 공부했고, 첫 직장에선 영업사원으로 일했고,
그후엔 영어 통역사가 되었으니, 언론사 스터디는 커녕 연출을 준비한 기간도 없었다.)

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는데, 모든 것을 해야하는 딜레마... 여기에 빠져 있을 때,
그때 내게 문득 깨달음을 준 작품이 있다.


 바로 슬램 덩크!

이 만화는 걸작이다. 명작이다. 명작과 고전의 특징을 아시는가?
몇 번을 봐도 재미있다. 그리고 볼 때 마다 새로운 깨우침을 준다.

내가 천재도 아닌데 어떻게 대본, 연기, 촬영을 혼자서 다 알 수 있어?
라는 연출가의 딜레마에 빠져 내가 고민하던 시기, 난 서태웅을 만났다.



슬램덩크의 최고 천재다. 그리고 혼자서 팀을 이끌어야 한다는 숙명을 짊어진 자이다.
그런 무거운 짐을 지고 고민하는 그에게 윤대협이 들려준 말이 있다.


농구란 5명이서 하는 거다. 1대 1, 단독 드리블로 골을 만들 수도 있지만 패스할 수도 있어.
네가 다른 동료 4명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난 네게 지지 않아.

그렇다! 난 여기서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이유는 없다.
내가 대본에 대해 모를 때는 작가에게 물으면 되고,
배우가 연기에 대해 고민할 때는 기꺼이 내 의견을 들려주면 되고,
촬영을 할 때는 전문가인 카메라 감독에게 최고의 앵글을 부탁하면 된다.

PD는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PD를 도와주려고 기다리고 있다.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하려고 하지 말라.
단독 드리블로만 해서 이기는 농구 경기는 없다.
연출은 팀 플레이다. 모든 것을 모두의 도움을 얻어 하는 일이다.

PD does Everything...
with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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