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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의 경제 공부

경제 공부가 어려운 이유

by 김민식pd 2025. 7. 3.

트레바리 독서 모임에서 <월급 절반을 재테크하라>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멤버 한 분이 후기에 이런 글을 올렸어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약간의 의심(?)이 있었다. PD 출신 작가가 쓴 재테크 책이라니, 의심 반 궁금함 반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읽을수록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단순한 돈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인생을 바라보는 철학과 태도가 더 깊게 담겨 있어서, 한줄 한줄 곱씹으며 읽게 되었다.’

처음 재테크 책을 쓰기 시작할 때는 부담백배였어요. 저랑 15년째 일하고 있는 출판 에디터의 제안으로 쓰기 시작했는데요. '피디님, 저는 피디님만의 돈에 대한 철학을 꼭 책으로 내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꼬임에 넘어가 막상 쓰다보니, 이게 쉽지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저의 경제 철학은 세상의 흐름과 사람의 욕망에 반대로 가거든요.

지금 세상의 흐름은 재테크를 열심히 하라, 좋은 종목을 찾아서 미장(미국 주식장)이든, 코인이든 빨리 사라. 뭐 이렇고요. 개인의 욕망은, ‘돈이 있다면 지금 당장 써라! 인생 지금밖에 없다.’ 뭐 이렇거든요. 인류 역사상 수십만 년 동안 우리는 그날 벌어 그날 쓰면서 살아왔는데요. 문제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고령화의 시대가 왔다는 거죠. 장수하는 시대, 노후대비를 하는 방법은 무조건 절약과 저축밖에 없는데... 이걸 이야기하면 꼰대의 잔소리가 되는 거죠... 

책을 쓰면서 생각했어요. 이 책, 별로 인기는 없겠구나... ㅠㅠ 그럼에도 써야했어요. 왜?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50대에 회사를 나와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유는 20대부터 아끼고 모은 습관 덕분이거든요. 이 좋은 걸 사람들에게 권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거죠.

피디로 일하면서 몸값이 비싼 분들과 일을 했어요. 톱배우의 경우, 출연료가 상당하고요. 인기가수는 행사를 뛸 때 시간당 어마어마한 돈을 받습니다. 많은 돈을 버니까 행복할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시간의 가치가 너무 올라버려요. 하루 일하면 내가 이렇게 많이 버는데, 그 시간에 딴짓할 여유가 있나? 해서 매일 바쁘게 일을 다닙니다. 일만 하면 돈이 들어오니까요.

돈은 많이 버는데, 정작 쓸 시간은 부족합니다. 그러니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써서 여가를 즐기게 됩니다. 개그맨이 도박에 빠지고, 배우가 프로포폴에 중독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놀지 않고 일만 하잖아요? 어지간한 놀이로는 자극이 안 됩니다. 잠을 줄여가며 돈을 벌잖아요? 막상 자려고 해도 이제는 잠이 안 와요.

그래서 저는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적당히 벌고 쓰는 연습이 필요해요. 연금을 모아두면, 마음이 편해져요. 내가 일을 할 때만 돈이 들어오는 사람은 일을 쉴 수가 없는데요. 일하지 않아도 일정 수입이 계속 들어온다고 생각하면 일을 줄이고 여가를 즐길 수도 있고요. 일은 꼭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거든요.



우리는 책을 왜 읽을까요?
새로운 정보를 얻어 내 생각을 바꾸기 위해서일까요?
아니면 나의 생각이 옳다는 신념을 얻기 위해서일까요?

전자이면 좋겠지만, 후자일 가능성이 더 큽니다.
저는 울산에서 자라고 첫 직장 생활을 부산에서 했어요. 1992년 당시 부산에서 단독주택 2층 전세의 경우, 방2칸 독채가 고작 전세 2000만원. 즉 1년치 연봉이면 구할 수 있는 정도였어요. 2년 동안 일하니까 전세금은 모으겠더라고요.

그러다 서울로 올라왔어요. 와, 집값이 몇 배가 오르더군요. 저는 서울의 집값이 너무 과도하게 비싸다고 느꼈어요. 인구는 줄어든다는데 집값이 계속 오르는 게 말이 되나? 그래서 저는 부동산 폭락론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의 책을 계속 읽었습니다. 그런 책을 보면 곧 집값이 떨어지고, 그때 가서 헐값에 사는 게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2013년에 아파트를 팔고 전세로 옮겼는데요. 그후로 집값이 떨어지기는 커녕 몇 배가 올랐어요. 떨어진 곳도 있지요. 지방의 인구 소멸 지역이요. 하지만 그런 곳의 집은 투자 가치가 없어요. 앞으로 갈수록 더 떨어질테니까요. 결국 앞으로 집값이 오를 곳은, 이미 비싼 곳이더라고요.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알더라고요. 1970년대 이래 서울의 집값이 어떻게 고공행진을 했는지. 그래서 그들은 집을 사면 파는 일이 별로 없더군요. 부동산 불패 신화를 몸으로 겪은 이들이니까요. 나중에 깨달았어요. 사람의 사고는 자신의 살아온 환경과 경험 안에서만 결정되는 구나. 이걸 벗어나야 안목과 시야가 넓은 사람이 되는데요. 그 방법 중 하나는 독서입니다. 나의 생각과 다른 책을 읽어, 저자의 생각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이지요.

이게 쉽지가 않아요. 남에게 설득당하는 건 힘든 일이거든요. 차라리 나의 믿음을 강화하는 게 마음이 편하지...

재테크 책을 쓰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저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다양한 책을 읽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보와 지식을 끌어모았습니다.

책을 내고 보니 여전히 부족하고 부끄러운데요. 책을 쓰는 과정에서 돈 공부를 할 수 있어 좋았어요. 트레바리에서 제가 읽고 인용한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어 더욱 좋고요.

독서 모임 덕분에 저의 경제 공부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어요. 계속 되는 공부는 다시 블로그에서 글로 공유하겠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트레바리 멤버 여러분도 감사하고요, 블로그에 찾아와 저의 생각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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