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의 일상은, 알고보면 하루 하루 축제의 연속입니다.

영화광으로서 나는 늘 영화제를 꿈꿉니다.

부산영화제가 열리면, 부산으로, 부천영화제가 열리면, 부천으로, 전주영화제가 열리면 전주로.  

아, 매일 매일이 영화제라면 얼마나 좋을까!

 

(작년 부천영화제에 온 코난과 함께!)

 

 

매일 매일이 영화제이기를 바라는 나의 꿈, 유튜브 덕에 현실이 되었어요.

 

요즘 짬만 나면, 나는 유튜브에 들어가 검색창에 short film award라고 칩니다.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단편 영화들이 주루룩 뜹니다. 그 중 조회수가 가장 많은 영화를 선택합니다. 영상을 관람하고, 마음에 들면 관련 동영상을 보거나, 올린 사람의 다른 영상을 봅니다.

 

저는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나 부산 영화제에 가서도 장편 영화보다 단편선을 좋아합니다. 장편은 선택 한번 꽝나면 2시간을 버리지만, 단편은 8개 중 한 두개는 꼭 건지거든요. ^^ 실험 정신이 가득한 단편 영화를 보는 것은 연출 감각을 벼리는 좋은 기회지요. 영화제 단편 영화 관람, 드라마 피디 지망생들에게도 권합니다. (피디 준비, 정말 행복한 과정 아닌가요? 법전을 외울 필요가 있나, 해부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나, 그냥 소설보고 영화 보는 게 시험 준비라니!!! 정말 행복한 직업입니다.)

 

유튜브에서 먼저 만난 작품을 영화제에서 뒤늦게 볼 때도 있어요. 영화광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던 '살인의 막장'! 단편 영화가 히트하자, 리처드 게일 감독은 속편을 만들어 작년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장편처럼 모아서 리처드 게일 특선으로 상영했지요. 보시면, 딱 피판(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정서에요! 하드코어 막장인 척 하면서 알고보면 슬랩스틱 코미디!^^ 스푼 살인마의 끈기를 보며, 저도 한 수 배웁니다. 유튜브로 영화를 즐기려면 때로는 끈기가 필요해요. 스트리밍의 압박을 견디려면~^^  이렇게 단편 영화제에서 히트한 작품을 모아서 극장 개봉하고 감독 데뷔한 사람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류승완 감독이었죠.  

 

 

단편 영화 도전, 감독에게도, 배우에게도 최고의 데뷔코스입니다.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를 보며 배우 정유미의 매력에 감탄했더니, 누가 정유미의 진정한 매력은 그녀의 단편 데뷔작 '폴라로이드 작동법'에서 느낄 수 있다더군요. 유튜브에서 찾아봤습니다. 있더군요! 유튜브, 역시 지상 최대의 영상 아카이브!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되새기고 싶다면, 극장에 가서 '건축학 개론'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안된다면... 사무실 한 켠에서 5분만 시간을 내어 아래 단편 영화를 보시는 걸로 퉁치세요. '폴라로이드 작동법', 이 영화 한 편으로 정유미는 독립영화계의 여신으로 등극합니다. 미장센 단편 영화제에 가보면 유난히 그녀가 주연한 단편 영화가 많아서 왜 그런가 했더니, 독립 영화 감독들이 그녀를 사랑할 만 하군요.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를 오가며 연기를 갈고 닦는 배우, 정유미씨의 자세를 칭찬하고 싶어요.

 

 

오디션을 찾아오는 배우 지망생들이 출연 기회가 없다고 아쉬워하는데요. 사실 저같은 드라마 연출들은 오히려 신선한 배우가 없다고 아쉬워합니다. 기획사 매니저에게 프로필만 맡겨두고 이제나 저제나 연락오기만 기다리기 보다, 저예산 독립 영화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연기를 .익힐 것을 권합니다.

 

요즘 영화계의 대세, 하정우의 출세작은 장편 독립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입니다. 신예 윤종빈 감독의 대학 졸업작품이었죠. '용서받지 못한 자'로 자신의 가능성을 알린 하정우, 그가 다시 윤종빈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가 올 상반기 최고 흥행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입니다. 자신을 주연 데뷔시킨 감독을 믿고, 그에게 자신을 맡기는 모습! 캬하! 정말 멋진 남자입니다, 하정우. 그러고보니 요즘 뜨는 신인 배우, 이제훈씨도 '파수꾼'이라는 독립 영화에서 감독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케이스죠.

 

아이디어도 얻고, 좋은 영화도 보고, 신인 배우도 발굴하고! 영화제 나들이, 드라마 감독에게는 중요한 일의 연장이랍니다. 드라마 피디가 되면, 회사에서 출장비를 받아 영화제를 찾아다니실 수 있어요! 말그대로 영화광들에게는 신의 직장이죠!

 

'난 영화제 간다고 출장비가 안나오는데? 시간도 없고...' 걱정마세요. 요즘 영화제는 온라인 상영도 합니다. 홍콩 모바일 영화제 보려고 홍콩 가지 않아도 되요. 집에서, 사무실에서 짬짬이 보면 돼요. 참 편리한 세상 아닌가요? 모바일 기기, 아이폰이나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화, 디카로 찍은 영화를 보시며 여러분도 영화 감독의 꿈을 키워보시길! 올해 수상작 중에는 제작비가 180만원 밖에 안 든 작품도 있어요~

http://www.hkimfa.com/2011/finallist.php

 

연기를 공부하는 사람, 연출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

모두 일상에서 즐기는 유튜브 단편 영화제로 그 꿈을 키워보시기 바랍니다.

오늘 마지막 영상은 제가 최근에 본 단편 중 최우수 작으로 꼽는 영화랍니다.

제목은, Sign language.

 

자막이 없어 간단하게 설명해드릴게요. 남자의 독백으로 영화는 이루어져있습니다.

"저는 거리에 서서 광고판을 들고 가게를 홍보하는 일을 합니다. 오늘이 저의 마지막 출근일입니다. 내일부터 저는 다른 일을 하거든요. 저의 직장 동료들을 소개합니다. 저기 길 건너에서 팜플렛을 나눠주는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음... 오늘이 그녀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입니다. 아쉽군요... 그녀에게 말 한 번 못 걸어보고 이렇게 헤어진다는게... 오랜 시간 길에 서서 동료들과 함께 일했지만, 그들은 알까요? 오늘이 내 마지막 출근일이라는걸?"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멋진 반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봄입니다.

사랑하기 참 좋은 계절이죠? ^^ 

극장가서 데이트할 시간이 없다면, 지금 당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단편 영화제를 시작하세요.

인생은, 알고보면 축제의 연속이니까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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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운 영상이네요 2012.04.05 0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번째 건 패쓰했고 폴라로이드 작동법 색감도 예쁘고 스토리도 예쁘네요. Sign language는 너무 좋은데요. 메시지에 뭉클하네요. love actually 속 그 연인처럼 이 사람들 뒷얘기는 뭘까 궁금하면서... ^^
    인상 깊은 광고 한 편 본 느낌? 자막이랑 경력 소개 만큼 짧은 단편영화는 언제나 긴 광고 본 거 같아요.
    전도연 맥주광고요, 신승훈 가잖아 삽입된... 하이트? ㅋㅋ 그 광고 참 좋아했는데 딱 그 느낌?
    소감문이나 쓰고 다니는 저라서 또 소감문 남기네요! 덕분에 예쁜 영상 잘 봤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김민식pd 2012.04.07 06: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즐기고, 비평하고, 만든다... 소감문을 쓰는 다음 단계가 직접 만드는 단계라는... 그동안 많이 보신 것이 어느 순간 본인의 공력이 되어 나온다는~^^

  2. 나비오 2012.04.06 0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피디님 빨리 뭔가를 만드시는 작업을 하셔야 할텐데,
    너무 오랫동안 유투브만 보시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요 ^^::

  3. 김정훈 2012.04.13 14: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폴라로이드작동법 정말 재밌게 본 단편영화에요! 인터넷 글 중에 김종관 감독을 누군가 한국적 감성의 소유자라고 한 글이 있었는데 5~6분의 러닝타임, 제한된 공간 내에서 감성을 이끌어내는 이 영상에 참 감동받았습니다. 배우 정유미의 눈빛 연기, 그 우물쭈물 어색해하는 입술까지 너무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초정도의 블랙화면이 저에겐 크게 다가왔네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