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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연출 훈련, 많이 보고 다시 보고

by 김민식pd 2012. 4. 3.

드라마 연출로 먹고 살지만, 난 한번도 영상 연출에 대해 배운 적이 없습니다. 학교 전공을 한 적도, 아카데미를 다닌 적도, 관련 수업을 들은 적도 없어요.

 

어느날 문득 피디가 되고 싶어 지원했다가 덜컥 MBC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조금 불안했지요. '영상 문법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어떡하지?'

저는 인생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딱 한가지만 생각합니다. '양질 전환의 법칙'

양적 축적이 질적 변화를 가져온다.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고, 영상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친듯이 많이 보는 사람 따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에 대해 아는 건 없지만, 보는 건 누구 못지않게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최고의 교실은 MBC 8층 자료실이었습니다.

 

수만장의 씨디와 수천장의 디브이디, 수천장의 레이저디스크 영화가 있는 곳!

입사하고 6개월간 수습을 하며, 이곳에서 매일 3편의 영화를 빌려 봤습니다. 점심 시간에 가서 보고, 퇴근하고 저녁에 집에 가서 보고... 

 

하루에 3편씩 보면서, 영화 일기를 썼어요. 좋은 영화에는 등급을 매겨 꼭 다시 봤습니다.

예전에 독서의 방법에 대해 이런 충고를 들었어요.

 

젊어서는 다독하여 취향을 찾고

나이 들어서는 정독하여 기술을 연마하라.

 

영상 문법을 공부할 때도 똑같습니다.

젊어서는 다양한 영화와 영상을 보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반복해서 보며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한번 본 영화는 내 것이 아닙니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줄거리 쫓아가기 바쁘거든요. 영화는 두번 정도 봐야, 작가의 숨은 의도가 보입니다. 세번째 보면, 감독의 앵글과 노림수가 보이지요.

 

영상 문법을 단련하는 방법, 처음에는 무조건 많이 봐야합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만들고 싶은 것을 찾아야합니다. 찾은 다음에는 그 영화만 반복해서 여러번 봅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에는 어떤 요소들이 들어가 있는지 꼼꼼하게 분석합니다. 여러번 보다 보면 어느새 흉내내고 싶어집니다. 그럴때는 내 식대로 만들어봅니다.

 

예전에는 이런 과정이 소수의 전유물이었죠. 퀜틴 타란티노 감독은 비디오 가게 점원으로 일하며 다양한 영화를 섭렵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습니다. 스필버그 감독은 어린 시절 선물받은 슈퍼 8미리 카메라를 갖고 놀며 자신만의 영상문법을 완성시킵니다. 나도 '남자셋 여자셋' 조연출을 하며 다양한 장면을 찍은게 단련과정이었습니다. 선배가 연출하는 모습은, 2주간 촬영 쫓아다니며 본 게 다였습니다. 2주후에는 '이제 네 식대로 찍어봐.'하고 바로 시키더군요. MBC 입사가 내게는 최고의 아카데미였어요. 

 

요즘 나는 더이상 MBC 8층 자료실을 찾지 않습니다. 파일 공유 사이트에 가면 보고 싶은 영화는 다 있으니까요. 미래의 타란티노는 굳이 비디오 가게 점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지간한 영화광은 이미 자신의 외장 하드에 수천장의 영화를 보유하고 있을테니까요. 굳이 소장하지 않더라도 영상을 볼 방법은 많지요. 

 

미래의 영상 세대는 유튜브에서 만들어질 것입니다. 유튜브는 세계 최대 영상 아카이브니까요. 많이 보는 것, 어렵지 않아요. 유튜브만 활용하면 되요. 많이 보다가, 내가 좋아하는 장르나 제작자를 찾으면 관련 동영상을 찾아 보면 특정 장르의 영상 문법,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메이킹 영상도 찾아서 따라해 봅니다. 스마트 폰으로 영화찍기, 유튜브에 뒤져보면 방법은 다 나옵니다. 유튜브, 활용만 잘하면 최고의 영상 문법 아카데미입니다.  

 

유튜브, 일단 많이 뒤져 보세요.

그런 다음 반복해서 보세요. 

내 것을 찾고, 내 것을 만들면 됩니다.   

영상 문법 공부, 어렵지 않아요.

영화 감독,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정말 멋진 신세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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