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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로 미래의 커리어를 준비하라

by 김민식pd 2012. 1. 14.

나이 마흔살에 드라마 피디가 되었는데 가끔 사내에서 이런 소문이 들린다. '어차피 드라마는 태반이 외주제작이다. 굳이 드라마 피디들 월급 주고 데리고 있을 필요 있나? 그냥 모든 드라마 피디를 내쫓고 외주로 돌리자.'


나는 둘째 딸을 마흔 살에 얻었다. 완전 늦둥이다. 나는 사무실 책상에 둘째 돌 사진을 붙여놓고, 힘들때마다 아기 얼굴을 쳐다본다. '아빠는 오늘도 너를 생각해서 참을 것이다." 그러고는 퇴짜 놓은 연기자 매니저에게 비굴하게 다시 매달린다. "송실장님, 왜 이러세요. 저 한번만 살려주시는 셈 치고 출연 좀 고려해주세요." 나는 MBC에서 정년 퇴직때까지 버텨도 딸이 대학을 못간다. '민서야, 오늘도 아빠는 너를 생각하며 꿇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국이 없어진다니...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비굴하게 다시 예능국으로 달려 갈 것이다. "선배님! 제가요, 드라마국에 가서 많이 배웠거든요? 다시 시트콤 시켜주시면 정말 잘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랬더니 예능국도 외주화될 가능성이 있단다. 그럼 나는 편성국으로 달려갈 것이다. 예전에 6개월 정도 편성에 파견 근무한 적이 있다. "예능과 드라마를 다 해 본 연출, 드뭅니다. 다양한 제작 현장을 경험한 제가 편성의 적임자 아니겠습니까?" 만약 편성에서 안 받아주면? 대외협력국으로 달려갈 것이다. "제가요, 원래 통역사 출신이거든요? 영어도 하고, 일어도 좀 됩니다. 해외 시장에서 MBC 드라마 판매의 최전선에 서겠습니다." 안 받아주면? 광고국에 달려갈 채비가 다 되어있다. "제가요, 원래 첫 직장은 한국 3M이거든요? 거기서 영업했습니다. 저처럼 영업 마인드가 투철한 피디도 없다니까요? 광고 영업, 맡겨만 주십시오!" 나는 정년 퇴직할 때까지 MBC에서 일하는게 목표다. 민서를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늦둥이 아빠의 자세란 이런 것이다.



물론 비굴하게 비는 것 말고도 내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건 있다. 그건 바로 소셜 미디어에서 활발한 활동이다. 왜? 내 생각에 커리어의 미래는 소셜 미디어에 있다.


'메가트렌드 코리아'에 따르면 미래의 커리어는 5가지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1. 노동 중심에서 지식 중심으로. 2. 고정된 직장인에서 유목적 직업인으로. 3. 전파적 교육에서 상호작용적 학습으로. 4. 노동과 여가, 분리에서 혼융으로. 5. 순차적 생애에서 복선적 생애로.


소셜 미디어에서 노는 사람은 위의 5가지 변화가 전혀 두렵지 않다. 블로거의 삶이 무엇인가? 노동을 나누기보다 지식을 나누는 삶이다. 블로거라는 것 자체가 직장인이라기보다 자유 기고가다. 그리고 노동과 여가는 이미 혼재되어 있다. 블로그란 것이 놀면서 하는 것인데, 하다보면 은근히 일이다. 자기 공부도 된다. 무언가 배우지 않고 끊임없이 글을 쏟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식을 나누고 전파하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로 온라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소셜 라이프를 즐기는 삶, 21세기가 요구하는 직업인의 자세다.


청소년기에 배워서, 중년기에 일하고, 노년기에 쉬는 삶. 앞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나이에 관계없이 쉼없이 배워야한다. 세상은 계속 변하고 수명은 계속 늘어난다. 배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즐기고, 즐기면서 가르쳐야한다.


내가 앞으로의 커리어 변화를 준비하는 방법은 하나다. 소셜 미디어다. 만약 언젠가 내가 회사에서 관리자의 역할을 맡게 된다면 난 이렇게 나를 소개할 것이다. "저는 준비된 관리자랍니다. 회원 만명에 육박하는 다음 카페를 10년동안 관리했거든요." 그게 뭐 대단한거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해보셨나요? 회원 1만명 관리?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만약 회사에서 뉴미디어에 관련한 어떤 자리가 생긴다면 나는 이렇게 인사부에 어필할 것이다. "저는 준비된 인재입니다. 소셜 미디어에 대해 매일 블로그에 글을 하나씩 올리며 자발적으로 연구해 왔습니다. 제 블로그를 확인하시면 됩니다."


나중에 늙어서 정년 퇴직하면, 한류 드라마를 관광 상품에 연계하여 관광 한국의 입지 강화에 이바지하고 싶은 소박한 꿈이 있다. 그때가 되면 한국 관광 공사에다 나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낼 것이다. 'K-Drama 101이라는 영어 강의를 유튜브에 올린지 20년입니다. 2025년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전세계에 있는 제 유튜브 구독자 3만명을 한국에 초청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싶은데요."


퇴직 후, 나의 꿈 중 하나는 30년간 연출하며 배운 노하우를 가지고 후진 양성에 힘쓰는 일이다. 실제로 나의 블로그 '공짜 피디 스쿨'을 보고 학교에서 강의 요청이 오기도 한다. 나의 블로그는 나의 퇴직 후, 최고의 이력서가 될 것이다. 그것을 위해 나는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글을 올린다.


여기서 포인트! 절대 노후가 두려워서 하는 게 아니다. 그냥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다. 무엇이든 그래야한다. 지금 즐겁지 않은 일은 미래에도 즐겁지 않다. 아무리 소셜이 대세라고 해도, 소셜에서 노는게 즐겁지 않다면 하지 마라. 그런데, 한가지. 무엇이든 정말 열심히 해보지 않고서는 참 맛을 모른다. 그러니 일단은 열심히 해보고 볼 일이다.



한나라당에서 앞으로 국회의원 공천심사를 할 때 SNS활동실적을 반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에 무릎을 쳤다. 'SNS활동, 나도 정말 열심히 하는데! 아깝네, 한나라당에서 부를 일이 없으니... ' 정치인도 소셜 미디어에 능한 사람이 유리한 세상이다. 소셜 미디어, 열심히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학교 1학년 때 영어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급훈을 정한 적이 있다. 그때 내가 낸 표어가 선정되어 25년이 지난 지금도 동아리 방에 가보면 1987년에 내가 지은 표어가 걸려있다.


"꾸준한 오늘이 있기에, 내일은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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