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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살다 보니 이런 일도!

by 김민식pd 2018. 10. 5.

예전에 <뉴논스톱>을 만들던 시절, 가끔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어요. 행인으로 나온 적도 있고요,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는 손님이나 필리핀 현지인 악사로 나온 적도 있어요. 조인성 박경림 결혼식의 사진사로 출연하기도 했고요. <뉴논스톱>을 만들 때 저의 연출관은 '놀 듯이 즐겁게 만들자'였어요. 시트콤 피디는 모니터 뒤에 앉아 근엄한 표정으로 웃기는가 안 웃기는가 검사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들과 함께 현장에서 노는 사람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종종 카메라 앞에 서서 연기를 했는데요. 그때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감독님, NG! NG에요!"라며 심하게 즐거워 했지요. 아내는 그 시절, TV에 나와 촐랑거리는 제 모습을 보고 일침을 놨어요.

"제발, 조인성이랑 한 화면에 잡히는 건 피하자. 응? 자학 개그도 그건 너무 심하잖아?"


드라마로 옮긴 후, 출연은 자제하고 있습니다. 시청 흐름을 방해할까봐 감히 나서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엉뚱하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어요.  

영화배우 한예리씨와 남산 둘레길에서 여행에 대한 수다를 나눠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막바지 촬영 무렵, 예능 PD 후배에게 연락이 왔어요. 

"선배님, 드라마 연출 끝나면 예능에 출연해주세요!"

한참 바쁠 때라, 알았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겁이 덜컥 나더군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라니, 내 공력에 이게 가능할까?


드라마 끝난 후, 예능 프로그램 회의실로 갔어요. 후배에게 출연이 힘들 것 같다고 털어놓으려고요. 거절의 의사를 표하려고 문 앞에 서서 호흡을 가다듬는데, 제작회의실 문 앞에 붙여놓은 프로그램 제목이 눈에 들어왔어요. 

<토크 노마드 - 아낌없이 주도록>

제가 제일 좋아하는 2가지가, 즐거운 수다 (토크)와 방랑 (노마드)인데, 이 둘을 합해놓은 프로그램이라... 출연진은 김구라씨에 영화 평론가 이동진, 카피라이터 정철, 예능인 남창희씨였어요. 이동진 평론가와 정철 선생님은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책을 쓴 작가님들이기도 하고요. 내가 평소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여행지에 가서 즐거운 수다를 떨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수 있을까?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요. 담당 피디가 그러더라고요. 

"선배님이 쓰신 책에서 서울 둘레길 여행 다니는 대목, 재미있었어요. 나오셔서 서울 여행의 매력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생각해보니, 지난 7년간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한 이야기 중 하나가 여행이에요. 지금 쓰고 있는 책의 주제도 여행이고. 갑자기 자신감이 샘솟습니다. 혼자 블로그에서 글로 쓴 이야기를 방송에서 고시랑고시랑 수다 떨면 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 그래서 염치 불구하고 출연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녁 제가 TV에 나옵니다.

저녁 8시 40분 MBC, <토크 노마드 - 아낌없이 주도록>

여행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노하우, 아낌없이 다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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