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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마틴 맥도나 감독 이야기

by 김민식pd 2018. 3. 22.

지금 극장가에는 아카데미 수상작들이 줄지어 걸리고 있어요. 2주전엔 <셰이프 오브 워터>를 보고, 지난주엔 <쓰리 빌보드>를 봤어요. 이 영화가 각본상을 놓친게 좀 아쉽습니다. <겟 아웃>도 재밌지만, 각본상을 탈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영화 <쓰리 빌보드>를 보고 난 후, 만나는 사람마다 "혹시 '쓰리 빌보드' 봤어요?"하고 묻습니다. 본 사람이 없 영화 평을 뒤지고 있어요. 직접 <쓰리 빌보드>의 평을 쓰려다 페이스북에서 송원섭 님이 쓰신 글을 보고 포기했어요. 더 잘 쓸 자신이 없어서... ^^


쓰리 빌보드가 작가 지망생들에게 미칠 영향은?

http://fivecard.joins.com/m/1382


송원섭님은 마틴 맥도나 감독이 작가들 기죽이려고 대본 쓰는 사람이라고 하는군요. ^^ 공감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각본과 감독을 담당한 마틴 맥도나를 검색해봤어요. 이력이 독특해요. 영국에서 태어나 런던 연극계를 휩쓴 희곡을 쓰던 사람입니다. 그러다 어느날 스크린으로 영역을 옮겼어요. 2008년 <킬러들의 도시>를 각본 감독했는데, 그 영화 역시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 올랐어요. 10년전에 만들어진 영화인데, 원제가 흥미로웠어요. <In Bruges> '브루쥐에서 생긴 일' 정도가 되겠지요? 1992년 유럽 배낭 여행을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인 도시가 3곳 있었는데, 런던, 브루쥐, 프라하였어요. 당시엔 브루쥐를 브뤼헤라고도 불렀어요. 벨기에의 도시인데요, 영화를 보면 '중세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된 도시'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격하게 공감합니다. 배낭여행하면서 중세 시대로 시간여행 온 줄 알았어요. 


한글 제목, '킬러들의 도시'... 살짝 아쉽네요. 이 영화는 2009년 아카데미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된 블랙 코미디거든요.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

강한 자만이 살아 남는 냉혹한 그곳'


포스터를 보고 오해할 수 있겠지만, 스릴러도 아니고, 조폭 영화도 아니고, 블랙 코미디거든요. 쓰리 빌보드가 그렇듯. 엉뚱한 포인트에서 터져나오는 코미디로 사람을 웃기다가 어느 순간 멍하게 만드는 영화거든요. 영국 사람들의 유머 감각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우중충한 날씨 탓에 유머 감각이 더 발달하는 걸까요?


영화를 보다, 어느 순간 느꼈어요. '아, 이 영화, 10년전에 극장에서 봤구나...' 머리가 나빠 까마득히 잊고 있었어요. 당시 영화 원제를 보고, 브루쥐 여행의 추억을 되새기려고 극장을 찾았고요. 배경에 나오는 브루쥐의 모습을 보면서 '맞아, 저 운하 옆으로 자전거를 달렸지.' '어, 저 광장은 아직도 그대로네.'하면서 봤던 기억이 나네요. 그땐 영화 촬영지에 끌려서 봤고, 이번엔 각본을 쓴 감독에 대한 호감으로 봤으니, 같은 영화인데 전혀 다른 포인트에 집중하면서 봤어요. 

드라마 연출 복귀를 준비하면서, 열심히 영화를 보러 다닙니다.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책만 읽던 책벌레가 방송사에 입사한 건 영화광이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연출 복귀를 앞두고 활자에 대한 사랑을 영상으로 옮기려고 열심히 아카데미 수상작을 찾아보고 있어요. 

어제 <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 리뷰를 올렸더니 대학 후배가 페이스북에 댓글을 올렸어요. 

"형, 이제 공부는 그만하고, 일을 하세요."


^^ 공부와 일과 놀이의 경계가 모호한 삶을 살고 싶어요. 앞으로 만드는 드라마는, 연출이라는 일이자, 인간에 대한 공부이자, 여럿이 즐기는 놀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걸 보는 게 공부인지 일인지 놀이인지, 장르가 모호한 영화, <쓰리 빌보드>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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