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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주말에 무슨 영화 볼까?

by 김민식pd 2018. 1. 11.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 다니고 있어요. 고등학교 2학년이 된 민지에게 물어봤지요. '무슨 영화 보고 싶어?' 친구들이 '신과 함께'를 많이 본대요. 그 얘기를 듣고, 둘이서 보러 갔어요. 사춘기 아이들과 영화를 볼 때는, 영화 선택권을 아이에게 주는 게 좋아요. 좋은 영화라고 부모가 강권해서 같이 봤는데 재미가 없으면, 다음부터는 부모랑 영화 보러 가지 않거든요. 아이가 보자고 한 영화를 봤다가 재미가 없으면, 표를 사준 엄마아빠에게 미안해서라도 잘 하지요. (데이트 할 때는 무조건 여친이 보자는 영화를 봐야 합니다. 재미있으면 고마워서 잘 해주고, 재미없으면 미안해서 더 잘 해주거든요. ^^)

민지와 영화를 기다리는데, '원더' 예고편을 하더군요. 그 영화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아빠랑 다음에 저거 볼까?' 민지도 흔쾌히 좋다고 하더군요. 집에 와서 둘째 민서를 꼬셨어요. "온 가족이 다 함께 '원더' 보러 가자!" '원더'는 전체 관람가, 11살 민서도 볼 수 있거든요. 그런데 민서는 '페르디난드'를 보고 싶다고... '아이스 에이지' 제작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인데요, 더빙판 밖에 없어서 별로 당기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보러 갔어요. 초등학생 아이에겐 딱 인듯...  저는 픽사의 '코코'를 기다리는 중~

제가 민서랑 영화보는 동안, 아내는 극장에 혼자 갔어요. 평소 일하느라 바쁜 아내에게 주말에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주고 싶어요. 아내는 '강철비'와 '위대한 쇼맨' 두 편을 이어 봤어요. 둘 다 재미있었다고. '라라랜드'보다 '위대한 쇼맨'이 더 좋았다는 얘기에 다음엔 '위대한 쇼맨'을 보기로... '페르디난드'를 보고 근처 서점에 가서 아이랑 책을 보고 있으니 아내에게 문자가 옵니다. 영화 끝났으니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극장과 서점과 맛집을 한번에 도는 코스, 이것이 우리 가족이 주말을 보내는 방식이지요. 

민지와는 저녁에 둘이서 '원더'를 봤어요. 의외의 발견이었어요. 대본이 참 좋더군요.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민지가 원작 소설도 보고 싶다고. 광고 문구 중 '러브 액추얼리'와 비교하는 대목이 있어 '에이, 설마?'했거든요. 참고로 '러브 액추얼리'는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는 제게 인생 영화 중 하나에요. 그런데 보고 나서 살짝 인정. '원더'도 못지 않게 좋네요.

영화를 보고 민지와 둘이서 고깃집에 저녁을 먹으러 갔어요. 최근 본 영화 중 '원더'가 좋았는데, 흥행은 약하더군요.

"역시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어. 사람들이 많이 본다고 무조건 좋은 영화는 아니거든. 남들이 좋다는 영화를 따라보는 게 아니라, 여러 편의 영화를 보고, 그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찾아가는 것, 그게 영화를 즐기는 자세 같아. 직업도 비슷하지 않을까? 남들이 좋다는 일을 할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게 진짜 진로 탐색이지.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아. 인생에서 선택은 한정된 자원이거든..."


방학에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보는 것, 영화광이 꿈꾸던 행복이에요. 반드시 온 가족이 함께 보려고 하지는 않아요. 큰 아이와 영화를 볼 때, 아내는 집에서 둘째를 보고요. 큰 애 학원 갈 때, 저는 둘째를 데리고 애니메이션을 보고, 아내는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봅니다.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것, 그게 따로 또 같이 영화를 보는 이유입니다. 

여섯 살 터울의 아이들을 키우며 다 같이 영화를 보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도 온 가족이 매년 꼭 같이 보는 영화는 있지요. 바로 픽사나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 <겨울왕국> 등은 매년 같이 보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코코>를 기다립니다.

최근 본 영화 중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작품은 <1987>입니다. 정말 놀라운 작품이에요. 대본, 연기, 연출, 하나하나 다 보석처럼 빛나는 영화입니다. 극장에서 한번 더 보려고 합니다. 그게 연출 공부거든요. 처음 볼 때는, 줄거리 쫓아가느라 몰입해서 보고요. 두번째 볼 때는, 약간 거리를 두고 공부하는 입장에서 분석합니다. 처음 볼 때 몰랐던, 미술이나, 카메라 앵글, 대본 상의 복선이 다시 보여요. 


주말에 영화를 본다면, 무조건 <1987>을 추천합니다. 

영화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를 

함께 보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혼자서도 영화를 많이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 자신이니까요. 

같이 볼 사람을 찾고, 둘이 시간을 맞추려다보면 영화 볼 기회가 많지 않아요. 

영화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혼자서도 잘 보는 사람이지요.


추운 주말, 따듯한 영화관에서 재미난 시간 보내세요~

나들이 가신 김에 극장 근처에 서점이 있다면, <매일 아침 써봤니?>도 한번 살펴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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