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을 연출한 게 벌써 어언 10년이다. 참 세월 빠르다. 'PD WHO & HOW'라는 책에 기고하기 위해 10년전에 쓴 글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PD 시험 준비에 있어 나의 생각은 별로 변한게 없는 것 같다. 공짜 PD 스쿨, 다음 시간은 '드라마 PD의 길'이다. 여유가 되면 '예능 PD의 길'도 쓸 생각이다. 기대해주시길~

(10년전 '뉴논스톱'을 연출할 때... 볼수록 멋있는 친구다. 조인성.
이제 군대도 마쳤으니 멋진 활약을 기대해본다.) 

3. 시트콤 피디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자, 이제 그럼 끝으로 시트콤 피디가 되려는 제 장래의 업계 경쟁자 여러분들께, 시트콤 피
디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첫째,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어려서 책 읽는 버릇을 기르는 것은 참 중요한 재산입니다. 피디는 TV 화면에다 그림을 그

려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접해둘 필
요가 있습니다.

위인전기이든, 소설이든, 수필이든, 다양한 책에서 만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모습, 훗날 TV
에서 본인이 그리고 싶어할 사람들의 원형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책읽기를 통해 다른 사람
의 삶을 대신 살아보는 연습을 충분히 거친다면, TV 화면을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그려
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거구요.

저는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해 한때는 1년에 200권의 책을 읽어치우기도 했구요. 그러다

사회 생활 부적응자가 되는 게 아닌가, 혹 상상의 삶을 찾아 내가 현실의 삶에서 도피하는
게 아닌가 걱정도 했는데요. 그래도 나중에 피디가 되고 보니 그런 버릇이 내공 수련에 많
은 도움이 되더군요. 피디의 필수 요건인 상상력을 키워주는건 기본이고, 대본을 읽고 분석
하는 힘과, 플롯을 만들어 가는 힘을 길러주니까요.

'책을 많이 읽자',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피디의 기본입니다.


둘째, 영화를 많이 봐야 한다.

책을 많이 읽어 상상력을 키웠다면, 이제는 그 머리 속에 그려진 그림을 실제 화면에다 옮

기는 능력이 중요하겠지요? 책을 많이 읽어야 좋은 대본, 좋은 캐릭터를 보는 눈이 생기듯
이, 영상감각은 많은 영상물을 접할 때 길러집니다. 영화를 두루두루 봐야 좋은 연기를 알아
보는 눈도 생기고,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도 터득하는 거죠.

세상에는 물론 별다른 연습없이 척척 카메라로 훌륭한 영상을 그려내는 천재도 있지만, 그

런 타고난 자질이 없는 이에게는 눈썰미로 차근 차근 익히는 방법이 최고입니다. 언론이나
영상학 쪽으로 공부할 기회가 없었던 저는 MBC 입사 후, 그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회사
자료실에서 1년에 영화 200편씩 대출해서 봤는대요. 창조의 시작은 모방이라고, 좋은 그림을
많이 봐두는게 그런 그림을 만들어보겠다는 욕심도 생기게 하고, 새로운 그림에 대한 갈증
도 만들어주더군요.

(1년에 책 200권을 보거나 영화 200편을 봤다니까, '이 사람 허풍이 좀 심하군'하고 생각하

실 분도 있겠군요. 저는 무엇에 미치면 주위 안살피고 하나에만 빠져드는 매니아 적 감성이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는 왕따도 당하고 그랬는데요. 방송국 들어와 보니 피디
들 중에 의외로 그렇게 무엇 하나에 빠져서 미친 듯이 사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왕따 생활
이제야 탈출입니다.)

끝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뭐야, 결국에 가서는 또 공부하라는 소리야? 하고 야유하고 있을 분에게...


방송국 피디들의 인적 구성을 한번 살펴보면, 절대 다수가 명문대 출신인 것이 어쩔 수 없

는 현실입니다. 물론 절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죠. 저는 들입다 공부만 열심히 한 범생이
(?)들이 모여, 방송이라는 대중 매체를 이끌어 가는 것은 절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생
각합니다. 어려서부터 마음껏 놀고 즐길 줄 알고 적극적으로 대중 문화를 소비해오던 이들
이 당연히 대중 문화의 공급자가 되어야지요.

하지만... 방송인력 시장이라는 수요는 한정되어 있고, 방송 제작이라는 일을 희망하는 지원

자는 많은 현실에서, PD 공채는 높은 경쟁률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
서 사람들의 능력을 재보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는 역시 성적 혹은 학벌일 수 밖에 없구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현재의 인력 시장 상황을 보면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마
음에 안들지만 어쩝니까, 세상이 그런 것을... 결국 이런 상황에서 제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충고는 학생 시절, 최선을 다해 본분인 공부를 해두시라는 것...

살아가며 가장 한스러운 일은, 과거 내가 소홀히 했던 무엇 때문에, 훗날 자신이 가고자 하

는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이니까요.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무엇을 위해서라면, 조금 힘들고
귀찮더라도 미리 대비는 충실히 해두어야 할 것입니다.

자, 잔소리는 이 정도에서 마무리 짓구요.

어려서 책을 즐겨 읽으며, 맘에 들어했던 문구, '책장을 넘기는 손에 희망이 있다.'

마찬가지로 여러분도 지금 넘기시는 이 책장 안에서 희망을 찾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그 희망이 이루어진 어느 훗날에 동료로 만날 수 있길 희망해 봅니다.


PDWHO&HOW(개정판)
카테고리 정치/사회 > 언론/신문/방송
지은이 홍경수 (커뮤니케이션북스,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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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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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05 00: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1.10.05 2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없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그렇다고 길이 없는것도 아닌데... 참 어렵네요. 시장의 폭을 좀 더 넓게 보시는 건 어떨까요? KMS 3사 뿐 아니라 종편과 외주제작사, 케이블까지 포함하면 기회는 더 많을 것입니다.

  2. 2012.02.26 22: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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