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

인사위에 회부되었습니다.

by 김민식pd 2017. 7. 12.

7월 13일 목요일 오후 5시, 인사위에 회부되었습니다. 대기발령 이후, 징계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다 '문재인 정부 1호 해직 언론인'이 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려옵니다. 내일이 어쩌면 MBC 직원으로 맞는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겠군요. 새벽에 일어나 앨범을 뒤적이며 지난 21년간의 회사 생활을 돌아보고 있어요. 

97년 신입사원 시절, 노사화합 한마당 무대에 올라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부터, 2009년 '내조의 여왕' 공동연출을 마치고 '주간 MBC'(사내 간행물)와 했던 인터뷰 기사까지.

(포스터에서 오지호 씨 자리에, 제 얼굴을... ^^)

Q 김민식 PD가 <내조의 여왕>에서 가장 감정이입 했던 인물은?

A 온달수. 드라마 PD를 하면서 일이 '있고 없고'에 따라 남자의 '기'가 죽고 살고의 차이가 어떤지 직접 느껴봤기 때문에.

2007년, 예능 PD에서 드라마 PD로의 전환,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유는 의외로 간단했다. <남자 셋 여자 셋> 조연출로 시작해 <뉴 논스톱>으로 입봉, <논스톱 3> <레인보우 로망스> 등 청춘 시트콤만 연출해 오길 10년째 되던 해에 청춘시트콤이 없어지고 가족 시트콤이 생겨난 것. '전공' 장르를 바꿔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마침 '드라마 PD 사내 공모' 공고가 났고, '어차피 변화를 줄 거면 아예 판을 옮겨 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 "그때가 제 나이 마흔이었어요. 그렇게 많은 줄 다들 몰랐대요. 워낙 늦은 나이에 입사하기도 했고, 또 제가 동안이라~. 하하."

밑바닥부터 하겠다는 각오로 불혹의 나이에 시작한 도전, 방송을 전혀 몰랐던 자신에게 PD를 맡겨줬던 10년 전 그랬듯이, 또 다시 원하는 걸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회사에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전한다.

(중략) 

이번 드라마 작업을 통해 그는 깨달은 게 있다. 작품은 잘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니 만들 때의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왕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를 해야 후회도 없을 거라는 거다. "제가 좋아하는 코미디 쪽을 계속 하고 싶어요. 단, 싸고 빠르게 제작하면서. 그동안 500편 이상 시트콤을 연출하면서 제가 터득한 게 바로 '싸고 빠르게' 만들어내는 방법이거든요. 명품드라마나 대하사극도 필요하지만 때론 그 틈새의 저예산 코미디가 효과적이기도 하니까요. 이런 방식으로 저는 MBC 드라마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한 부분을 담당하고 싶습니다."

(중략)

김민식 PD는 가끔 자신이 예능 PD인지, 드라마 PD인지 정체성이 헷갈릴 때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때마다 드는 생각은 "난 그냥 MBC PD다"라는 것. 나이 마흔에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딱 <내조의 여왕> 같은 드라마를 만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는다. 

 

---------

 

지금도 저 인터뷰할 때가 생각납니다. 기자님이 계속 물었어요. "그래서 당신은 예능 피디입니까? 드라마 피디입니까?" 저는 그냥 MBC PD라고 말했어요. 제게 PD로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MBC 피디로 사는 것입니다. 내게 항상 고마운 기회를 준 회사니까요. 그 고마운 회사를 위해 저는 지금 이 순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MBC의 정상화요. 일터에서 쫓겨난 100여명의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과 함께 제작 현업으로 돌아가 방송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께, 작은 부탁 하나를 드릴까 합니다.

오늘은 제가 여러분의 글을 읽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앞으로도 저는 MBC 피디로 남고 싶습니다. 인사위에 들어가 징계의 부당성에 대해 진술할 예정입니다. 그때, 여러분이 저를 위해 변호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래 페이스북 페이지에 들어가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글과 생각으로, 저의 지난 행동을 변호하고 싶습니다.

 

https://www.facebook.com/saveourmbc/posts/1354746374638521

국민 배심원단을 모집합니다. 도와주세요.

고맙습니다, 여러분.  

     

겁 없는 MBC PD의 도전은 계속된다

라고 기사 제목은 말하지만... 지금 이 순간, 겁이 많이 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