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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힘들 땐 음악을 틀고 춤을 추어라

by 김민식pd 2017. 5. 19.

페이스북에서 저는 영화평론가 김봉석 님을 열심히 팔로우합니다. 김봉석 님 추천으로 본 영화는 실패한 적이 없거든요. <내 안의 음란마귀> 때부터 느꼈지만, 저랑 코드가 참 잘 맞아요. ^^

얼마전 김봉석님이 페북에 푸념글을 올렸어요. '아무리 먹고 사느라 바빠도 그렇지, 아직 가오갤2도 못 보다니... 이건 아닌 것 같다...' 저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이하 가오갤 2)를 볼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고, 달려갔어요.

 

와우, <가오갤2> 대박입니다. 정말 재미있네요. 영화 도입부부터 입이 쩍 벌어집니다. 타이틀 씬이 압권이에요. 계속 "우와! 우와아!" 탄성을 지르면서 봤어요. 베이비 그루트의 매력에 폭 빠져버립니다. 감독의 연출력이 장난이 아니군요.

저는 마블 영화를 좋아해서 개봉하면 무조건 극장으로 달려갑니다. 현존 크리에이터 집단 중 마블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대박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망작이 없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에이 이건 아니잖아?'라고 실망하면 신뢰도가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마블의 영화는 그런 적이 거의 없어요. 심지어 대놓고 저예산 B급 영화라고 만든 '데드 풀'조차 최고였으니까요. 버리는 카드가 없다, 최고의 승부사 아닌가요?

솔직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탄이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헐크나 스파이더맨처럼 낯익은 캐릭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찌질한 루저들만 모은 것 같으니... 초능력 하나 없는 도둑, 무식하게 힘만 센 외계인, 암살전문가 녹색 여자 외계인, 작전 참모는 너구리 (별명이 아니라 진짜 너구리), 말하는 나무 (어휘력이 무척 짧은...^^). 이런 구성으로 슈퍼 특공대를 만든다는 게 말이 돼? 그랬어요. '하긴 어떻게 매번 어벤저스 같은 작품만 만들겠어. 때로는 쉬어가는 코너도 있어야지. 이런 작품으로 팬들의 기대치를 낮춰두려는 거지?' 했어요.

그런데 2탄을 극장에서 보니,  갑자기 1탄을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IPTV 서비스 덕에 보고싶은 영화가 있으면 1탄부터 다시 역주행/정주행하는 재미가 있어요. 1200원에 영화 한 편을 보다니! 옛날 비디오에 비하면 화질이나 음질은 훨씬 뛰어나고, DVD보다 가격은 저렴하고, 심지어 거실에 앉아 바로 찾아서 볼 수 있는! 아, 정말 영화광들이 복받은 세상이에요.

영화광으로서 제게는, 신이 주신 재능이 하나 있어요. 바로 망각의 능력입니다. 머리가 나쁜 탓에 한번 본 영화도 내용이 기억 나지 않아요. 분명 2년 전 극장에서 봤는데 손에 땀을 쥐고 흥미진진하게 봤어요. 2편을 보고, 1편을 다시 보니, 영화 줄거리가 쫙 한번에 이어지면서 전율이 오네요. '어떻게 저런 평범한 지구인 도둑이 우주의 수호신이라는 거지?' 싶었는데요, 2탄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아, 그렇구나...'

무엇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춤을 추어라'라고 말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위기 관리 매뉴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자전거 타고 먼길 갈 때 항상 휴대폰의 '자주 재생하는 음악' 목록을 트는데요. 네, 힘들수록 즐거움의 힘으로 버팁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주말에 극장에 달려가 2탄부터 보시어요. 앞으로도 <가오갤> 시리즈는 이어질텐데요. 이걸 안 보면, 살아가면서 큰 재미 하나 놓치는 겁니다. 심지어 마블의 차기 대작, 어벤저스에 합류한다는 소식도 있네요.

http://www.superherohype.com/news/380475-avengers-guardians-of-the-galaxy.-crossover#/slide/1

 

 

ps.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에이리언 : 커버넌트>.... ㅠㅠ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극장에서 본 후, 집에 와서 옛날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시 볼까 생각중이에요. 가오갤2와는 반대의 의미로... 에이리언은 역시 1,2,3,4탄까지가 최고였어요. 매번 다른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을 덧입혀 만든 독특한 프랜차이즈.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랑 커버넌트는 잘 느낌이 안 오네요.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물론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봐야겠지요. 하지만 데이트 무비로는 위험한 선택인듯... 너무 잔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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