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벽에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가장 쓰고 싶은 글을 씁니다. 며칠전, 새벽에 깼는데 시계를 보니 2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다시 잠을 청하려고 이불을 뒤집어썼지만 잠이 안 왔어요. 신문에서 본 어떤 기사가 자꾸 떠올랐어요. 반기문 캠프에 합류한 이동관씨의 인터뷰였습니다.

MB 정부 시절 홍보 수석으로 일한 그에게, 언론인 해직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묻자, 그는 “제가 언론 장악을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그 분들은 노조 활동하면서 굉장히 회사 내에서도 여러 가지 충돌과 무리가 많았던 분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 수석은 또 “제가 지금 블랙리스트 나오듯이 누구 해직시키라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회사 안에서 일어난 일까지 저보고 책임지라고 하면 어떡하냐”며 “해직된 분들이 해직된 사유를 갖고 일했기 때문에 해직되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하더군요.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701181639001&code=940705#csidx5222678d3b526289421ea7c1dceef4e

그의 말이 머릿속을 맴도는 바람에 결국 새벽 3시에 이불을 박차고 나와 키보드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글을 써내려갔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써놓은 글을 보았습니다. 부끄럽더군요. 지난 몇년 간 아침에 108배를 하고, 불경을 낭송하고, 산을 오르고, 나름 수행을 했다고 생각했거늘... 아직도 마음의 화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었어요. 부끄러운 마음에 글을 차마 블로그에 올릴 수 없었어요. (왜 부끄러움은 나의 몫만 있을까요? 왜 그의 몫은 없을까요?) 분노에 찬 글을 지우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글을 썼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힘없는 패배자의 좌절만 나오더군요. 글을 보자 눈물이 나왔습니다. 해고된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꺼이꺼이 울음이 터져나왔어요. '아, 이것도 아닌데...' 새벽에 몇 번을 쓰다 지우다 끝에 마음이 산란하여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때 문득, 며칠 전에 본 어떤 분의 페이스 북 글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쓸 수 없었던 어떤 글, 다른 분의 글로 대신합니다.

 

'자려다가 결국 페북에 와 버렸어요. 페북을 보지 말고 잤어야 하는데. 어떤 작가님의 라라랜드 감상평을 보고 감탄을 하고 나니, 더 늦기 전에 제가 본 한 영화의 감상평을 쓰고 자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라라랜드는 아니에요.)

뉴스타파 후원 회원들에게는 종종 큰 혜택이 찾아오곤 합니다. (비록 선착순이라 발 빠르게 신청해야 하지만요.) 이번 <7년, 그들이 없는 언론> 시사회도 그 중 하나였지요. 시사회 메일 받기 전까지 전 이런 다큐 영화가 제작되었는지도 잘 몰랐어요. 그만큼 세상의 주목을 못 받은 영화죠. (그렇잖아요. 대통령이 연루된 대형 게이트가 터져서 연일 빅 뉴스가 뻥뻥 터지는데 누가 해직 언론인에 관심을 갖겠어요.) 게다가 이런 류의 사회 고발(?) 영화들이 대개 그러하듯 상영관 잡기도 쉽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고 못 만든 영화는 아니에요. 특히 전 이 영화를 보고는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한 언론인들이 얼마나 힘겹게 싸웠는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죠.

YTN과 MBC. 현재 대표적으로 관영매체로 전락한 두 방송사죠. 영화에서는 두 방송사가 현재에 이르기까지 내부에서 어떤 싸움이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크고 작은 기나긴 파업들, 수많은 언론인에 대한 징계와 해직 통보, 그들을 구하기 위한 선후배 동료들의 저항 (브이포 밴데타가 연상되기도 하더군요.), 직장을 잃은 언론인들의 좌절, 낙담, 처참히 망가져만 가는 언론들.

저는요. 영화를 보기 전에는 참된 언론인들은 어떤 특별한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두려움 없이 투사가 되어 싸우고 그 한몸 불사르고 정의를 위해 뚜벅뚜벅 내딛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참 죄송스럽고 순진하게도요. 그런데 아니더라구요. 똑같이 두려워하고 무서워하고 좌절하고 낙담하구요. 해직 언론인, 말만 거창하지 이들이 느꼈던 감정은 실업자가 느끼는 그것과 다르지 않았더라구요. 너무 생생해서 중간중간 아프고 속상하고 울음도 나고 하더라구요. 그들도 평범한, 그저 조금 더 순수한 사람들이더라구요.

저는요. 요 근래 들어서 더욱 이 정권보다는 지난 이명박 정권이 낫다 생각했거든요? 근데 제가 잘못 생각했던 거였어요. 이 정권을 이렇게 감시자 하나 없게 토대를 닦은 사람이 이명박이더라구요. 정부 입맛에 맞는 방송은 살리고 비판하면 본때를 보여주어 언론인들이 찍소리하지 못하게 한 게 그 사람이 대통령이던 시절 일이더라구요. 그래서 고름이 계속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이렇게 터지게 된 거더라구요. 제대로 된 언론인들이 없던 7년 (이제 햇수로 8년) 사이 세월호 사건도 터진 거구요. (사건 당시 방송사들의 오보가 혼란을 가중시켰죠) 시사회 전 (배우도 아닌데 졸지에) 출연진인 해직 언론인들의 인사가 있었는데요. "이명박이 주적이다." 라고 말씀하신 노종면 기자님 말씀이 영화를 보고 나니 와닿더라구요.

영화를 보지 않았음 모른채 잊어버렸을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이 영화는 투쟁의 기록이라는 측면으로도 가치가 있고 이 싸움이 아직 진행형임을 상기시킨다는 의미로도 가치가 있습니다. JTBC 빼고는 다 기레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라면 더욱 보시기를 강추합니다. JTBC를 제외한 나머지 언론들도 어서 제자리를 찾아와야 합니다. 그 이유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7년_그들이없는언론 #절찬상영중'

(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이지현님께 감사드립니다.)

 

10년 전 이명박 대선 언론 특보로 활동하던 이동관이 돌아왔어요. 해고자가 그자의 말대로 과연 해고될 사유가 있었던 사람들인지, 영화를 통해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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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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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1.23 11: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오늘 글은 읽으면서 참 마음이 아프네요. PD님이 얼마나 상심히 크실지 T.T
    저도 그 MB 부역자의 인터뷰글을 읽었는데, 이런 뻔뻔 놈이 다 있나 화가 나더군요. 어딜 또 한자리 하려고 나오다니..
    하루빨리 PD님이 있어야 할 자리로 가셔야 하는데. 참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멀쩡히 지내고 있으니 답답하네요.
    그래서, 현재 언론장악방지법이 논의중인데. 빨리 통과되었으면 하네요.
    PD님 힘내시고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항상 몸 건강하시고요..

    언론장악방지법 및 현 언론 상황에 대해서 대해서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인터뷰 기사가 있는데 함 보시면 좋을거 같네요.
    http://v.media.daum.net/v/20170119203730405

  2. 야무 2017.01.23 11: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 정권부터는 공영방송인 MBC, KBS는 내부구성원과 국민의 투표로 사장을 정했으면 싶습니다. 내부구성원 표에 가중치를 주고(같이 일해본 사람들, 같이 일할 사람들이니까요) 우리가 볼 방송이니까 우리도 같이..

    MBC, KBS, YTN의 정상화를 기원합니다!

    돌아와라, MBC!

  3. 게리 2017.01.23 1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세상엔 여러종류의 사람이 많다는걸 다시한번 느끼게 됩니다.
    그래도 피디님과 같은 언론인분들이 버티고 계시기 때문에
    최악으로 치닫지 않고 다시 정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는것 같습니다.
    힘내십시오. 그들의 부조리함을 알고 있는 국민들이 많고 같이 응원하는 마음일것입니다.

  4. 첨밀밀88 2017.01.24 0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事必歸正 화이팅^^

  5. 오메코 2017.01.24 2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힘내세요 얼마 안남았습니다. 정의가 서는 모습을 여러분들을 통해 보고 싶고 응원합니다. 파업 팟캐스트의 유쾌함이 아직도 귀에 선합니다. 모두 복귀하시면 그 기념으로 한번 앵콜 부탁합니다.이용마기자님도 건강히 목소리들려주시길 진심으로 기대하겠습니다

  6. 김보아 2017.01.28 23: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7년 그들이 없는 언론-이 영화를 오늘로 세번째 보고 온 오늘 댓글을 남깁니다.
    영화를 보고 후에 하는 일이 거기 계신 해직언론인들의 이름을 구글이나 유튜브에서 하나하나 조회하면서 제가 놓친 7년의 괘적을 다시 보는 것인데요 그러다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나름 당시의 파업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고 응원을 했다 생각했지만 영화를 보고 검색을 한 결과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단적인 예로 PD님께서 부위원장으로 큰 활약을 하셨던 것도 몰랐으니까요.
    너무 죄송한 마음을 이렇게라도 표현할 수 있어서 (저한테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유튜브에서 서늘한 간담회 7회까지 들었어요. 저도 4인방이 해직언론인 복귀, PD님 드라마 제작 복귀 기념으로 다시 방송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도록 기원합니다. 그때까지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은 다 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김민식pd 2017.01.29 05: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생각해보니 서늘한 간담회 마지막회에서 모든 싸움이 끝나면 파업 승리 보고 기념 방송을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5년이 흘렀네요... 아, 지금 다시 찾아주시는 분이 있으니 참 고맙습니다. 이것도 영화, 영상기록물의 힘이겠지요. 언론의 힘이 이토록 중요하다는 걸 다시 실감합니다. 고맙습니다. 지치지 않고 즐겁게 버티겠습니다.

  7. heni 2017.03.16 19: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백'은 봤었는데 이런 영화가 있었는지는 몰랐네요... 저도 나룸 뉴스타파 회원인데 요새 메일을 잘 확인하지 않다보니...
    피디님 저도 학부 때 학보사에서 일했어요. 요새 저희 학보사도 시끌시끌해요. 학생 기자들에게 자문과 도움을 제공해야할 주간 교수가, 반올림에 대한 기사를 못 쓰도록 하고, 기자단이 항의하자 예산을 끊고 명예훼손으로 신고했다네요. 저희 신문은 백지발행 중이에요. mbc파업이 생각나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울지 마세요 피디님! mbc도 정상화되고, 정의로운 언론인들이 인정받는 날이 빨리 오길 기도할게요.

    • 김민식pd 2017.03.17 0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학보사에도 그런 일이 있군요. 어쩌면 최순실 농단이 밝혀진 그 시작도 이대 사태였지요. 총장이 어떻게 경찰 진입을 요청할 수 있는지, 참... 이대생의 분노가 오늘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네, 응원 고맙습니다. 질기게 버틸 거예요!

  8. 2018.12.09 15: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