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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에로 비디오 감독을 할 걸 그랬나?

by 김민식pd 2017. 1. 20.

대학 다닐 때, 취업 문제로 고민을 좀 했습니다. 전공을 살리자니 (자원공학과, 구 광산학과) 탄광을 가거나, 석탄 공사, 수자원 공사를 가야 하는데, 적성에는 맞지 않았어요. 평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을 수 없을까? 고민했어요. 그때 고려한 직업 중 하나가 영화를 찍는 것이었습니다.

대학에 다니면서 영화에 빠져 살았습니다. 현실은 우울한데 (적성에 안맞는 공대생) 영화관에 가면 세상 근심을 잊고 그 속에 빠져사는거에요. 대학 다니면서 수백편의 영화를 봤습니다. 충무로 키즈로 살면서 영화인의 길을 꿈꿨습니다. 그때 눈에 띄었던 신문 광고가 있는데, 당시 에로 비디오 제작사로서 많은 팬들을 거느렸던 유호 프로덕션의 신입사원 채용 공고였습니다. 

91년 가을로 기억하는데, 신문 구인 광고에서 유호 프로덕션이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이 마구 쿵쾅거렸어요. 그래, 제임스 카메론과 샘 레이미같은 헐리우드의 거장들도 B급 영화 감독 출신인데, 충무로의 B급 제작사라면 역시 유호 프로덕션이지! 에로 비디오를 연출하며 영화 감독 데뷔를 꿈꾸는 거야. (당시 광고에 게재된 유호 프로덕션의 주소도 충무로였어요. 더욱 가슴을 뛰게하는!)

에로 비디오 감독의 꿈은 끝내 실현시키지 못했습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좋지만, 당시 만나던 여자 친구에게 말할 용기가 안 나는 거에요.

"그래서 선배는 뭐 하고 싶어?"

"에로 영화 감독." 응?


네, 결국 여자 친구 눈치 보느라 유호 프로덕션 입사의 꿈은 접었습니다. 워낙 어렵게 사귄 여자 친구였던 지라.... 네, 당시 제게는 취업보다 연애가 더 큰 과제였거든요. ^^

영화 다음으로 좋아하는 취미가 배낭여행이었어요.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말하는 것도 좋아하고, 외국어 공부까지 좋아하니, 관광 가이드가 딱이네!' 했어요. 관광 통역 가이드 자격 시험이라고 있기에 보려고 했는데요. 알고보니 시험을 보려면 정해진 교재를 사고, 학원에서 강의를 들어야하더군요. 혼자서 영어를 공부한 후, 무엇이든 독학으로 배울 수 있다고 믿는데요. 아니, 돈이 없어서 일을 하겠다는 건데, 일을 하기위해 돈부터 내라는 게 이해가 안 되더군요. 결국 짠돌이 성격에 돈 들이기 싫어 관광 가이드의 꿈도 접었습니다.

놀면서 일하는 직업을 찾다가 온 곳이 방송사예요. 시트콤이나 미드를 좋아하니까 그런 걸 만들면서 살아도 좋지 않을까. 그러니까, 저는 일이 목적이 아니었어요. 그냥 노는 게 우선인 사람입니다. 놀다가 그게 좋으면 일로 연결해보는 거지요.

나이 50에도 저의 진로 고민은 계속됩니다. 이제 곧 은퇴할 나이인데, 퇴직하면 무엇을 할까? 이제 조금씩 밤샘 야외 촬영도 힘들어지더군요. 연출감각도 예전만 못한 것 같아요. 뭘해야할까? 은퇴 후의 창업을 생각하니, 돈이 너무 많이 들더군요. 카페 창업이든 투자 이민이든. 저는 돈 벌려고, 돈 쓰는 걸 싫어합니다. 돈 한 푼 안들이고, 돈을 벌어야 진짜 버는 거지요. 돈 안 들고 할 수 있는게 없을까? 그러다 재미삼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는 돈이 안 들거든요. 쓰는 것도 즐기는 것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돈없이도 즐기는 활동. 책읽기도 즐기고 글쓰기도 좋아하니,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전업 작가의 꿈을 준비하면 어떨까?

어떤 일에 도전할 때 저의 자세는,

 

최악을 각오하고 최상을 희망한다.

Expect the worst, hope for the best.

입니다.

블로거로 작가를 준비할 때, 최악의 경우는 책 출판이 안 되는 것이지요. 그냥 블로그에 올린 글로 끝나는 시나리오. 나쁘지 않았어요.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있고 즐겁거든요. 최상의 경우는? 책을 출판하고 베스트셀러에 올라, 은퇴 후 작가로 가는 세컨드 커리어를 준비할 수 있다는 거지요. 최악은 나쁘지 않고, 최상은 이렇게 황홀한 꿈이에요. 그렇다면 무조건 도전해야지요.

  

 

최악을 각오하고, 최상을 희망하며 삽니다. 그러면 들이대기가 쉬워져요.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 공부에서 최악은 크게 나쁘지 않아요. 치매 예방을 위해 머리 좀 쓴 것 뿐이에요. 잘 되면? 꿈꾸던 삶이 내 것이 됩니다. 취업이든, 취미든, 여행이든 무엇이든 말입니다.

 

꿈을 꾸시나요? 그렇다면 한번 들이대보세요.

 

ps.

오늘 블로그 누적 방문자수 200만명을 넘길 것 같습니다.

기념 깜짝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내일 오후(1월 21일 토요일) 1시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 열리는

'베스트 앨범 발매 기념 라이브 콘서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 저자 직강 강연^^) 

입석 입장권 선착순 10명 신청받습니다.

이미 선착순 댓글로 70명 신청을 받았는데요. 무료 행사의 특성 상, 못 오실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신청자가 다 오실 수도 있고요. 입석 신청의 경우, 최악의 상황에선 저와 함께 2시간 동안 스탠딩 공연을 보시는 거구요. 최선의 상황에선 편하게 좌석에 앉아 즐기시는 겁니다. 입석도 괜찮다, 라고 하시는 분은 댓글로 신청해주세요. 선착순 10명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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