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2016년 최고의 영화는?

by 김민식pd 2016. 12. 20.

아이들에게 진로 특강을 가면, 독서의 미덕을 칭송합니다. 낯선 직업의 세계를 탐색하는데 있어 책만한 도구도 없거든요.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대해 책을 쓴 전문가가 있습니다. 독서 특강을 마치면 아이들이 질문을 합니다. "피디님, 책 한 권 추천해주세요." 그럼 저는 항상 그 순간 제가 읽고 있는 책 중, 가장 재미난 책을 추천합니다. 그 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말입니다.

며칠 전, 아내가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고 와서는, 올해 최고의 영화로 손꼽더군요. 저도 달려가 보았습니다.

평생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온 다니엘, 어느날 심장질환이 생겨 당분간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실업 급여를 타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가지만, 불합리한 행정 절차 때문에 좌절하는데요. 실업수당도, 급여도, 복지수당도 끊긴 상황에서 그는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가난한 시민으로 산다는 일이 쉽지는 않지요. 

영화를 보면서, '노후 파산' '2020 하류노인이 온다' 등의 책에서 묘사된 일본의 노인들과 처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도 그렇고, 영국도 그렇고, 잘 사는 부자 나라에 사는 가난한 노인 문제가 심각하군요.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사회적 이슈를 담은 영화를 줄곧 만들어온 팔순의 노장 켄 로치 감독은 이 영화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성탄절 연휴에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달려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 씨네21이 뽑은 2016 올해의 외국영화 베스트 5에 꼽힌 작품입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5974

자객 섭은낭, 캐롤, 설리,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가오는 것들.

2. 베스트 5 중에 지금 현재 극장 개봉 중인 영화는 이것 뿐입니다.

3. 팔순이라는 감독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 거장의 영화를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TV나 PC 모니터로보면 좀 심심할 수 있어요. 잔 기교나 깜짝 반전은 없지만 삶을 바라보는 거장의 시선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영화나 책을 추천할 때, 저는 항상 동시대성을 중시합니다. 그 순간, 제 손에 들려있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요, 그 순간 극장에 달려가 볼 수 있는 영화가 가장 좋은 영화라고요. 연애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60억 인구 중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앞으로, 기본소득의 도입을 논의해야 할 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이 있거나 없거나, 돈이 많거나 적거나,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몸이 아프거나 말거나,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입니다. 꼭 극장에서 보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