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93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스티븐 존슨 / 서영조 / 한국경제신문)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를 읽고, 스티븐 존슨의 글솜씨에 매료되어 찾아본 책입니다. 마침 제 평생의 숙제인 '어떻게 창의성을 기르는가'와 관련이 있기도 하고요.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 중요한 점은, 별로 중요할 것 같지 않은 느린 예감들을 모으는 일입니다.

다윈은 오랜 세월 비글호 항해, 지질학 연구, 다양한 메모 작성등을 통해 진화론의 토대가 되는 아이디어를 모아왔답니다. 인생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한데 모여 어느 순간 필생의 아이디어로 이어집니다. 떠올랐다가 사라져가는 무수한 예감들, 그 느린 예감들을 보존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느린 예감을 살려두려면 많은 단계에서 도전을 받는다. 우선 기억 속에, 뉴런의 조밀한 네트워크 안에 예감을 보존해야 한다. 대부분의 느린 예감들은 쓸모 있는 것으로 바뀔 만큼 오래 남아 있지 않는다. 기억에서 너무 빨리 사라지기 때문이고 흐릿하기 때문이다. 탐구할 만한 흥미로운 주제가 있지만 더 급한 문제들 때문에 정신이 어수선해지고 예감은 사라져버린다. 따라서 예감을 기르는 비결은 간단하다.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기록해두는 것이다. (중략)

학자들, 아마추어 과학자들, 문인이 되려는 꿈을 품은 사람들 등 17~8세기에 지적 야망을 지녔던 사람이라면 거의 모두가 비망록을 기록했다. 당시의 위대한 지성인 밀턴, 베이컨, 로크 등도 비망록을 적는 것이 기억을 향상시켜준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비망록에는 주로 책에서 읽은 내용 중 흥미롭거나 인상적인 부분을 옮겨 적었고, 그렇게 자기만의 인용문 백과사전을 만들었다. 초기의 비망록은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었다. 비망록을 적음으로써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고, 그 지식에서 삶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언제든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의 책 97~98쪽)

 

역사학자 로버트 댄튼은 글쓰기와 읽기가 복잡하게 섞여 있는 비망록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내러티브의 흐름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며 한 번에 한 권의 책을 읽는 현대의 독자들과 달리 현대 초기의 영국인들은 책을 읽다가 말다가, 이 책을 읽다가 저 책을 읽다가 하곤 했다. 그들은 텍스트를 잘게 나누고, 나눈 내용을 공책의 각기 다른 부분에 옮겨 적음으로써 새로운 패턴으로 다시 조립했다. 그러고 나서 비망록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발췌문을 더 추가해 패턴을 새롭게 배열했다. 따라서 비망록에서 읽기와 쓰기는 따로 뗄 수 없는 활동이었다. 그것은 이 세상의 만물을 이해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 세상은 온갖 기호들로 가득 차 있고, 그 기호들을 각자의 방식대로 읽는 것이다. 그리고 읽은 내용을 기록함으로써 개성이 담긴 자신만의 책을 만들 수 있었다.'

(위의 책 101쪽) 

 

블로그 글을 쓰기 위해, 매일 책을 읽고 메모를 합니다. 몇 개의 메모를 굴려보다 그중에서 한 편의 글감을 찾고, 그렇게 블로그에 올린 글은 또 모아서 책으로 펴낼 원고가 되기도 합니다. 느린 예감들을 모으고 있어요. 언젠가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낼 기막힌 아이디어를.

 

이 책은 탁월한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는 7가지 패턴을 소개합니다.

인접가능성 -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라

유동적 네트워크 - 자유로운 공간에서 넘치는 정보를 공유하라

느린 예감 - 천천히 진화하여 새로운 연결을 만든다

뜻밖의 발견 - 예감 속에 있는 연관성을 찾아내라

실수 - 잡음과 오염을 탐구하라

굴절적응 - 문 뒤에 숨은 가능성을 상상하라

플랫폼 - 생산적으로 충돌하고 다시 결합하라

 

책에서 주는 교훈을 내 마음대로(?) 요약하자면, '창의성 있는 조직을 이끌려면, 개성이 다른 사람들이 쉽게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어 준 후, 지들 하고 싶은 대로 냅두세요. 실수에 관대하고, 성공에는 너무 호들갑떨지 말고.'가 되겠습니다. ^^

 

흔히 아이디어, 하면 어떤 탁월한 천재가 한 순간에 번쩍! 하고 떠올린 것이라 생각하지만, 책을 보니 그렇지는 않아요. 주변 환경이 중요하고, 어떤 시대를 타고 났느냐도 중요합니다. 100년을 혼자 앞서가면 그냥 망상주의자 취급 받기 쉬워요. 혁신도 그 혁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있어야 가능하지요. 실수에 너그러워야 도전이 가능하고, 조직 내에서의 성공은 공동 작업의 결과라는 걸 겸허히 인정했으면 좋겠어요. 늘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타인의 제안에 귀 귀울이며 살기를 희망합니다.

 

 

 

책의 전체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한 TED 강연도 올립니다.

 

 

한글 번역이 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한번 보세요.

개인적으로 저는, 최근작인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가 더 재미있었어요.

작가도 아이디어처럼 조금씩 진화하는가봐요. ^^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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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밀밀88 2016.08.23 2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요즘 퇴사준비하며 거의 노는데요. 첨부 동영상을 보려고 하다가 못봤어요.
    실업자가 과로사 한다고 진짜 하는 일 없이 바쁘군요.

    제가 초밥집을 한다니까. 하루 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직업이니 진짜로 하루 종일 서서 일할 수 있나를 미리 테스트 해보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어서

    알아본 결과, 내일부터 5일간 진짜로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데 알바자리를 구했습니다. 대형 초밥집 주방에서 이더위에 하루종일 뭔가 하나봅니다. 예상되는 저의 경험담은
    1 이건 할짓이 아니다.
    2 견딜만 하드라
    3 적성에 딱 맞고 아주좋다.

    뭐가 될지 내일 한번 해보고 알려드릴게요 ㅋㅋㅋ

    • 김민식pd 2016.08.24 0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전직을 준비하면서 미리 한번 맛보기를 해보는 건 중요하지요.
      댓글 다는 끈기와 성실함을 보면, 아무리 힘들어도 잘 해내시리라 믿습니다!
      날이 덥습니다. 부디 무탈하게 하루 잘 보내시길!

    • 첨밀밀88 2016.08.25 1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소감은
      1. 이건 할짓이 아니다. 입니다.
      제가 꿈꾸는 초밥집은 심야식당처럼 고객과 식당주인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정갈한 정성이 담긴 맛을 제공하는 작은 보이지 않는 공동체 인데요.
      어제 일 한 집은 좌석 200석에 무한리필 초밥집. 거의 음식공장이었지요. 이건 일식집이라기 보다는 공장밥이라고 하는게 더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ㅋㅋ

    • 김민식pd 2016.08.26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이고 그랬군요...
      저는 첨밀밀님께 얘기한 근로 조건을 듣고
      일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좀 아닌듯 하다... 고 느꼈는데...


      심야식당, 많은 이들이 꿈꾸는 공간이지요.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 아닐까요?
      첨밀밀 님의 창업 이야기, 앞으로의 전개가 무척 궁금합니다.

      새로운 도전, 기운 잃지 마시고, 초심을 간직하고 파이팅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