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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기 힘든 이유

by 김민식pd 2016. 8. 17.

2016-187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스티브 존슨 / 강주헌 / 프런티어)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혁신.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

 

지금의 세상은 증기기관(산업혁명)과 컴퓨터(정보혁명)가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모르는 혁신가도 많군요. 얼음왕 프레더릭 튜더라고 들어보셨나요? 강철왕 카네기, 자동차왕 포드, 석유왕 록펠러는 알아도 얼음왕은 몰랐거든요. 알고보니 오늘날 우리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 중 하나에요.

프레더릭 튜더는 미국 북부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어요. 당시 북부의 부자들은 겨울에 호수에서 꽁꽁 언 얼음을 잘라 창고에 보관했다가, 무더운 여름에 음료수에 넣어서 마시거나 목욕물을 식히는 용도로 썼대요. 열 일곱살에 카리브 해로 여행을 떠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한 거죠. '이 더운 나라에서 얼음을 팔면 대박나겠는데?'

인류 역사를 통틀어 무역은 적도 부근 남부에서 북부로 이동하는 형태로 이뤄졌습니다. 열대 지방에서 생산된 커피나 목화 등의 작물을 추운 지방으로 옮기는 거지요. 배들이 열대로 돌아갈 때는 텅텅 비어서 가거든요. 그 화물선에 얼음을 싣는 거지요. 꽁꽁 언 호수의 얼음도 공짜요, 비어서 가는 화물선 물류 비용도 거의 공짜입니다. 열대 지방에서 파는 얼음은 비싼 사치품이 될 거고요. 기가 막힌 아이디어지요?

그의 얼음 무역은 초반에 실패를 맛봅니다. 얼음은 더운 지방까지 가는 동안 녹고, 팔기를 기다리는 동안 녹아버리니까요. 사업 실패로 빚을 지고 감옥에 갇히는 수모까지 겪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아요. '이것만 대박나면 떼돈을 벌 것이다!'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결국 그의 얼음 장사가 대박이 나고, 평생 모은 재산이 현재 가치로 2억 달러가 넘는 부자가 되었다는군요.

자, 이렇게 얼음 무역이 대박을 내자, 그걸 본 사람들이 얼음이 돈이 된다는 걸 알았어요. 그렇다면 얼음을 만들어도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그 결과 냉동 기술이 발달하게 됩니다. '얼음 공장의 온도를 낮춰 얼음을 만들 수 있다면,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도 시원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 결과 에어컨이 만들어지고요. 에어컨의 보급 덕분에, 예전에는 더워서 살기 힘들던 도시들, 예를 들어 플로리다 같은 도시가 노인들의 천국이 됩니다. 겨울에도 춥지 않고, 여름에는 냉방기 덕분에 서늘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결국 남부 도시들로 북부의 은퇴자들이 대거 이동합니다. 이건 수명의 연장에도 도움을 줬을 겁니다. 심혈관계 질환을 앓는 노인들은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아요.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나면서 노인들의 수명이 연장되지 않았을까요?

흑인들이 많은 남부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었는데, 요즘은 장수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 공화당 지지세로 바뀌었답니다. 냉기의 발명이 정치적 지형까지 바꿉니다. 다 떠나서, 요즘같이 더운 날, 우리가 에어컨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나요?

냉장 기술이나 에어컨 등은 어느날 갑자기 어느 천재 한 명이 떠올린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급속 냉동식품이라는 아이디어는 불현듯 깨달은 직관적 통찰이나 순간적인 영감에서 떠오른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서서히 구체화됐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십 년을 두고 차근차근 구체화되고 뚜렷해진 아이디어라는 점에서, 나는 이런 아이디어를 '직관적 통찰 lightbulb moment'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느린 직감 slow hunch'이라 즐겨 부른다.'

(위의 책 92쪽)

'요컨대 (어떤) 아이디어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요인은 그의 개인적인 천재성이 아니라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로 발달한 전문 지식이었다. 그는 이런 지식을 결합해서 새로운 개념을 생각했을 뿐이다.'

(위의 책 96쪽)

 

'소리'에 관련한 기술 중 놀라운 발명품 2개가 바로 전화와 축음기입니다. 그런데 전화를 발명한 알렉산더 벨과 축음기를 발명한 토머스 에디슨은 각각 그 용도를 반대로 생각했다는군요. 에디슨은 축음기가 우편 제도를 통해 음성 편지를 보내는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 생각했고, 벨은 전화가 공연장에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생음악을 듣는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 생각했대요. 뛰어난 두 발명가도 자신의 발명품의 용도는 반대로 예측한 거죠. 

 

1800년대 미국 북부에 사는 사람은 겨울에 얼음이 얼지 않는 곳을 상상할 수 없었고, 남부에 사는 사람은 얼음의 호사를 구경할 수 없었어요. 프레더릭 튜더는 카리브 해로 여행한 후, 얼음 무역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앞으로 세상의 변화나 발달은 더욱 가속화 될 것입니다. 우리가 접근 가능한 지식의 양이 방대하고, 인터넷과 미디어 덕분에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창구도 무궁무진하거든요. 정보와 간접 경험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 다시 네트워크 형 혁신을 불러일으킵니다. 뛰어난 한 명의 천재보다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기술의 발달에 조금씩 진화를 가져옵니다.

 

이제 세상의 변화를 예측하기 갈수록 힘들어질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의 강화로, 자본의 힘이 날로 강해집니다. 자유를 보장받은 개인의 탐욕, 사업가의 탐욕이 기술의 발전을 견인할 것이에요. 산업의 발전은 결국 그 혁신가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 갈 것이고요.

 

얼음왕 프레더릭 튜더를 우리가 모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의 대박 사업이 지속가능하지 않았던 겁니다. 얼음을 파는 게 목적이었는데, 결국 냉동 기술의 발달을 불러왔어요. 어디에서나 얼음을 만들 수 있게 되자 얼음 무역 자체가 사라졌어요. 에디슨이나 벨 같은 천재도 자신의 발명품이 가져올 세상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었어요. 그러니 우리 같은 사람이 드론,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신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변화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자, 세상이 어떻게 변할 지 알 수 없을 때,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개개인이 자신을 알아가는 노력을 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 나는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할 때 가장 행복한가.' 세상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은, 나로부터 오니까요.

 

 

좋은 책을 추천해주신 마냐님께 감사드립니다!

https://brunch.co.kr/@manya/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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