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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드는가

by 김민식pd 2016. 7. 23.

2016-172 무엇이 삶을 예술로 만드는가 (프랑크 베르츠바흐 / 정지인)

 

이 땅에서 창작자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책은 처음부터 우리가 누리는 행운을 칭송합니다.

'붓다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극도로 일어나기 힘든 일임을 강조했다. 지난 생에서 대단히 훌륭한 사람이었어야만 이번 생에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고, 그렇지 않았다면 A4 사이즈의 대량 사육 농장에 갇혀 있거나 동물 다큐의 주인공 중 하나로 살아가게 될 거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한 곳에 살고 있을 테고, 여러분의 직업은 아마도 이 복지국가에서도 가장 좋은 직업들 중 하나, 그러니까 창조적인 노동으로 수입을 얻는 그런 직업일 것이다.

그런 삶은 어느 모로 보나 하나의 선물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위의 책 18쪽)

 

저 역시 PD의 삶은 하나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는 것이 곧 직업이니까요. 그래서 이 재미난 직업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까 생각하다, '잠깐, 방송사에 입사해야만 창작자가 되는 건가? 요즘 시대 유튜브나 블로그가 있는데, 누구나 창작의 도구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하고 소셜 미디어의 세계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창작자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자세입니다.


책에서 지적인 사람과 창조적인 사람을 이렇게 나눕니다. 지적인 사람은 '해야 할 일을 행하는 사람'이고 창조적인 사람은 '하고자 하는 일을 행하는 사람'. 창작자는 머리보다 가슴이 시키는 바를 따르는 이죠. 하지만 이 복받은 사람들은 늘 창작의 고통으로 괴로워합니다. 창작자들에게는 영혼의 안식처가 필요해요. 저는 그 쉼터를 책과 여행 속에서 찾습니다. 책에서는 창작자가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군요.

 

'버지니아 울프가 이미 1929년에 썼듯이, 여성이 위대한 장편 소설을 쓸 수 있으려면 '자기만의 방'과 어느 정도 생활을 꾸려갈 수 있을 만한 일정한 수익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오늘날 이러한 요구는 여성뿐 아니라 최고의 창조적인 성과를 내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 팀에서의 협동 정신과 언제나 연락할 수 있어야 하는 상태, 거대한 사무실, 투명한 건축물, 그리고 지나치게 불안정한 재정 상황은 사람을 순응적으로 만들며 이는 창조적인 사람들에게는 독과 같다.'


(위의 책 97쪽)

예전에 비해 창작자로 살기는 훨씬 쉬워졌습니다. 100년 전에는 여류 작가가 드물었어요. 다들 부엌이나 안방에서 가사 노동 하고 가족을 돌보느라 창작에 몰입할 자신만의 공간이 없었거든요. 결혼이라는 제도로부터 자유를 누리게 된 것이 창의성을 발현시키는 큰 계기가 되었어요. 그런 점에서 문화 예술의 발전을 앞당기려면 여성 해방이 우선입니다. 

누구나 창작가가 될 수 있다면, 과연 필요한 자질은 없을까요?

 

'빼어난 창작자란 최고의 아이디어를 단숨에 구현함으로써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인내하며 기꺼이 다시 시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좌절 앞에서 쓰러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더 독려할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과 세계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전 세계의 지게차 기사나 세무사의 비율보다 더 높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극단적이지 않고 약간 활기를 빼앗는 정도라면 그러한 내적인 괴로움도 자극이 될 수 있다.'

(위의 책 148쪽)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창작자는 본 적이 없어요. 작가든 배우든 가수든, 누구나 힘든 점이 있죠. 삶의 무게, 창작의 고통에 짓눌리지 않고 버티는 것이 요령이겠지요. 저는 재능보다 더 중요한 자질은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블로그에 글 한 편 쓸 수는 있어요. 하지만 매일 매일 한 편씩 쓸 수 있느냐, 그것이 블로거의 삶을 꿈꾸는 제게 주어진 과제라 생각합니다.

 

'우리 자신의 창작 가능성을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경험과 삶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창작자가 표현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우리 자서전의 한 조각인 것이다.'

(위의 책 186쪽)

우리의 삶을 예술로 표현한다면, 그 질료는 시간입니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로 창작자의 삶은 예술로 표현될 수 있겠지요. 그런 점에서 저는 인생에서 버려지는 시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매일 꾸준히 하는 것만이 창작자를 만들어주니까요.


 




책을 택배로 받아들고 펼쳤을 때 목차만 읽고도 감동적이었어요. 이 책은 제가 고민해온 화두들을 목차에 펼쳐보입니다. 창작자로 사는 분들에게, 영혼의 쉼터같은 책이 될 겁니다. 블로그에 목차를 올려두고, 언젠가 드라마 촬영 중에 난관에 부딪혔을 때, 문득 불러내보고 싶습니다.

 

1_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가
1.01> 오직 당신만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
1.02> 세계는 우리에게 아무 관심이 없다
1.03> 변화시켜야 할 것은 일상의 삶이다
1.04> 사소해 보이는 것들의 힘
1.05> 성공이 아닌 좋은 삶을 추구하라
1.06> 창조의 첫걸음은 자기 성찰이다

2_ 당신은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
2.01> 창조적 활동과 돈벌이
2.02>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
2.03> 포괄적 관점에서 본 노동
2.04> 일에 빠져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2.05> 생각보다 경험이 더 큰 연료가 된다
2.06> 지금 하는 일의 일부가 되어라
2.07> 창조적 활동에 유리한 환경

3_ 창조는 고요하게 이루어진다
3.01> 우리는 너무 많이 말한다
3.02> 아이디어는 혼자서 만들어내는 것
3.03> 침묵하는 자만이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3.04> 소리에 귀 기울여라
3.05> 생각의 감옥에서 탈출하라
3.06> 자유를 위한 마음챙김
3.07> 자신과 문제를 동일시하지 말 것
3.08> 삶의 휴전 같은 명상

4_ 때로는 절망도 힘이 된다
4.01>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4.02> 완벽해질 필요는 없다
4.03> 감정이 전부는 아니다
4.04> 우울은 극복할 수 있는 악덕이다
4.05> 부정적 사고의 논리
4.06>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 때

5_ 창조성을 향상시키는 기술
5.01> 행복해지기
5.02> 내면의 정원 가꾸기
5.03> 포용하라, 놓아라, 멈춰라, 행동하라!
5.04> 선禪의 미학
5.05> 한 번뿐인 경험을 표현하라
5.06> 연습이 곧 예술이다
5.07> 홀로 그러나 외롭지 않게
5.08> 지속 가능한 가치를 지향하라
5.09> 지성과 감성의 조화
5.10> 창조성을 위한 공식

6_ 영혼을 위한 휴가
6.01> 현대인의 건강 숭배
6.02> 우리는 멈추지 않는 세계를 살아간다
6.03> 더 많이 일하기 위해 시간을 벌다
6.04> 일상의 짧은 여유, 차 마시기
6.05> 차의 효과
6.06> 차를 우리는 완벽한 방법
6.07> 가서 차나 마셔라

 

주말입니다. 꿀같은 휴식의 하루지요. 마냥 놀기보다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해봅니다. 해야할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삶을 예술로 만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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