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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PD 공채는 로또?

by 김민식pd 2011. 7. 12.
연예인이 되는 건 로또 당첨보다 더 어려우니, 차라리 PD를 꿈꾸시라. 고 했더니, 공중파 PD가 되는 것 역시 로또 당첨 만큼이나 어렵다는 볼멘소리 들려온다.
 
인정... 해야겠다. 사법시험 2010년도 합격자수는 800명 선이다. 2010년 한 해 방송3사에서 뽑은 드라마PD의 숫자는? 1명이다... SBS는 공채가 없었고, KBS는 안 뽑았고, MBC는 한 명 뽑았다. 이러니 로또라는 얘기가 나올만도 하지.

나도 내가 MBC에 PD로 입사한 건 내 인생의 로또라고 생각한다. 아니, 난 MBC 입사가 로또 당첨보다 더 좋다. 로또 1등 맞아봤자 일시불로 15억 받고 땡 아닌가? MBC 입사하면 퇴직할 때까지 20억 넘게 받는데, 일시불보다 더 좋은 월별 분납으로 받는다. 일시불로 받아봤자 얼마 안 가 다 까먹고 인생 불행해진다. 평생 직장에서 일하면서, 삶의 긴장감도 꽤 있고, 또 세상 사람들에게 즐거움까지 주는 직업을 얻으니 로또 대박보다 더 좋지 아니한가? 

그럼, 로또 만큼이나 어려운 직업이니 그냥 포기하는게 나은가? 난 PD 지망생으로 사는 건 매주 로또를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로또는 꽝이면 투자원금도 회수 못한다. 그런데 방송사 공채 준비에 들어가는 투자원금은 무엇인가? PD 시험 볼때 필요한 것? 영어, 국어, 상식, 논술이다. 이건 일반 기업 공채 요강과 똑같다. 사법고시나 외무고시랑 달리 언론고시는 꽝이 없다. 떨어지면, 그동안 언론고시용으로 쌓아둔 외국어 스펙이나 논술 실력으로 일반 기업 들어가면 된다. 그대가 PD를 꿈꾸며 쌓아둔 모든 스펙은 그대의 자산으로 남는다. 괜찮은 투자 아닌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언론고시를 따로 준비해 본 적이 없다. 난 다만 통역대학원을 다니며 영어 동시 통역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재밌을 것 같아 MBC에 원서를 내고, 2주동안 저녁에 2시간씩 언론사 기출 문제집 (국어, 상식) 한 권을 풀어보고, 필기시험을 치뤘다. 그랬다가 덜커덕 붙었으니 난 언론고시 참 수월하게 붙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 통역대학원 후배였던 지금의 와이프 왈. '오빠가 언론고시를 준비한 적이 없다고? 오빤 평생 언론고시 준비만 하고 산 거야. 늘 통대에서 영어 공부했지. 과제 제출하느라 논술공부했지. 독서가 취미니까 책읽으며 상식 공부했지. 그게 다 언론고시 준비지, 뭐야?'

그렇다. 언론고시 준비, 별다른 거 없다. 그냥 일반 대학생들이 취업 준비하면서 하는 게 다다. 세가지만 열심히 해두시라. 1. 영어 공부. 어차피 다른 회사 취직할 때도 요긴한게 영어다. 기본 스펙 아닌가? 2. 독서. 논술에는 독서가 최고다. 책 많이 읽으면, 상식도 넓어진다. 3. 취미생활. 재미난 경험 많이 해두시라. 연애며 여행이며 많이 만나고, 많이 즐기시라. 나중에 프로그램 연출할 때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누누히 강조하지만 PD는 공부하는 직업이 아니라, 노는 직업이다. 잘 노는 PD가 연예인들이랑도 잘 놀고, 시청자들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

PD 공채는 로또다. 하지만, 꽝없는 로또다. 해서 안되도 손해 볼것 크게 없다는 각오로, 즐겁게 도전해주시길 바란다. 그러다 운좋게 로또에 당첨 되면, 꼭 나를 찾아오시라. 뉴논스톱의 양동근 톤으로 외쳐드리겠다. "딱 걸렸어~ 한 턱 쏴!"  


(다음 편에서는 '공중파 PD 말고 또 어떤 일자리가 있나?' 일러드릴까 한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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