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021 20년만에 날아온 편지 90년대 여동생과 둘이서 서울에서 자취를 할 때 일입니다. 어느날 동생이, 자신의 학교 여자 선배가 지낼 곳이 없어 곤란을 겪고 있으니 몇달 간 같이 살아도 되냐고 묻더군요. 다른 이의 어려운 처지를 그냥 보고 넘기지 못하는 동생의 심성을 알고 있으니 그러라고는 했지만, 한편으론 좀 그렇더요. '아, 그래도 나도 20대의 혈기왕성한 남자인데, 막 그래도 되나?' 대학 다닐 때, 동아리 여자 후배들이 저한테 와서 이런저런 고민도 털어놓고 연애 상담도 하고 그랬어요. 잘 생기고 멋있는 선배한테는 감히 근처에 가지도 못하면서 저처럼 부담없이 생긴 선배한테만 그러더군요. '아니, 말이야, 내가 생긴 게 빈약하다고 그렇게 막 편하게 대해도 되나?' 하여튼 뭐, 그렇게 속으로 궁시렁거리면서 같이 지냈어요. 2012.. 2017. 2. 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