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 한국 영화들, 다들 재미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순위를 매겨본다.
1위는 새롭게 등극한, 최종병기, 활!
우와아아! 진짜 재미있다. 올 여름 영화 최고작이다. 보는 내내 화면에서 객석으로 화살이 슉슉! 날아오는 느낌. 긴장감 최고다. 올 여름 한국 영화 중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가장 재미난 영화라는 점에서, 마치 보이지 않는 사수가 날린 화살에 심장을 뚫린 느낌이다.
다음 2위는 퀵... (1위였는데, 활의 개봉으로 한 계단 밀렸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우와 이제 우리 나라에도 이런 영화가 나오는구나!" 감탄했다.
여기서 이런 영화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이 멘트를 영화에 대한 폄하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건 과찬에 가까운 멘트니까.
한국 오락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 늘 아쉬웠던 점은, 신나게 난장을 피고 놀다가 끝에 가서 갑자기 심각해지며 억지 감동을 주려고 하는 점이었다. 코미디면 그냥 보고 웃기면 되는 거 아닌가? 감동 강박증이 싫었다. 그런데, 퀵은 다르다. 마냥 달린다. 큰 뜻 없고, 별 이유 없다. 달리라고 하면 달린다. 끝없이 터지는 개그 퍼레이드. 오락 영화의 미덕이란 이런 것이다.
퀵의 한국적 강점은, 스턴트에 있다. 역시 한국의 맨파워는 대단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스탭들의 열정이 팍팍 느껴지는 엔딩 크레딧 씬. 놀랍다. 올 여름 영화, 최고 강추작이다.
다음은 고지전...
소재로 보면 가장 한국적인 영화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공간, 가장 드라마틱한 시간을 포착해냈다는 점이 최고의 미덕이다. 꽉 꽉 채워넣은 시나리오 덕에 영화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금만 덜 채웠으면 조금 더 편안했을지도? 하는 정도? 그냥 아쉬움에 해보는 소리다.
이제훈이라는 배우는 진짜 발견인 것 같다. 최근 몇년 사이 이렇게 강렬한 신인의 등장이 있었나 싶다. 물론 작년 방자전에서 송새벽의 등장도 대단했지만 송새벽은 짧은 시간 내에 비슷한 이미지를 과잉 소비하면서 저러다 질릴까 걱정된다. (7광구에서의 역할 정도면 차라리 신인에게 맡기는게 어땠을까?) 이제훈, 발견이다!
그리고 7광구...
보면서 많이 아쉬웠던 영화다. 봉준호의 위대함이 더 새록새록 느껴지는 영화였다. '괴물'은 해냈지만 '7광구'는 해내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괴물'은 헐리웃 B급 괴수 영화를 한국적으로 해석하면서 오히려 장르의 진화를 이루어냈다. 오죽하면 '에이리언 대 카우보이'의 감독이 '괴물'을 참고했다거나, J.J. 에이브람스가 '괴물'의 영향을 받아 '슈퍼 에이트'를 만들었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나올까. 그런데 '7광구'는 보는 내내, 헐리웃의 '에이리언' 시리즈가 떠올랐다. 시고니 위버와 비교해도 절대 부족함이 없는 하지원의 활약 덕에 영화는 좀 살아났지만, 화면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에서 새로운 무언가는 부족했다. 그들을 흉내내 본 것 만으로 '와, 우리도 이제 이런거 한다!'하고 박수쳐 주는 시대는 이미 지나지 않았나? 흉내 이상의 새로운 오리지날리티가 필요하다.
끝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
한국 영화의 진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나름의 답이 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제작비 많이 투입한 한국 애니메이션들, 어설프게 재패니메이션 흉내만 냈다가 망한 작품들 많은데, 이 영화는 다르다. 먼저 한국적인 정서가 무엇인지 꼼꼼히 성찰한다. 엔딩을 보고 갸우뚱 하는 분들도 있던데, 난 영화의 엔딩이 무척 좋았다. 판에 박힌 헐리웃 식 권선징악 대신 무언가 생각할 꺼리를 안겨주는 엔딩...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나라 스토리 산업의 발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나라 콘텐츠 산업의 힘을 보여준다. 올 여름 한국 영화 중 보고 나오면서 가장 뿌듯했던 작품이다.
한국 영화의 성취도가 높아지면서 연출로서 배우는 것도 많다. 퀵을 보면서, 연출의 욕심에 대해 배웠고, 고지전을 보며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배웠고, 암탉을 보면서 한국적인 이야기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음~ 언젠가는 이 모든 배움이 묻어나는 무언가를 나도 만들 수 있어야 할텐데... 그냥 배우다 마는 거 아냐? ^^ 그런들 어떠하리. 지금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광으로서도 충분히 행복한데~ 언젠가는 나도 그들처럼!
1위는 새롭게 등극한, 최종병기, 활!
우와아아! 진짜 재미있다. 올 여름 영화 최고작이다. 보는 내내 화면에서 객석으로 화살이 슉슉! 날아오는 느낌. 긴장감 최고다. 올 여름 한국 영화 중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가, 가장 재미난 영화라는 점에서, 마치 보이지 않는 사수가 날린 화살에 심장을 뚫린 느낌이다.
다음 2위는 퀵... (1위였는데, 활의 개봉으로 한 계단 밀렸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우와 이제 우리 나라에도 이런 영화가 나오는구나!" 감탄했다.
여기서 이런 영화란, 그냥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이 멘트를 영화에 대한 폄하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건 과찬에 가까운 멘트니까.
한국 오락 영화를 보면서 그동안 늘 아쉬웠던 점은, 신나게 난장을 피고 놀다가 끝에 가서 갑자기 심각해지며 억지 감동을 주려고 하는 점이었다. 코미디면 그냥 보고 웃기면 되는 거 아닌가? 감동 강박증이 싫었다. 그런데, 퀵은 다르다. 마냥 달린다. 큰 뜻 없고, 별 이유 없다. 달리라고 하면 달린다. 끝없이 터지는 개그 퍼레이드. 오락 영화의 미덕이란 이런 것이다.
퀵의 한국적 강점은, 스턴트에 있다. 역시 한국의 맨파워는 대단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스탭들의 열정이 팍팍 느껴지는 엔딩 크레딧 씬. 놀랍다. 올 여름 영화, 최고 강추작이다.
다음은 고지전...
소재로 보면 가장 한국적인 영화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공간, 가장 드라마틱한 시간을 포착해냈다는 점이 최고의 미덕이다. 꽉 꽉 채워넣은 시나리오 덕에 영화의 완성도는 매우 높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조금만 덜 채웠으면 조금 더 편안했을지도? 하는 정도? 그냥 아쉬움에 해보는 소리다.
이제훈이라는 배우는 진짜 발견인 것 같다. 최근 몇년 사이 이렇게 강렬한 신인의 등장이 있었나 싶다. 물론 작년 방자전에서 송새벽의 등장도 대단했지만 송새벽은 짧은 시간 내에 비슷한 이미지를 과잉 소비하면서 저러다 질릴까 걱정된다. (7광구에서의 역할 정도면 차라리 신인에게 맡기는게 어땠을까?) 이제훈, 발견이다!
그리고 7광구...
보면서 많이 아쉬웠던 영화다. 봉준호의 위대함이 더 새록새록 느껴지는 영화였다. '괴물'은 해냈지만 '7광구'는 해내지 못한 것은 무엇일까? '괴물'은 헐리웃 B급 괴수 영화를 한국적으로 해석하면서 오히려 장르의 진화를 이루어냈다. 오죽하면 '에이리언 대 카우보이'의 감독이 '괴물'을 참고했다거나, J.J. 에이브람스가 '괴물'의 영향을 받아 '슈퍼 에이트'를 만들었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나올까. 그런데 '7광구'는 보는 내내, 헐리웃의 '에이리언' 시리즈가 떠올랐다. 시고니 위버와 비교해도 절대 부족함이 없는 하지원의 활약 덕에 영화는 좀 살아났지만, 화면 구성이나 이야기 전개에서 새로운 무언가는 부족했다. 그들을 흉내내 본 것 만으로 '와, 우리도 이제 이런거 한다!'하고 박수쳐 주는 시대는 이미 지나지 않았나? 흉내 이상의 새로운 오리지날리티가 필요하다.
끝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
한국 영화의 진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나름의 답이 되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제작비 많이 투입한 한국 애니메이션들, 어설프게 재패니메이션 흉내만 냈다가 망한 작품들 많은데, 이 영화는 다르다. 먼저 한국적인 정서가 무엇인지 꼼꼼히 성찰한다. 엔딩을 보고 갸우뚱 하는 분들도 있던데, 난 영화의 엔딩이 무척 좋았다. 판에 박힌 헐리웃 식 권선징악 대신 무언가 생각할 꺼리를 안겨주는 엔딩...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나라 스토리 산업의 발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영화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나라 콘텐츠 산업의 힘을 보여준다. 올 여름 한국 영화 중 보고 나오면서 가장 뿌듯했던 작품이다.
한국 영화의 성취도가 높아지면서 연출로서 배우는 것도 많다. 퀵을 보면서, 연출의 욕심에 대해 배웠고, 고지전을 보며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배웠고, 암탉을 보면서 한국적인 이야기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음~ 언젠가는 이 모든 배움이 묻어나는 무언가를 나도 만들 수 있어야 할텐데... 그냥 배우다 마는 거 아냐? ^^ 그런들 어떠하리. 지금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광으로서도 충분히 행복한데~ 언젠가는 나도 그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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