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면접 요령을 썼으니 오늘은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이랄 것 까진 없고^^ 그냥 몇가지 당부 말씀 드린다. 먼저,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읽는 사람 입장도 좀 고려해주면 좋겠다. 재미나게 써달란 얘기다.
서류전형의 심사위원은 다 현직 PD들이다. PD를 뽑는 가장 좋은 심사위원은 PD이므로, 현장에서 제일 바쁜 PD들이 차출된다. 서류심사는 사실 가능하면 피하고 싶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
심사할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시간은 부족하고 지원자는 많다. 게다가 촬영 다녀와서 편집실에서 쪽잠 자며 틈틈이 심사를 해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심지어 지루한 자기소개서라면야... 쓰는 사람 입장에선 절대 지루하지 않다고 느끼겠지만, 읽는 사람 입장은 다르다. 다들 비슷비슷한 스펙에 비슷비슷한 지원 동기, 차별화되지 않는 자소서를 읽는 건 정말 괴롭다. 그렇다면, 날밤을 샌 PD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글은 과연 무엇일까?
재미있는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 몇 가지~
1. 쉽게 써야한다.
지식을 뽐내기 위해 현학적으로 쓰는 자기소개서,.. 드라마 얘기하면서 문학비평하듯 어려운 매체이론 들이대는 글... 이런 글은 수면제다. 대중을 상대로 강의하듯이 연출하실 분들은 PD하지 마시고 그냥 학문하시라. TV 시청자들이 예능이나 드라마에서 원하는 것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그냥 즐거움이다. 정보나 지식을 원하는 사람들은 TV 안 본다, 그 시간에 책 읽지.
드라마를 가장 열심히 보는 이들은 소수의 지식인이 아니라 다수의 서민들이다. 바쁜 일상이 끝난 후, 잠들기 전 잠시 쉬면서 TV 보는 사람들. 자신의 힘든 처지에 대해 불평 한번 못하고 살지만, 연속극 속 불쌍한 여주인공을 위해서는 펑펑 울어야 속이 풀리고, 바람난 남편에게는 욕이라도 실컷해야 분이 풀리고, 끝내는 이혼녀가 홀로서기 끝에 연하 사장의 사랑을 받아야 행복해지는 사람들이다.
이런 보통 눈높이의 시청자들을 대하는 마음으로 자기소개서를 써야한다. PD는 어려운 말 하는 사람 아니다. 보편적인 정서를 쉽게 풀어내는 사람이다.
2. 솔직하게 쓰라.
자기소개서든 면접이든 정답은 없지만, 솔직한 답변과 정직한 글이 최선이다. 솔직하지 못한 답변은 어딘가 옹색한 티가 난다. 술술 잘 읽히는 글은 그만큼 진솔한 글이다. 뭔가를 감추려드는 글은 읽으면서도 어색하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재미있다. 심사위원의 취향은 제각각이지만, PD라면 누구나 사람 이야기에 귀가 솔깃하다. 그대가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하라. 바로 당신 자신의 이야기 말이다. 어디서 읽고 들은 남의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인 척하는 글은 읽다보면 금방 티난다. 솔직한게 최고다.
3. 에피소드를 활용하라.
눈에 보이는 듯 사건을 서술하라. PD는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이다. 영상매체를 다루지만 결국 활자를 통해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고, 그 그림을 대중에게 보여주는 사람이다. 읽기에 즐거운 글은 머리속에 상황이 술술 그려지는 글이다.
구체적인 사건이나 정황, 사례를 들어 당신이 경험한 바를 말하라. 추상적인 관념이나 이론은 필요없다. 이야기꾼으로서 당신의 자질을 보여달라. 에피소드를 촘촘히 엮어 한 편의 단편 소설처럼 쓴 자기소개서를 읽고 싶다. 한 장 짜리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인생 이야기 조차 녹여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50부작 연속극을 끌어간단 말인가.
쓰고 보니, 너무 어려운 주문만 늘어놓은 것 같다. 쉽게 생각해라. 소개팅에 나갔다. 정말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났다. 어떻게 자신을 어필할 것인가? 궁리하다보면 답이 떠오를 것이다. 15년간 사귀어본 후에도 후회 없다. MBC는 꼭 한번 대쉬해 볼만한 멋진 연인이다. 당신의 이야기로 MBC를 매혹시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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