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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즐거운 '공짜 피디 스쿨'을 다시 엽니다

by 김민식pd 2013. 1. 7.

소설 '왕좌의 게임'을 읽으며 작가가 촘촘하게 얼개를 짜놓은 세계관에 감탄하고 있는데 그중 특히 마음에 드는 것이 각 가문을 대표하는 가훈이다. 가훈을 보면 그 집안 사람들이 무엇을 중시하고 있는지 인물들의 캐릭터가 한 눈에 보인다.

 

스타크 가문의 '겨울이 오고 있다'를 보면 북방 민족의 검소한 삶과 경계하는 자세가 보이고, 라이벌인 라니스터의 '내 포효를 들어라'에서는 화려함을 과시하고 명예를 중시하는 부자 집안의 자긍심이 엿보인다. 결국 그 집안 사람들의 됨됨이나 행실을 보려면 가풍이나 가훈을 보면 된다.

 

'겨울이 오고 있다.' 참 멋진 가훈이다. 왕좌의 게임이라는 이야기는 결국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대서사시인 것 같다. 스타크 가문의 아이들은 혹독한 역경과 시련을 통해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간다.

 

인생이란 게임의 미션을 완수하는 방법은 원정을 떠나는 것이다. 호빗의 빌보 배긴스도,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도, 헝거 게임의 캣니스도 모두 하나의 미션을 받아들이고 여행을 떠난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이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집 떠난 결과로 혹독한 시련을 겪게 되지만, 어떤 운명도 시련없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올 한 해 나는 어떤 여정을 떠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매년 새롭게 주어지는 한 해는 일년 365일짜리 종합선물셋트다. 이 선물 상자를 무엇으로 채우는가는 오로지 나의 몫이다.

 

내게 작년 한 해의 테마는 '공짜로 즐기는 세상'이었다. 나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욕심에 피디가 되었지만, 작년에는 연출을 할 기회가 없었다. (파업 6개월에, 정직 6개월~^^) 방송이 아니라면 블로그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작년 한 해 열심히 블로그를 했다. 덕분에 블로거 대상 후보에도 오르고, 내 이름으로된 책 한 권을 남겼으니, 모두가 블로그를 찾아와 꼬박 꼬박 응원의 글을 남겨주시는 여러분 덕분이다.

 

자,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선물 상자를 나 자신에게 안겨야 할까?

 

드라마 피디니 만큼 '대박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은 어떨까?

 

'새해에는 부자되세요!'라는 인사는 좀 그렇다. 부자가 되는 게 내 뜻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연출로 오랜 세월 살아오며 나는 대박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게 되었다. (대박을 한번도 못 내봐서 그런건 아니고... ^^ 물론 아직 실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 내가 열심히 드라마를 만드는 것과 드라마가 대박이 나는 것은 웬지 별개의 문제랄까? 열심히 즐겁게 만드는 것은 내 마음이지만, 재미있게 봐주느냐 마느냐는 시청자 마음이다. 그래서 제작발표회를 앞두고 항상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과정에 충실하자!' (그래서 아직 대박이 안 났나? ^^)

 

'돈 벌게 해주세요.'를 빌지는 않는다. 그건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오히려 난 '돈 안쓰고도 즐겁게 살 수 있게 해주세요.'라고 빈다. 그건 나의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실천 가능하니까. 그런게 찌질한 짠돌이가 사는 자세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형이 대학 시절에 이런 말을 했다. "세상이 내게 시비를 걸지 않는데, 굳이 내가 왜 세상에 시비를 거니?" 올 한 해, 나도 대박 드라마 피디가 되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세상 일은 알 수 없다. (작년 한 해를 겪어보고 느꼈다. 절대 세상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게 세상을 사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세상 모든 드라마가 술술 주인공 뜻대로만 풀려간다면 그게 무슨 재미랴.)

 

인생의 행복은 바깥에서 오는 게 아니라 내 속에서 온다. 세상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즐기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래서...

 

나의 올해 목표는 '즐거운 공짜 피디 스쿨!'이다.

드라마를 연출하지는 못해도, 연출하는 즐거움을 남들과 나눌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난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면, 예전처럼 재미난 드라마를 즐기는 덕후로 살아야지.

즐겁게 꿈을 꾸고 즐겁게 사는 법에 대해 스스로 더 연구하는 한 해가 되도록!

 

올 한 해에도 공짜 피디 스쿨, 많이 찾아주시길!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그간 밀린 질문은 곧 차례차례 답을 올릴게요. 특히 강맥주씨 일당, 답이 늦어 미안해요!

나름 피디 스쿨도 그동안 겨울 방학이었다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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