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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공짜 연애 스쿨

나의 든든한 배후세력을 소개합니다

by 김민식pd 2012. 4. 4.

평소 연애를 많이 하라고, 연애 특강을 자주 합니다. 이유는, 연애가 인생에서 가장 남는 장사이기 때문이죠. 연애에는 꽝이 없어요. 긁어서 꽝 나오면, 그게 다 좋은 추억이 됩니다. 잘 되면? 인생에서 가장 든든한 내 편 하나를 얻게 되죠.

 

취업보다 더 중요한게 연애에요. 취업은 했다가 안 맞으면, 때려치우고 나오면 되지만, 결혼은 그게 쉽지 않거든요. 직장 여러번 옮기며 몸값 올리는 사람은 봤어도, 결혼 여러번 하며 몸값 올리는 경우는 못 봤습니다. 그만큼 한 번의 선택이 중요하죠. 그 선택을 잘 하는 비결은 하나 뿐입니다. 자꾸 만나봐야 합니다. 책이랑 똑같아요. 어려서는 여러 사람 만나서 자신의 취향을 찾고, 늙어서는 한 사람만 계속 봅니다.  

 

아내와 내가 만난건 외대 통역대학원 시절입니다. 학교 선후배였죠. 그때 아내와 나는 이런 얘기를 했어요. '영어만 가지고 평생 먹고 살기보다, 전문 기술을 하나 더 익히자.' 그래서 졸업 후, 각자 전문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저는 피디가 되었고, 아내는 컨설턴트가 되었죠.

 

 

아내는 내 인생의 전문 컨설턴트입니다. 

시트콤 연출로 데뷔했을 때, 조인성을 강력 추천했던 게 아내였구요,

(아내의 비극이죠, 눈은 조인성에 맞춰져있는데, 살기는 저랑 같이 평생 사는 것.)

나이 마흔 살에 드라마PD로 전직할까? 망설일 때 격려해준 것도 아내였어요.

"뭐가 걱정이야, 한번 해보고 안되면, 다시 예능국으로 돌아가면 되잖아?"

 

드라마국에 와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습니다.

오래도록 시트콤만 후다닥 찍던 버릇이 몸에 배어, 내가 만든 드라마는 스케일이나 디테일이 부족했죠. 드라마 피디로 살아남을 자신이 없어 방황할 때, 아내는 내게 이런 말을 해줍니다.

 

"내가 보기에 MBC는 이마트야. 다양한 피디가 상품이지. 그중에는 비싼 브랜드 상품도 있고, 저가 상품도 있을거야. 당신은 디테일도 약하고, 스케일도 작아. 화려한 대박 상품은 아니지. 대신 당신은 이플러스같은 존재야. MBC에서 가장 빠르고 싸게 찍는 피디가 되는거야. 그러면 대박은 안나도, 적어도 회사에 손해는 안 끼치겠지? 이플러스가 그래. 마케팅비도 빼고, 유통마진도 빼서 가격에 거품이 없지. 화려한 브랜드는 아니지만, 사실 이플러스는 이마트에서 최고 효자 상품이야. 당신은 MBC에서 이플러스 같은 피디가 되는거야."    

 

뭐, 그다지 칭찬 같은 얘기는 아니었지만, ^^ 어쨌든 저는 아내의 말에 힘이 났어요.

아내는 제 최고의 배후세력입니다.

드라마 시청률이 안나와서 스트레스 받고 머리 새고, 살 빠지고, 그러면 아내는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당신 만들고 싶은 대로 만들어. 망하면 어때? 굶어죽기야 하겠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저지르며 살 수 있는 이유는 아내 덕분입니다.

 

결혼을 했다고,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건, 결혼에 대한 모독입니다.

부부란, 각자가 원하는 삶을 사는데 있어, 서로 최고의 지원자가 되어야하니까요.

아내 덕에 나는 오늘도 파업 선봉에 섭니다. 내겐 든든한 배후세력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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