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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은퇴자의 세계일주

다낭, 중년 백수 배낭족의 천국

by 김민식pd 2022. 11. 30.

다낭으로 배낭 여행을 떠났어요. 매일 새벽에 일어나 오늘은 어디를 갈까 궁리하는데요. 그때 찾아보는 책이 있어요. <다낭 셀프트래블 : 2020-2021 최신판> (이은영 지음) 블로그 검색으로 여행 정보를 찾기도 하는데요. 저는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는 가이드북이 편하더라고요. 제가 애용하는 '예스24 북클럽'에 올라와 있어 휴대폰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 있어 더욱 좋아요.

책에서 일러준 대로, 미케 해변 - 용교 - 한강 - 다낭성당 - 콩카페 - 참 박물관, 이렇게 아침 걷기 여행 코스를 짭니다.

미케 해변 산책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다낭의 명물인 '용교' - 용의 장식을 한 다리-를 건넙니다. 이른 아침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용교는 밤의 야경이 더 좋아요.

전날 밤, 산책할 때 본 다낭 한강의 야경. 

싱가포르의 상징인 머라이온 Merlion(인어 Mermaid+ 사자)과 비슷한데요. 이 분은 Merdragon(인어 + 용)입니다. 

다낭을 가로지르는 이 강의 이름도 '한강'입니다. 오늘도 한강을 따라 산책합니다.

다낭 성당. 

'한 시장 남쪽에 위치한 성당으로 1923년에 프랑스인에 의해 건설되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졌으며 핑크빛 외관 덕분에 ‘핑크 성당’이라는 애칭이 있다. 성당 꼭대기에 뾰족하게 솟은 70m의 첨탑이 눈에 띄는데, 다낭 사람들은 이 수탉 모양의 풍향계가 특이하다고 생각했는지 ‘수탉 성당 Nhà Thờ Con Ga ’이라고도 한다. 수탉은 성경에서 예수의 십자가 죽음 당시 수탉이 울기 전에 베드로가 예수를 세번 부인했다는 일화에 등장해 회개와 깨달음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다낭 셀프트래블 : 2020-2021 최신판>

배낭여행자에게는 여행책자가 좋은 가이드입니다. 책을 읽어야 알 수 있어요. 그냥 보면 잘 몰라요.

다낭 성당 근처 금은방에서 환전을 합니다. 한국에서 달러화로 100불짜리를 준비해서 오고요. 현지에서 은행이나 금은방에서 베트남 동으로 환전을 해요. 제가 경험한 바, 환율에 큰 차이는 없어요. 은행의 경우, 여권을 제시해야 할 수도 있어 오히려 번거롭더군요.  

한시장이라고, 다낭의 현지 시장인데요. 잠깐 구경삼아 들렀다가...


인심 좋아 보이는 아주머니의 호객에 넘어가 쌀국수를 먹습니다. 한 그릇에 1500원. 가이드북을 보니 근처에 한국에서도 유명한 베트남 커피 전문점, 콩카페가 있다네요.

커피를 즐기지는 않지만, 콩카페 1호점이 있다고 하니 구경 삼아 가봅니다.

아이스 밀크 커피 한 잔에 우리 돈 2000원. 한입 쭉 들이켰더니, 오우, 달아. 딱 촌스런 내 입맛이야!

베트남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카페, 구경삼아 쉬어갑니다.

2층에서 보는 리버뷰 전망도 끝내줍니다. 

아침 7시, 아직 이른 시간라 그런가? 가이드북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카페인데 사람이 없네요?

나와서 보니 옆집이 콩카페네요.

제가 간 곳은 UT tich라고 콩 카페 옆 카페였어요. ^^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로 데려가 준다.'더니... 덕분에 예쁜 카페 구경 잘 했네요.

 

콩카페가 뜬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단 위치가 좋아요. 한국인 여행자가 즐겨 찾는 다낭성당과 한시장 근처에요. 그리고 이름이 쉬워요.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카페 브랜드는 스타벅스와 커피빈이지요. 별다방과 콩다방. 다낭에는 진짜 콩카페가 있는 거죠. 

행운이 따라야 성공할 수 있어요. 잘 나갈 때는 그렇기에 겸손해야 하고요.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이번에는 운이 따르지 않았나보다.'하고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질 필요도 있습니다.    

오전 8시 10분. 참박물관에 도착했어요. 입장료 3천원. 오픈 시간 오전 7시 30분입니다. 다낭의 날씨는 더워 도보 여행을 할 때는 선선한 아침에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1915년에 설립되어 100주년이 넘은 유서 깊은 박물관으로, 다낭 인근 지역에서 발견된 많은 유물을 보관할 목적으로 프랑스 고고학자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규모는 작지만,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유물들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중앙의 입구를 들어서면 남근을 상징하는 거대한 링가가 여성을 상징하는 요니와 결합된 조각상을 시작으로, 인도에서 참파 왕조로 전파된 힌두교의 섬세한 조각들이 전시되어 있다. 안쪽에는 동즈엉 시기에 유입된 대승불교가 힌두교와 융합되어 어우러진 독특한 불상들을 볼 수 있다.'

<다낭 셀프트래블 : 2020-2021 최신판>

미선 My Son 유적지에서 발굴한 유물이 많은데요. 

호이안에서 머무를 때, 미선 유적지로 1일 투어를 다녀왔어요. 그 얘기는 또 다음에 들려드릴게요. 

아름다운 무희들의 조각상을 보니 예전에 갔던 앙코르와트가 떠오릅니다. 책을 찾아보니...

'참족의 왕국, 즉 참파 왕국은 2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 베트남의 남부와 중부 지역에 존재했다. 이 왕국의 문화를 지배한 것은 인도에서 전수된 힌두교였다. 이들은 중국과 전쟁을 치를 때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인접한 안남과의 전투가 더 빈번했다. 12세기, 이들은 캄보디아를 침공해 앙코르와트를 약탈했다.' 

<세계 문화 여행 - 베트남> (제프리 머레이 저/정용숙 역)

그렇군요. 앙코르와트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은 유적지군요. 더욱 흥미가 당깁니다. 참파 왕국이 망한 후, 수백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밀림 속 유적을 찾아낸 건 서구의 박물학자들이었어요.

'16세기에 프랑스의 가톨릭 선교사들이 인도차이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프랑스가 인도차이나반도에 대한 야욕을 본격적으로 드러낸 것은 유럽 열강이 경쟁적으로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던 19세기에 이르러서였다.'

19세기에 프랑스는 인도차이나 반도를 식민지로 삼고요. 1915년 프랑스 고고학자들은 자신들이 이땅에서 발굴한 유물을 모아둘 목적으로 박물관을 건립합니다.  

그게 바로 이곳 참 조각 박물관이고요. 100주년 기념 사진을 보면... 


1919년에 완공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문득 궁금했어요. 프랑스 고고학자들은 이 귀한 유물들을 왜 본국으로 가져가지 않고 여기에 모아뒀을까? 원래 계획은 루브르로 반출할 생각이었을 거예요. 그러나 세계1차대전, 2차대전이 연이어 발발하고요. 심지어 나치 독일에 패해 프랑스는 독일의 지배하에 놓이지요. 그 틈을 타서 일본이 이 지역을 침탈해 식민지로 삼고요. 나중에 어찌어찌 2차대전이 끝나고 다시 돌아와 일본에게 식민지를 돌려받으려고 했다가, 현지 베트남 사람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힙니다. 그게 인도차이나 1차 전쟁이고요. 전쟁에 패해 프랑스는 베트남에서 철수하게 되지요.  

20세기 초, 프랑스 고고학자들은 인도차이나 반도에 대한 식민지배가 계속 될 줄 알았어요.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심지어 나치에 의해 본국인 프랑스가 독일의 속국이 될 줄은 몰랐던 거죠. 

인생 참 허망합니다. 훗날 폐허가 될 도시를 짓느라 백성을 동원한 왕도, 그 폐허를 발굴하느라 열대우림을 뒤진 학자도, 미래에 자신들이 인생을 바친 그 나라가 사라질 줄은 몰랐을 거예요. 역사의 흐름, 시간의 흐름 앞에서 한 개인의 의지는 무력합니다.

미선 유적지의 모습.

왕은 지상낙원을 꿈꾸며 도시를 만듭니다. 하지만 그 도시를 만드는 데 동원된 백성들에게도 그곳이 낙원이었을까요?

숙소로 돌아오는 길. 미케 해변을 걷다...

친구들끼리 옷을 맞춰입고 놀러온 분들을 만났어요. 사진사의 주문에 따라 포즈를 잡으며 깔깔 웃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분들. 멋진 추억을 만들고 가시기를~

오전 도보 여행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어요. 씻고 마사지를 받으러 갑니다. 동남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지요. 다낭에는 마사지 업소가 참 많은데요. 숙소 근처 구글 지도를 검색하다 '콥스파'라는 곳을 발견했어요.

오전 10시 30분. 콥스파. 

양완석님이 구글 리뷰에 남기신 글. 

'콥스파 정말 제가 인정 하는 스파입니다. 가게 직원도 너무 친절하고 남자 베트남 상주하는데 한국말 능통해서 대화하기 좋아요. 제일 좋은건 다른곳 보다 가격이 너무 저렴 하다는거 ㅎ ㅎ
저렴하면 마사지 별로 아닐까 생각은 금물 ㅎ ㅎ. 만약 아니다 싶으면 제가 제일 비싼 마사지 쏩니다 ㅎ ㅎ
다들 즐거운 여행 되네요.'

바디마사지 60분 20만동에 팁이 5만동이니까요. 합이 우리 돈 12500원.

콥 스파, 파라다이스 포 유어 라이프.

그렇죠. 마사지를 받으며 생각합니다. 지금 나는 참파 족의 왕이 부럽지 않구나. 매일 맛있는 음식 먹고 여행다니는 이곳 다낭이 내 인생의 낙원이구나. 

집에 돌아가면 마사지사의 손길이 그리울 것 같아요. 어떡하죠? 괜찮아요. 제게는 폼 롤러가 있으니까요. 운동을 마치고 매트를 깔고 누워 폼 롤러를 굴리는 순간이 또 천국처럼 느껴질 거예요. 

어느 곳에 있던, 당신이 있는 그 자리가 바로 천국이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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