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시에르는 1818년 자코토의 교육 경험으로부터 출발한다. 네덜란드로 이주한 프랑스인 자코토는 루뱅대학의 불문학 담당 외국인 강사로 임명된다. 그런데 학생들은 프랑스어를 전혀 몰랐고, 자코토는 네덜란드어를 몰랐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소통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자코토가 독특한 실험을 전개한 것이다. 그는 프랑스어와 네덜란드어 대역판이 나온 『텔레마코스의 모험』을 교재로 삼아 학생들이 프랑스어를 익히도록 했다. 그가 한 유일한 일은 제1장의 반을 외우고 나머지는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읽을 것을 통역을 통해 학생들에게 ‘주문’한 것이다. 그 성과는 놀라웠다. 학생들은 “초등학생 수준이 아니라 작가 수준”의 문장을 구사하게 된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학습이 가능했던 것인가? 랑시에르는 이것이 인류가 내내 실천해온, 자연스런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무언가를 혼자 힘으로, 설명해 주는 스승 없이 배워보지 못한 사람은 지구상에 한 명도 없다”. 어릴 때부터 우연적으로 익힌 여러 가지 일들, 별 의식 없이 따라하는 과정을 통해 배운 것들이 사실은 배움의 원형이라는 것이다. 랑시에르는 이를 ‘보편적 가르침’이라 부른다. “이 세계가 시작되고부터 모든 설명방법과 함께 실제로 존재한” 가르침, “우연의 방법을 체계적으로 되풀이”하는 그 가르침이야말로 인류에게 보편적인 것이다. (...)
이렇게 해서 출현한 개념이 ‘무지한 스승’이다. 무지한 스승에 대해 랑시에르는 세 가지 의미를 부여한다. 첫째, 학생에게 가르칠 것을 알지 못하는 스승. 둘째, 어떤 앎도 전달하지 않으면서 다른 앎의 원인이 되는 스승. 셋째, 불평등을 축소하는 수단들을 조정한다고 여겨지는 불평등에 대한 앎을 모르는 스승. 한마디로 모든 학생을 평등하게 대하며, 학생에게 특정한 지식을 주입하려고 하지 않는, 학생을 믿는 스승이 무지한 스승인 것이다. 무지한 스승은 학생에게 ‘지식’을 가르치지 않지만, ‘의지’를 가지고 학생들이 학습할 수밖에 없도록 강제하며, 모든 학생들이 지적으로 평등하다고 전제하는 스승이다.
“평등은 도달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전제하고 입증해야 하는 출발점”으로 삼는다. 평등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평등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 그것이 해방이다.
오로지 책을 외운 것으로 외국어를 익히는 건, 오래된 일이로군요. '평등은 목표가 아니라 출발점이다'라는 말씀이 와닿습니다. 제가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쓴 이유거든요. 영어를 잘 하기 위한 조건을 타고 나는 게 아니라, 누구나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1980년대 말에 영어를 공부했어요. 그 시절에는 해외 여행 자유화 전이라, 어학 연수가 없었고요. 또 한국 경제 상황이 좋아지기 전이라 한국으로 오는 원어민 교사가 드물었어요. 모르몬 교 전도사들이 당시에는 영어 회화 연습 상대였지요. 그덕에 저는 진짜 좋은 스승을 만납니다. 바로 '나 자신'이요.
사교육은 배움을 상품으로 소비합니다. 사교육 시장에서 학습 효과가 나지 않으면, 더 비싼 상품이나 다른 상품으로 대체합니다. 내 영어가 늘지 않는 건 스승의 실력이 부족한 탓이라 여기지요. 영어는 아무리 잘 가르쳐도 배우는 사람이 훈련을 하지 않으면 늘지 않아요. 아니, 오히려 혼자 연습할 마음만 있다면 스승이 없어도 배울 수 있어요.
내 속에는 영어를 잘 하는 내가 숨어 있어요. 그를 해방시키는 것, 그게 공부입니다.
댓글부대 모임을 공지합니다.
2019년 6월 2일 오후 2시고요.
장소는 전성기 캠퍼스입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봉로 48 시그나타워(라이나생명보험 본사) 지하 1층)
5호선 광화문역 청진공원 출구
1호선 종각역 그랑서울 출구좌석이 한정된 공간이라 참석자 수를 미리 파악하려고 합니다.
그날 오실 분은 이 글에 댓글을 달아 참석 여부를 남겨주세요.
'영어회화 100일의 기적'을 가지고 암송 공부를 하신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날은 1과부터 100과까지 눈을 감고 책 한 권을 다함께 외워볼까 합니다.
6월 2일, 전성기 캠퍼스에서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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