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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긍정 에너지상' 수상 소감

by 김민식pd 2019. 1. 9.

지난 연말,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 팀에서 전화가 걸려왔어요. 마침 장강명 작가님의 <당선, 합격, 계급>을 읽고 작가님을 향한 팬심을 더욱 불태우는 중인데, 애정하는 작가님의 목소리가 전화 넘어 들려오는 순간! "네, 안녕하세요, 작가님!"하고 갖은 애교와 아양을 다 떱니다.

"피디님, 저희가 지금 2018년도 팟캐스트 방송 총결산 중인데요. 시상식을 하고 있어요. 그중 피디님도 상을 타셨어요."

"네? 제가요? 무슨 상을요?"

"긍정 에너지 상이요."

푸하하! 순간 너무 신이 나서 또 오도방정, 깨방정을 떱니다. 

"우와아아앙! 고맙습니다!"


전화 연결이라 얼떨결에 장강명 작가님과 인사만 나누고 끊었는데요. 요조님께는 제대로 인사도 못 드렸더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하필 그 즈음, <당선 합격 계급>을 읽고 경도된 상태였거든요. '아, 장강명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하고요. 그런 분이 전화를 해서 "피디님이 <긍정 에너지상>의 수상자이십니다."라고 하니 좋아서 팔딱팔딱 뛸 수 밖에요. 요조님, 양해 부탁드립니다. ^^ 

연말에 올린 <당선 합격 계급>의 리뷰 두 편. 곧 3번째 리뷰가 올라옵니다. 요즘 이 책에 완전 빠져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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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이야기를 들어요.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강의, 잘 들었습니다."라는 말씀. '방송에서 밝고 유쾌한 모습, 잘 봤습니다.'라는 말씀. 저는 사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입니다. 동창회나 부서 회식에 잘 가지도 않고요. 평소 집에 틀어박혀 책만 읽습니다. 골방 폐인처럼 사는데 어쩌다 '긍정의 화신'이 된 걸까요?

어려서부터 소심하고 내성적이었어요. 아버지에게 많이 휘둘리고, 주위 친구들에게 치이기도 했지요. 대학 1학년이 되자, 전공이며, 외모며, 가정 환경이며, 다 원망스러웠어요.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나이 스물, 이제 나도 어른인데, 나의 불행에 대해 남 탓만 하며 평생을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때 결심했어요. '오늘 이후, 내가 불행하다면 그건 오로지 내 탓이다.' 하고요. 모든 게 내 탓이라 생각하니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사실 이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닐거야.' 하고 합리화를 하게 되었어요. 나쁜 일이 생긴 건 내 탓이니까요. 연출에서 배제되면, '덕분에 여유로워졌네?' 하고, 연출에 배정되면, '덕분에 멋진 배우들을 만나겠네?' 합니다.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려 애를 씁니다. 불행도 내 탓이니까요. ^^

불행을 뒤집어 긍정하는 일이 은근히 에너지가 많이 쓰입니다. 그래서 평소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피합니다. 동창회나 돌잔치, 부서 회식 같은 자리는 가지 않습니다.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을 만나 억지로 웃고 앉아 있는 건 에너지 소모가 심하더군요. 대신 책을 읽습니다. 책은 읽다가 재미없으면 그냥 다른 책을 펼치면 되거든요. 모임에 나가면 그게 어렵잖아요? (맞아요, 저 좀 비사회적인 인간입니다. ^^)

외롭게 살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진심으로 제게 온 행운에 감사하려 합니다. 예전에 <책 이게 뭐라고>에 출연했을 때, 장강명 작가님을 만났을 때 그랬어요. 책벌레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쓴 작가를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어요. 심지어 그날은 제가 쓴 책 <매일 아침 써봤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어요. 당연히 긍정 에너지로 가득찰 수 밖에 없지요. 

(그날 방송분을 들으시려면 아래 링크를~)

http://www.podbbang.com/ch/11897?e=22533288


긍정 에너지를 모으는 법, 평소에는 조용히 책을 읽으며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합니다. 그렇게 모은 에너지를 강연장이나 녹음실에서 한방에 집중하지요. '긍정의 화신'처럼 보이지만, 평소의 저는 그냥 중년의 덕후에 외로운 왕따예요. 그런 삶도 긍정하며 지냅니다. 그게 나니까요.

그래도 '긍정 에너지상'을 받으니 정말 기분 좋네요.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즐거운 일을 하며 사는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더욱 내 삶을 긍정하며 살아야겠어요. 

시상해주신 <책 이게 뭐라고> 제작진 여러분, 장강명 작가님, 요조 작가님,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에요!


<책 이게 뭐라고> 연말결산 2018 어워드 방송을 들으시려면 아래 링크로~

  http://www.podbbang.com/ch/11897?e=22815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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