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PD나 작가가 지녀야 할 자세? '드라마는 어디에나 있다.' 우리는 세상을 관찰하는 것으로도 일상의 드라마틱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며칠전 이대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본 영화들이다. '비우티풀'은 강력한 서사와 후반부에 충격적 반전이 쏟아지는 영화다. '라이프 인 어 데이'는 어느 날 하루,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찍어 유튜브에 공유한 것을 편집한 영화다. '라이프 인 어 데이'를 보면, 드라마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보다, 우리 주위에 있는 일상을 걸러낸 것이란 생각이 든다.
흔히들 창의성은 천재들의 전유물로, 기발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평범한 사람들이 주위의 일상을 꼼꼼히 관찰하고 걸러낼 수만 있어도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참고로 '라이프 인 어 데이'는 2010년 7월 24일 하루 동안 촬영되었다. 왜 하필 7월 24일일까? 마지막 타이틀 배경으로 디지털 시계에 날짜가 뜬다. 24/7... 영어 표현 중에 '매일 매일, 하루 종일'이라는 표현이 있다. 바로 24/7이다. 'I'm thinking of drama, twenty four seven. 매일 종일 드라마 생각만 해.' 전세계인의 일상을 포착하는 하루, 24/7... 정말 기발한 발상이다.
요즘 박경철님의 '시골 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란 책에 빠져 있다. 외과 의사인 박경철님이 병원에서 만난 인연들 이야기다. 생사가 오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있고, 큰 웃음 선사하는 에피소드도 있다. 물론 때론 콧등 시큰해지며 삶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도 많다. 책을 읽다보면, 문득 궁금할 때가 있다. 아니, 외과 의사의 삶이 이렇게 드라마틱하단 말인가? 거의 메디컬 드라마 저리 가라다. 난 그 분의 의사 생활이 특별히 극적이었다기보다, 그 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특별히 섬세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삶의 수집자이다. 우리 주위를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무신경하게 흘려보낼 수도 있고, 한 사람 한 사람 애정을 가지고 관찰할 수도 있다. 좋은 작가는 주위의 재미난 이야기를 수집해서 자신만의 서사로 편집해내는 사람이다. 좋은 연출은 일상의 소소한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디테일을 포착해 이를 그림으로 만드는 사람이다.
PD 공채 볼 때, 작문 소재로 아무리 황당한 주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말라. 우리 주위의 작은 경험으로부터 이야기를 끌고 가면 무엇이든 글로 풀 수 있다. 면접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원하는 후배는 탁월한 천재가 아니다. 대중의 삶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평범한 사람이다. 절대 겁먹지 말고,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면접에 응하시라.
끝으로 공짜 PD 스쿨 학생이 만든 과제작 하나를 여러분께 소개할까한다. 역시 일상의 순간을 잘 포착한 작품이다. 예전에 올린 글 중, '공짜로 영화 감독이 되는 법'과 '5분만에 배우는 영화 촬영 기술'이 있다.
2011/02/07 - [공짜 PD 스쿨] - 공짜로 영화감독이 되는 법
2011/08/15 - [공짜 PD 스쿨] - 5분만에 배우는 영화 촬영 기술!
공짜 PD 스쿨의 열혈 수강생 중 한 사람인 '쏘옹지이' 님이, 이 글을 보고 올레 미디어 스튜디오에서 하는 스마트폰 영화 아카데미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곳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 제1회 스마트폰 영상제에 작품을 출품했는데... BIFF 해운대 올레 라운지에서 거행한 시상식에서 당당히 1등상을 수상했다! 이 분은 이제 연출 경력에 이렇게 올리시면 된다. 부산영화제에서 전세계 영화 거장들과 함께 당당히 1등상 수상의 영광을! ^^
끝으로 '쏘옹지이' 님이 만든 '가족의 정석'을 올린다.
여러분도, 어서 세상에 달려나가, 여러분만의 드라마, 여러분만의 영화를 만들어주시기 바란다.
드라마는 어디에나 있으니까.
사랑하는 가족이 출연하는 영화를 공유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쏘옹지이님께 감사드린다.
공짜 PD 스쿨, 제1호 우등생으로 선정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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