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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

울릉도 여행

by 김민식pd 2016. 6. 21.

아버지랑 둘이서 요즘 북한산 둘레길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퇴직하고 산악회를 쫓아 전국의 명산을 누비고 다니신지라 지금도 슬리퍼 한짝 끌고 산을 오르십니다. 하루는 북한산 기슭 나무에 걸린 산악회 광고 전단을 넋을 놓고 보고 계시더군요. 울릉도 독도 여행 전단지였어요. 아버지 말씀, "대한민국 방방곡곡 다 가봤는데, 아직 독도는 한번도 못 가봤네..."

그래서! 아버지를 모시고 주말에 울릉도 독도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울릉도가 처음이었어요. 그동안 울릉도를 가지 않은 이유는...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배를 타고 3시간을 가야하는데 울렁대는 속을 견딜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멀미를 좀 하거든요. 그래도 어쩝니까, 칠순의 아버지가 가고 싶으시다는데 모셔야지. 

인터파크에서 여행 상품을 예약했습니다. 울릉도에 가려면 오전 9시에 묵호항에서 페리선을 타야하고, 묵호항에 가려면 서울 잠실에서 새벽 4시 반 버스를 탑니다. 잠실역까지 가려면 집에서 3시반에 나와서 택시를 타야지요. 이래저래 시간과 비용이 꽤 들더군요. 울릉도에서 다시 독도까지 배 타고 왕복 3시간입니다. 추가요금을 내고 2인 1실을 예약했습니다. 대략 두 사람이 2박 3일에 70만원 정도 하더군요. 생각보단 돈이 좀 드는 편이었어요.

2박3일간의 일정은 아주 알찼습니다. 패키지를 아주 잘 짰더군요. 가면 그냥 시키는 대로 쫓아다니기만 하면 됩니다. 울릉도가 초행이라면 자유 여행은 권하지 않습니다. 일단 대중 교통 수단도 애매하고, 렌터카 운전은 많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길이 워낙 좁아서요. 섬도 그리 큰 편이 아니고.

첫날 오후 12시에 배 타고 섬에 도착했어요. 여객선 터미널 매점에서 파는 멀미약을 먹은 덕인지 전혀 고생스럽지 않았어요. 점심 먹고 4시간 정도 미니버스를 타고 울릉도를 돌아봅니다. 나리 분지도 가보고요. 전반적인 답사를 했지요.

둘째날 오전 8시 집결인데요. 아버지와 저는 새벽에 일어나는 편인지라 일어나서 먼저 촛대바위로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숙소가 있는 저동에서 행남 해안 산책로를 갔습니다.

길이 참 좋은데 낙석 위험으로 길이 중간에 막혀있어 아쉬웠습니다. 간단한 산책을 즐긴 후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고 둘째날 오전 여행을 시작했지요. 봉래폭포와 전망대 등을 둘러보는 간단한 산행 코스였어요.  한 두 시간 정도 짧은 트레킹이라 힘들지 않고 좋았어요.

울릉도 주민의 식수원이라는 봉래 폭포. 산림욕장을 지나가면 만날 수 있어요. 오전 산행을 마치고 오후에는 배를 타고 독도에 들어갔어요.

아버지가 20년 전에 울릉도에 왔을 때는 독도에 갈 수 없었답니다. 요즘도 독도 접안은 쉽지 않아요. 3대가 덕을 쌓아야 독도 상륙이 가능하다는데, 우리는 운이 좋아서 독도에 올랐습니다. 독도 수비대를 만나 반가워하는 아버지의 모습. ^^

셋째날 오후에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오는데, 오전은 자유시간입니다. (해보니까 1박2일은 너무 짧고, 2박 3일은 되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울릉도의 최고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행남 해안 산책로를 걸었어요. 원래 도동항에서 저동 촛대바위까지 갈 수 있는 코스인데 중간에 낙석 위험으로 인한 출입제한 구역이 있어 도동 등대까지 갔다가 돌아왔습니다.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인데요. 아버지를 모시고 쉬엄 쉬엄 걸었습니다.

 

저는 여행을 참 좋아합니다.

시간이 나면 1. 일단 혼자 여행을 갑니다.

여행은 혼자 가는 게 최고입니다. 여행 좋아하는 이가 다른 사람과 여행을 가면, 주로 가이드의 역할을 맡기 쉽지요. 그러다보면 여행이 스트레스가 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저는 일단 혼자 다니는 배낭 여행을 선호합니다.

2. 그런 다음 시간이 맞으면 가족과 여행을 갑니다.

마님과 딸들과 함께 가는 여행, 경비가 많이 들고 장기 여행이나 배낭 여행이 힘듭니다. 주로 유럽 도시 여행이나 리조트 투어가 어울리지요.

3. 그런 다음 여유가 있으면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을 갑니다.

패키지를 보내드리는 방법도 있지만, 기왕이면 직접 모시고 가는 편이 더 좋아요. 부모님이 보고 싶다는 곳 위주로 다닙니다.

 

여기서 주의점. 절대 2번과 3번은 섞지 않는 편을 권합니다. 아이들과 아내와 부모님, 3대가 함께 떠나는 여행, 보기엔 아름답지만 만족도는 생각보다 떨어집니다. 끝이 별로 좋지 않아요. 어른들 일정 맞추려면 아이들이 지치고, 아이들 투정 맞추면 부모님들이 삐지십니다. 네, 나이 들수록 더 쉽게 삐져요. '저 놈 저거 마누라한테 꼼짝 못하는 구나.' '애들 밥 먹이느라 저는 한 술도 못 뜨네...' 하고 속을 끓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2번 따로, 3번 따로 여행 가는 걸 선호합니다.

 

연세가 드신 아버님이랑 여행을 갈 때는 이런 저런 것을 신경을 써 드려야하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심기 경호입니다. 평소 부모님이 하지 말라고 하는 일이 있다면 절대 삼가해야 합니다. 부모님은 며칠간의 여행으로 평소 저의 삶을 재단하시거든요.

 

행남 해안 산책로를 걸을 때, 어떤 중년의 부부가 우리를 쫓아왔어요. 트레킹 간다니까 저희를 따라 가도 되냐고, 그러시라고 했지요. 배낭 메고 무거운 짐을 들고 쫓아오시더군요. 저희는 짐을 다 여행사 사무실에 맡기고 나왔거든요. 트레킹할 때는 몸이 가벼워야합니다. 무거운 짐을 든 모습이 안쓰러워 아주머니 짐을 나눠들까 하다가 참았습니다. 아마 제가 남의 짐을 지고 산을 오르는 걸 보면 아버지가 언짢으실 거예요. 평소 아들이 남의 일에 나서고, 괜한 일에 앞장서다 늘 손해만 본다고 생각하시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 기간에는 그런 점을 좀 신경 써드려야 합니다.

 

 

일흔 다섯의 아버지와 여행을 하며, 저는 25년 후 저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아버지가 지금 그 연세에 여행을 즐기시는 건, 젊어서 워낙 많이 다니신 덕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노후가 즐거우려면

나의 현재가 즐거워야한다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도 즐기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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