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잘 하는 비결이 뭐에요?' 누가 물어오면, 제일 간단한 답은 이거다. '영어 잘 하는 척! 하면 됩니다.'
나는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다. 혼자 독학해봤자 거기서 거기지, 유학파나 교포는 못 당한다. 나는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척 한다.
영어 잘하는 척 하는 비결?
1. 콩글리쉬도 영어다.
영어는 언어다. 학문이 아니다. 의사소통의 도구다. 공을 주고 받는 상호 교환, 탁구와 같다.
탁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냥 치면 된다. 상대가 고수라면, 당신이 치기 좋게 공을 살살 받아 줄 것이다. 내가 초짜인데도 상대편에서 스핀 먹이고, 스매슁을 한다? 같이 공놀이 못 할 사람이다. 내가 기초 회화로 말을 거는데, 상대방이 온갖 어려운 말로 내 혼을 쏙 빼놓는다? 같이 말 섞지 못할 사람이다. 그냥 보내줘라. 같이 안 놀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다 상대를 배려해서 대화를 받아준다. 내가 아무리 못해도 걱정말고 공을 보내라.
입만 열면 콩글리쉬가 나오니까 영어하기가 겁난다? 콩글리쉬가 안되면 잉글리쉬도 못한다. 문법 신경 끄고, 발음 신경 끄고, 무조건 콩글리쉬로 시작해야한다. 콩글리쉬도 영어다. 왜? 그걸로도 의사소통이 되니까. 문장으로 대화하려 하지 말고 단어만 내뱉어도 뜻은 전달된다. 혼자 입안에서 맴도는 표현, 그냥 포기해버리지말고 단어만 던지면, 알아서 상대가 문장으로 되돌려 준다. '너 이 말 하려했던 거지?' 스매싱 먹일 생각말고 쉽게 넘겨줘라. 콩글리쉬도 영어다.
2. 리액션도 영어다.
영어 회화 수업에 가보면, 심각한 표정으로 선생 하는 얘기 열심히 받아적기만 사람이 있고, 그냥 편하게 팔짱끼고 앉아 다 알아듣는 척, 연신 고개 끄덕이며, '아하, 아하.' 반응해주는 사람이 있다. 둘 중 회화가 빨리 느는 쪽은 후자다. 못 알아듣는 얘기라도 그냥 웃어주고 고개를 연신 주억거려야한다. 그러면 상대도 내게 한번이라도 더 물어오고, 나도 입을 열 기회가 생긴다.
상대의 말보다 표정을 읽어라. 재밌는 얘기를 하는 건지, 심각한 얘기를 하는 건지, 표정을 보면 안다. 원어민들은 영어를 할때 우리보다 표정이나 동작이 풍부하다. 그걸 흉내내고 다양한 반응을 보여줘라. 말 한마디 안해도, 적절한 타이밍에 어깨 으쓱여주고, 웃어주고, "Uh, oh."만 해줘도 영어 무척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웃음소리, 얼굴 표정, 바디랭귀지, 이것도 다 언어다. 미팅 가보면 리액션 좋은 사람이 인기도 좋다. 회화도 마찬가지다. 리액션 좋은 사람이 즐거운 대화 친구가 된다.
3. 된장 발음도 영어다.
내가 영어를 하면 주위에서 그런다. "통역사인데 웬지 영어 발음은 친근하네요?" 좀 후진 된장 발음으로 영어를 한다는 뜻이다. 경상도 출신인 나는 심지어 영어할 때도 경상도 억양이 묻어나온다. 그러나 난 영어 발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TED.com에서 강의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프랑스나 남미 출신 연사가 영어로 강연할 때 보면 발음은 별로다. 억양이 아주 심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꿋꿋하게 영어한다. 발음은 중요한게 아니다. 핵심은 내용이다. 발음 후지다고 절대 기죽지 말라. 떳떳하게 막 떠들어라. 아무리 미국인 영어 발음이 좋아봤자, 한국어는 절대 나보다 못한다. 그들은 어설픈 한국어도 못하는데, 내가 영어 발음 좀 후지다고 기죽을 이유는 무언가? 된장 발음, 절대 기죽지마라. 2개 국어를 하는 당신이, 영어만 하는 원어민보다 더 멋진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라.
영어,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하는 척!하는 것이다.
명심하시라. 영어에서의 고수는,
10개을 알지만 셋도 표현하지 않는 사람보다,
다섯개만 알지만 다섯을 다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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