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잘 읽는 방법'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03.23 책을 꼭 읽어야할까? (22)

책을 꼭 읽어야할까? 생뚱맞게 떠오른 질문입니다. '배달의 민족'을 만든 김봉진 대표가 쓴 '책 잘 읽는 방법'을 읽는데, 프롤로그에 이런 얘기가 나와요. 김봉진 대표는 미대를 나와 디자인으로 먹고 살면서 책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대요. 삼십대 중반에 사업 실패를 경험하고 고민을 하지요. '왜 실패했을까?' 실패한 이유는 나에게 있을 테니, 잘된 사람들의 습관을 따라 해보자고 결심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니 두 가지 공통점이 있더랍니다. 하나가 꾸준함, 또 하나가 다독. 책을 읽어서 다 잘된 건 아니겠지만 잘 된 사람들은 일단 책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는 거지요. 워렌 버핏도, 빌 게이츠도 다 엄청난 다독가잖아요? 책을 많이 읽고, 사업이 술술 풀려가자 책과 거리가 있는 사람들도 쉽게 책과 친해지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 책을 쓴다고 합니다. 

<책 잘 읽는 방법> (김봉진 / 북스톤)

책을 읽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꼭 읽어야할까?' 제 주위에도 책 한 권 읽지 않고도 잘 사는 사람이 많고요. 책을 정말 많이 읽는데도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사람도 많아요. 저희 부모님의 예를 보지요. 아버지는 평생 책 한 권 읽지 않는 분입니다. 심지어 아들이 쓴 책도 읽지 않아요. 그런 아버지가 늘 저를 보면 잔소리를 하십니다. 

"너는 왜 하필 노조 집행부를 해서, 그 고생을 하냐. 네 동기 뭐시기 봐라. 걔는 승진도 하고, 좋은 자리도 하고, 그러진 않니. 너도 좀 약게 살아라."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좌절했어요. 10대에는 공부를 못해서, 의대를 못가서 실망을 시켰고,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부모 걱정 시키는 자식이구나... 20대에 아버지를 보고 좌절했어요. 아버지는 내게 깨달음을 주는 사람이 아니구나. 그렇다면 나는 누구에게 배워야할까? 도서관에 있는 수많은 책들의 저자 중에는 훌륭한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그들에게 배워보자. 그들이 나의 아버지라고 믿어보자. 나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너는 의사가 되지 않으면 망할 것이다'라고 말하지만, 정신적 아버지(책의 저자)들은 '무엇이 되지 않아도 너 자신으로 살면 된다'하고 말해줬거든요. 

어린 시절, 제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준 건 어머니에요. 어머니는 국어 교사이자 도서관 사서로 일하셨어요. 옛날 시골학교엔 사서 선생님이 따로 없고 국어 선생님이 겸직을 했거든요. 어머니는 어린 나이에 혼자 집을 보는 제가 안타까웠는지 늘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주셨어요. 집에 TV도 없고, 친구도 없던 터라, 혼자 책 읽는 습관을 길렀어요. 숙명여대 국문과를 나온 어머니는 책을 많이 읽는데요. 안타까운 점은 책은 많이 읽는데, 그렇게 읽은 걸로 자신의 고집과 아집을 세우는데 씁니다. 아버지를 항상 무시하셨어요. 무식하게 책도 안 읽는다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늘 날을 세우며 싸웠는데요. 어머니를 보며 느꼈어요. 책을 많이 읽는다고 절대 지혜로운 삶을 사는 건 아니라고. 책을 읽는 머리와 함께 필요한 것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라고요. 책만 읽는 사람은 자칫 고집스럽고 거만해질 수 있다고 느꼈지요.  

어려서 밤낮으로 싸우는 아버지 어머니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힘들 때마다 작가들에게 도움을 청했어요. 내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그들이 꾸며준 허구의 세계로 달아났지요. 나이 50에도 부모님을 뵙는 건 여전히 힘들어요. 나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삶을 부정하시거든요. 그래서 여전히 저는 책을 읽습니다. 책 속에서 나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책을 꼭 읽어야할까요? 잘 모르겠어요. 책 한 권 안 읽고도 잘 사는 사람이 있고, 책을 많이 읽고도 잘 못 사는 사람도 있거든요. 다만 저의 경우를 생각해봅니다. 저는 책 읽을 때, 가장 행복해요. 내가 만나고 싶은 부모가, 스승이, 친구가, 다 책 안에 있으니까요.

<책 잘 읽는 방법> 독서가 더욱 쉽고 즐거워지는 길을 소개하는 책이어요. 언젠가 저도 이런 책을 꼭 한 번 쓰고 싶네요.

'공짜 PD 스쿨 >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만난 이상문학상  (4) 2018.03.30
책벌레를 위한 독서 예찬론  (8) 2018.03.29
책을 꼭 읽어야할까?  (22) 2018.03.23
공부는 혼자 하는 것  (26) 2018.03.21
김동식이 나타났다!  (8) 2018.03.20
놀아야 사피엔스다  (7) 2018.03.19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뜨라맘 2018.03.23 08: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님 이야기까지 꺼내서 책 읽기를 강조하시다니 , 솔직하게 다 풀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꽃샘 추위 감기 조심하세요.^^

  3. 박하향숲 2018.03.23 0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만 저의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이 문장이 너무나 와닿네요. ^^

  4. HPD 2018.03.23 09: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올려주신 글 잘 읽고 갑니다 :) 저도 오늘 아침 블로그에 발행한 글이 이 책을 읽고 쓴 리뷰였어요~ 괜히 혼자 반가운 마음이 들어 댓글 달아봅니다 ㅋㅋ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5. 섭섭이짱 2018.03.23 0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이 책은 서점에서 서서 순식간에 읽었던기억이 나네요. 책과 가까워지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은 책 같아요.

    책보다 재미있는게 많고, 꼭 책을 읽어야하는건 이니지만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많은 분들이 알면 좋을거 같네요. ^^

  6. vivaZzeany 2018.03.23 0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네요.. 저도 생각해보면, 실제 만나는 사람에게 위로받기보다는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위로받았던 기억이 많군요.
    타고난 성향인지, 어린시절 환경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마음을 거의 열지 않는 편이거든요.
    타인에게 공감하고 위로해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데,
    정작 제가 힘들 때는, 그 누구에게도 손을 못 내밀고,
    누군가 (위로해주러) 다가올까봐 마음을 꼭꼭 닫고 살았어요.
    주문한 책들이 도착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왜 마음을 닫고 살아왔는지 이유를 찾아보렵니다.
    PD의 이 문구처럼요. " 책 속에서 나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7. pkj1220 2018.03.23 09: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동입니다...

  8. 카이리 2018.03.23 10: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덕분에 게을러진 마음을 다시 다잡습니다 매번 ㅎ 감사드려요
    오늘도 좋은책 좋은말씀 감사드리고 건강 꼭 챙기세요~

  9. 김경화 2018.03.23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표현력이 정말 재미있습니다.
    글의 세계는 무한한거 같아요. 요런식으로 표현하여 묘하고 즐겁게 나를 동감하게 만드네요.~저는 성공한 ceo들의 자서전은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데 이제 그런고정관념도 바뀌어 갈 때인가 봅니다.

    배달의민족이라하면 고경표배우가 연기한 그 드라마죠?

    저는 주로 휴대폰으로 답글도적고 블로그도 적는데 휴대폰으로 적는 것에 한계를 느끼고있어요. 컴퓨터로 적을려니 사진찍은걸 휴대폰에서 컴퓨터로 옮겨서하는 단계가 더 복잡할거 같아 그냥 폰으로 다시하는데 ~ 폰으로 좀 더 편하게 입력하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오늘의 소소한 목표는 단골카페가기 입니다.
    (걸어서 20분 )
    어제까지만해도 하동매화마을 가야지...하고 확신없는 서로의 의견을 내고 아침이 되니 서로 못가겠다며 각자의 스케줄 하기로 했습니다.

  10. 노이빗 2018.03.23 10: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솔직한 자기 얘기를 하시면서 이야기를 풀어 내시는 피디님 글은 그래서 언제나 잽처럼 다가와 훅 맞은듯 머물러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1. 김승휘 2018.03.23 11: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작가님의 <매일 아침 써봤니>를 읽었습니다.
    단순한 취미로 나이 50이 시작된 2년전부터 1주일에 한권씩만 읽자라는 계획으로 다방면의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취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점점 1주에 2~3권 읽기로 늘어나고 재미도 느낍니다. 요즘도 밑줄만 긁고 다른 기록은 안남긴채 읽고 있는데 ,책을 읽다보니 많은 작가분들이 글을 써보라는 말씀도 많이 하시고 주위에 책을 써낸분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작가님께서 말씀하신 블로그에 무조건 써보라는 말씀을 이제 실천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블로그 만들기부터 배워야겠죠~~
    오늘 이 댓글이 첫번째 시작이라 생각하고 꾸준히 도전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2. 정지영 2018.03.23 11: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 역시 큰 공감합니다.
    책 한권 안읽어도 잘 사는 주위 사람들 보며
    난 왜 이렇게 책과 씨름하며 좀 더 나은 삶을
    찾고자 할까? 한때 많이 고민했어요.
    답은 없더라구요. 타인은 타인대로 인정,
    저는 저 스타일 존중하기로 했어요.

    책에서 자신을 찾는 사람들은 그들과 비슷한
    뭔가를 찾아서 모이는 것 같아요. 피디님 블로그가
    플랫폼 역할을 한몫 톡톡히 하는 듯 합니다.
    여기 모여 나누고 다시 각자의 블로그로 페이스북으로 창조하러 가니까요.^^

    저도 블로그를 개설하고 며칠이지만 날마다
    글을 발행해봤더니 쉬운게 아님을 느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새삼 피디님이 존경스럽네요.
    그래도 안해본걸 익숙하게 하는 과정에 인간은
    성장한다고 하니 계속 해봐야겠지요.

    책 꼭 읽어야할까? 네! 블로그 글감으로 더없이 좋은 소재니까요.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읽는데, 취향저격입니다.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3. 인마리 2018.03.23 1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포스팅 잘보고갑니다 ^^ 세바시 강연보고 감동받았던 김봉진 대표님 책이네요! 오늘도 서점으로 퇴근하게 되겠어요 ㅎㅎ 항상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14. 사벳 2018.03.23 2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감됩니다..
    저도 부모님에게 좌절하고 정신적 부모님을 찾고 있었어요.. 저는 종교를 의지해볼까.. 신이 내 부모이다 생각할까도 고민했었는데, 다독해봐야겠어요..

    많은 위로 받고 갑니다..

  15. *loveme* 2018.03.23 22: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책을 통해서 좋은 친구도 많나고, 멋진 여행도 하고,,
    멋진 스승도 만나고...
    책 처럼 좋은 벗은 없는것 같아요.
    저도 책읽기에 더 힘써야 겠다고 다짐하고 가네요.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

  16. littletree 2018.03.24 23: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님에 대한 솔직한 말씀이 가슴 저리게 와닿아요.. 피디님의 다음 책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17. 입븐 2018.03.25 04: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책읽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한사람입니다. 이렇게 책읽어야되는 이유도 알아가고 좋은책도 알아가네요. 포스팅 잘보고갑니다~

  18. tks2day 2018.03.25 07: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께 감명, 도전 받고 읽기, 쓰기 시작하고 있는 중입니다.
    진솔 이야기 감사하고요,
    요즘은 아주 바쁘신 것같은데 책 읽는 시간은 어찌 내시는지 궁금해요.
    다방면의 문화로, 따스한 마음으로 나눠주심을 감사해요.

  19. 영진 2018.03.25 1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바시 강연을 통해 피디님을 첨 알거되었고 최근 쓰신 책을사서보게 되었어요 어찌나 피디님글이 공감이 많이 가는지..ㅎ 피디님 화이팅요^^

  20. Jerry 2018.04.01 03: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40대 후반 나이에 부모님과 같이 살면서 부모님의 잔소리를 내 자식앞에서 들을 때가 자존심이 많이 상했고 나의 부모는 왜 상식이 없는 사람일까 잠깐 아주 잠깐 슬펐는데 내가 멘토로 생각하는 분도 내용(?)적인 부분까지도 좋은 환경이 아니었구나 생각되니 위로가 되네요~~

  21. 최자작나무 2018.04.07 11: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장에서 올해의 목표 2가지씩을 정해 써내라했는데
    그중 하나로 정한것이 책 30권 읽기였어요
    원래 책읽기를 좋아했는데 몇년동안은 한권도 제대로
    안읽고 보낸거같아요
    목표를 정하고 읽기 시작하다보니 벌써 19권을
    읽었고 그중에서 제일 신선했던 시도
    영어공부 시작하기
    왕초보영어회화 33과 까지^^
    피디님께 너~~무 감사드려요
    1년쯤 후엔 어느정도 회화가 가능하리라 확신합니다^^
    긍정확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