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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2.19 아이를 위한 선물 (3)

제레미 립킨의 '노동의 종말'을 보면 21세기는 인류에게 노동의 기회가 사라지는 시대다. 19세기에 시작된 산업 혁명의 결과, 인간의 육체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고 20세기 정보 혁명의 결과, 정신 노동을 컴퓨터가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 그렇다면 21세기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힘든 육체노동은 기계에게, 단순 반복 작업은 컴퓨터에게 맡기고 인간은 노동으로부터 해방되는 천국인가, 아니면 소수의 자본가가 생산 시설을 독점하고 대다수 인류는 실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옥인가.

 

21세기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직종은 무엇일까? 그것은 창작자다. 컴퓨터의 언어 정보 처리 기술이 발달하면 언젠가 번역을 컴퓨터가 대신해주는 시대가 올 지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컴퓨터가 발달해도 소설을 대신 써주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커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글을 잘 쓰는 것은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덕목이다. 취업도 마찬가지고, PD 공채도 마찬가지인데, 모든 구직 활동에 있어 첫 인상은 글로 시작한다. 자기소개서를 어떻게 쓰느냐, 논술을 어떻게 보느냐가 관건이다. 글쓰기 공부의 기본은 어려서 몸에 밴 책 읽는 습관이다.

 

요즘은 심지어 독서와 논술도 학원에서 가르치던데 단기 속성 과정으로 엑기스 정리해주고 논술 모범 답안으로 아이를 길들이는 건 반대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독서 역시 괴로운 공부의 일종으로 느껴지게 하는 건 절대 반대다. 독서는 공부가 아니라 취미여야한다. 돈들여 독서 학원 보내기 보다, 아이가 어릴 때 부모가 30분씩 책을 읽어 주는 것을 권한다. 그만한 독서 교육이 없으니까.

(멀리서 마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저 짠돌이, 애들 학원비 주기 싫으니까 저런다.' ㅋㅋㅋ) 

 

아이를 위해 줄 때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주어야한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다. 그러기에 나는 아이에게 시간을 선물로 준다. 매일 30분 책 읽는 시간, 그건 아이를 위해 아빠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민서는 걸핏하면 전화해서 묻는다.

"아빠, 언제 와?"

이렇게 찾아줄 때가 정말 고마운 거다. ^^)

 

하루 30분 책 읽어주기, 쉽지 않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가 부모에게 뭔가 해달라고 조르는 시기도 잠깐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큰 딸 민지는 이제 자신의 방에 혼자 조용히 있는 것을 좋아하지 절대 책을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조르지 않는다. 유치원생 민서가 쪼르르 달려와서 '아빠 놀아줘' 하고 매달리는 순간, 나는 아빠로서 존재 의미를 찾는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쩌고 저쩌고 운운하지만, 솔직히 나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책을 읽어주는 이 순간을. 책장을 넘길때마다 빛나는 민서의 표정. 어설픈 개그에 자지러지는 민서의 웃음, 그 속에 짠돌이 아빠를 위한 구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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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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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indman 2013.12.19 07: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뭐 잘난체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말이 떠오르는군요.

    파우스트의 저자인 독일의 문호 괴테의 어머니는 매일 침대머리에서 아들에게 전래동화를 한 편씩 들려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잘 들려주다가 꼭 끝 부분을 이야기해주지 않았답니다. 그리고는 그 결말을 상상해보라고 어린 괴테에게 시키고 들어주고 함께 토론하고 격려했답니다. 아마 어린 괴테는 처음에는 그 결말을 알고싶어서 환장했을 겁니다. ^.^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괴테는 나중에 세계적인 대문호가 되었지요.

  2. 제니스라이프 2020.02.20 07: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현재로부터 7년 전의 민서 모습이 울컥하네요.
    이렇게 어리고, 이렇게 예쁘고, 이렇게 껌딱지였던 시절이
    우리 딸에게도 있었는데요.

    그 때는 다 컸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돌아보니 완전 애기에요.
    가장 찬란하고 예쁜 순간, 바로 지금,
    앞으로 올 모든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가장 많이 사랑해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