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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10 어른의 의무, 블로거의 의무 (4)

1996년 가을, 통역대학원 졸업시험 몇 달 앞두고 MBC에 지원했어요. PD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재미난 직업일 것 같았어요. 입사 시험 합격한 후에도 통역대학원 졸업 시험을 준비했어요. PD 일이 재미없으면 언제든 그만 두고 통역사로 살 생각이었거든요.

재미없으면 그만둘 생각으로 들어온 회사를 20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다 좋은 선배들을 만난 덕이에요. 우선 연출을 배우는 게 어렵지 않았고, 또 회사 분위기가 참 좋았거든요. 예능국 PD 회의는 개그 퍼레이드입니다. 코미디 피디들은 회의시간에도 '누가 누가 더 웃기나?' 경쟁하듯 수시로 조크를 던집니다. 재미난 선배들 덕에 즐겁게 회사 생활을 했는데, 어느 순간 제가 좋아하는 선배들이 하나둘 회사를 떠나더군요. 송창의, 주철환, 김영희. 하나둘 떠나는 선배들을 보고 투정을 했어요.

"좋은 선배들이 자꾸 나가면 저는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요?"

그때 송창의 선배님이 진지하게 말씀하셨어요.

"민식아, 니 나이가 이제 몇이냐?"

"이제 곧 마흔입니다."

"니 나이면, 좋은 선배를 찾을 게 아니라, 니가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어주는 게 더 중요하단다."

그때 띵! 하고 한 방 맞은 기분이었어요. '그렇구나, 더 이상 어리광부릴 나이가 아니구나...'

 

<어른의 의무> (야마다 레이지 / 김영주 /북스톤)라는 책을 읽고 느꼈어요. 좋은 선배,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이 중요한 시절입니다.

'불평하고 잘난 척하고, 나쁜 기분을 드러내는 연장자는 자동적으로 사람들과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너는 당연히 나를 공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주위로는 아무도 다가오지 않게 됩니다.

전형적인 예가 퇴직 이후에 모든 인간관계가 끊어져버린 사람들입니다. 퇴직은 자신이 그때까지 얼마나 직업적인 관계만으로 사람들과 이어져 있었는지 통감하는 계기입니다. 인생의 '진정한 결과'가 드러나는 잔인한 순간입니다.

결국 기댈 곳은 가족뿐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족에게 '나는 돈을 벌고 있으니까'라며 기분 나쁜 표정으로 군림해왔다면, 더 이상 가족도 상대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는 돈도 못 벌어오는데, 잘난 척을 받아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아시겠지요? 어른의 의무를 포기하고 사는 것은 '고독한 최후'를 향해 나아가는 것입니다.'

(책의 본문 중에서)

예전에는 권위적인 가장이 퇴직 후에도 집에서 큰소리치며 살았어요. 평균 수명이 짧으니 식구들이 참아준 겁니다. 이제는 퇴직하고 3,40년을 소득 없이 살아요. 그 시기를 잘 보내려면, 먼저 가족과의 좋은 관계가 필수이고, 후배나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아야합니다. 좋은 어른이 되려고 노력을 해야 퇴직 후 삶이 즐겁습니다.

20대는 나라에 대해, 회사에 대해, 불평할 수 있어요. 4,50대는 지금의 세상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입니다. 20대가 불평을 할 때, 우리는 반성을 해야 합니다. 고도성장기 동안 회사에서 과실을 따먹은 세대로서, '어른의 의무'를 다해야 하는 거죠.

제가 배운 것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20년간 MBC 선배들에게 배운 노하우는 공짜 PD 스쿨에 담고, 혼자 어학 공부 하며 익힌 노하우는 공짜 영어 스쿨에 담고, 매일 읽는 책은 짠돌이 독서 일기를 통해 그 교훈을 나누고자 합니다. 어쩌면 어른의 의무는 제게 블로거의 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지켜야할 3가지 어른의 의무’. '불평하지 않는다. 잘난 척 하지 않는다.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이건 블로거의 3대 의무가 아닐까 싶네요. 글을 쓰면서 불평하지 않아야 합니다. 잘난 척 금지도 마찬가지고요. 무엇보다 글을 쓰는 사람이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쓴 글은 읽을 때도 즐겁습니다. 억지로 일하듯이 쓴 블로그는 읽을 때 재미가 느껴지지 않아요.

나이 먹는다고 그냥 어른이 되지는 않아요.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한 꾸준히 노력이 필요하지요. 

불평하지 않고,

잘난 척 하지 말고,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음... 왠지 오늘은 하루 종일 기분 좋은 상태일 것 같은데...

아무튼, 즐기시어요!

인생은, 하루하루가 다 선물이니까요. ^^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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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5.10 11: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섭섭이 2017.05.10 16: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저도 오늘 기분좋은 하루네요. ^^
    책 제목도 그렇고 내용이 좋네요. 이런책은 어떻게 고르시는지.... 다독가의 노하우가 궁금하네요. ^^ 소개해주신 책을 보니 PD님을 보면서 느꼈던 내용들이네요. 꾸준히 노력하시고 실천하시는 모습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뭐가 어른인지..그냥 나이만 먹는 어른이 아닌 좋은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네요. 구매해서 읽어봐야겠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PD님을 찾는 후배들이 있는 원래자리로 꼭 복귀하시길 바라껠요.

    p.s ) 책이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미 이슈가 되었던 책이었네요. 이 주제 관련 신문 칼럼들도 많고요.
    ^^;;; 그 중 몇 가지 글을 공유해봅니다.

    http://www.yes24.com/24/goods/38819035?scode=032&OzSrank=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144&aid=0000486950

  3. 박성희 2017.05.11 07: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난 척 하지 않는다"
    잘난 사람이 잘난 척 하면 멋져 보이기도 하던데요^^
    잘난게 없어서 슬퍼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