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03.06 나무를 심은 어느 할머니의 사연 (4)
  2. 2013.03.05 제주 올레길 예찬 2. (5)

제주 올레길을 걷다보면 동백을 자주 만납니다. 아직은 2월, 서울에서는 보지못하는 꽃이 길가에 흐드러진 걸 보면 따뜻한 남도의 정취가 물씬 풍기죠. 동백은 꽃잎이 하나 하나 지는 게 아니라, 송이째 뚝뚝 떨어져서 웬지 처연한 느낌을 주는 꽃입니다. 마치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아요.

"All or nothing!"

 

 

삶의 선택지가 어찌 전부 아니면 무, 이겠습니까. 때로는 꽃잎을 하나 하나 떨구고 비루함을 감수하면서도 끝까지 살아남아야 할 때도 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다시 살펴보니 동백은 제주에서 방풍림의 기능을 합니다. 동백이 심어진 울타리 넘어로는 어김없이 귤나무 과수원이 펼쳐지거든요. 제주도 바람이 좀 매섭고 모집니까? 그 모진 바람을 견디는 방풍림으로 살려니 꽃잎 하나 하나 챙길 수는 없는거지요. 거친 바람에 살아내려고 제 살 깍듯 꽃을 송이째 떨군다고 생각하니, 살아야한다는 나무의 의지가 다시 보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올레길을 걷다 5코스 동백나무 군락지에 와서는 어떤 표말을 만났어요. 의자 모양의 저 표식은 혼자 걷는 올레꾼들에게는 좋은 길잡이이자 이야기 동무의 역할도 하지요. 이런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한 할머니의 땀이 서린 땅. 17살에 시집온 현맹춘 1853~1933 할머니는 어렵게 마련한 황무지의 모진 바람을 막기 위해 한라산의 동백 씨앗 한 섬을 따다가 심어 기름진 땅과 울창한 숲을 일구었다.'

 

아, 이 얼마나 멋진 이야기입니까. 나무를 심은 한 여인의 노력 덕분에 100년 뒤 후손이 기름진 땅에서 수확을 얻고, 지나가는 나그네가 동백꽃 그늘에서 발품을 쉬어갈 수 있다는 것. 생각해보면 우리네 인생이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요? 당장 눈에 보이는 결실이 보이지 않아도 먼 훗날 울창한 숲을 이룰 나무를 생각하며 그 씨앗을 심는 일, 이게 우리네 하루 하루의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매일, 아침에 블로그에 올리는 글은 내게 생각의 씨앗입니다. 나의 생각을 글로 다지고, 그 글을 보며 다시 내 행동의 지표로 삼고, 그 행동 하나 하나가 모여 나의 운명을 만들어가겠지요. 바른 나무로 쑥쑥 자라 먼훗날 오늘 뿌린 글의 씨앗들이 인생이라는 울창한 숲을 이루기를 희망합니다. 삶에 몰아치는 바람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다면, 단단한 뿌리로 흔들리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삶을 붙들 수 있다면!

 

하루의 글을 올리는 저의 소망입니다. 100여년전 할머니의 마음으로 오늘도 생각의 씨앗을 심습니다.

 

오늘 문득 프레데릭 백의 걸작 애니메이션, '나무를 심은 사람'이 생각나는군요. 다시 한번 보아야겠어요.

 

 

 

 

 

 

 

 

 

 

Posted by 김민식pd
TAG 올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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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니 2013.03.06 07: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최근에 제주도에 한달간 머물다 왔는데
    공기좋고 물좋은 곳에 있다보니
    건강이 저절로 찾아와서 깜놀랐답니다 ^ ^;;
    집 바로 옆에 있어서 자주 갔었던
    모이세해장국 집의 육계장과
    김서방재첩해장국 집의 재첩국이
    정말 많이 그리워지네요 ^ ^;;
    참고로 이 두 집은
    신제주에 있는 롯데마트 정문을 마주 본 상태에서
    오른쪽보면 길이 보이는데 그 길로 진입해
    3분 정도 걸으면 오른쪽에 두 집이 다 보인답니다 ^ ^;;

  2. 하늘은혜 2013.03.06 0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비디오를 보면서 새삼....
    많은 걸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아... 캐나다 가고싶다.... ㅎㅎ

  3. 이미식 2013.03.06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무를 사람은 사람"
    감동적이네요!!!

  4. 캔사이다 2013.03.06 12: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할머니 덕분에 여행객이 참 즐거운 봄을 보내겠어여..
    우리가 지나치는 모든것들이 누군가에 의해 행복을 느끼는 것들인것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지난 연휴 동안 제주 올레길을 걷고 왔다.

내게 여행은 무엇인가? 

최악의 순간이 왔을 때,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가끔 강연에 가서 전공을 버리고 영어 공부한 이야기, 회사를 그만 두고 대학원에 간 이야기, 나이 마흔에 직업을 바꾼 이야기를 하면 누가 묻는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나요?"

 

용기가 있었다기 보다 최악을 각오하기가 쉬웠던 덕이다. 대학 4학년 여름방학 때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취업도 전혀 안된 상황에서, 겁도 없이. '취직이 안되면, 배낭 여행이나 다녀야지.' 그런 철없는 생각이었다. 회사를 다니다 사표를 냈을 때도, '통역대학원 시험에 떨어지면, 배낭 여행이나 가야지.' 그런 자세였다. 

 

원래 올해 나의 목표는 새로운 드라마를 연출하는 것이었는데, 교육 발령이 나면서 당분간 현업 복귀가 어렵게 되었다. 경력 개발에 있어 개인적으로는 위기이나, 역으로 생각하면 자기개발에 있어 이렇게 좋은 시절이 없다. 드라마 피디로 살면서 연휴를 즐겨본 기억이 없는데, 이게 웬 떡이냐!

 

Hope for the best, expect the worst. 

최선을 희망하고 최악을 각오하는 자세로 살면, 용기를 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난 힘든 시기가 닥쳐오면 항상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일상에서 찾기 힘든 희망을 발견하는 새로운 계기가 된다. 우리에게 올레가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굳이 해외여행이 아니라도, 2박3일 연휴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순례여행을 즐길 수 있으니까. 제주도의 수려한 자연경관은 덤이다. 

 

1코스 성산 일출봉 가는 길

 

재작년 10월에는 7코스에서 10코스까지 걸었는데, 이번에는 1코스에서 6코스까지 걸었다. 서귀포 시에 면해 있어 관광지가 연이어 나오는 7코스 구간에 비해 3,4코스는 중산간을 걷는 길이라 몇시간을 걸어도 인적도 드물고 가게도 하나 나오지 않아 좀 당황스러웠다. 특히 통오름과 독자봉을 오르느라 진을 뺀 3코스의 경우, 김영갑 갤러리에서 숙소로 돌아왔는데, 그 이후 바다 목장 올레와 신천 마을 올레가 절경이라는 얘기를 듣고 못내 아쉬웠다. 3,4코스를 걷는다면 김밥이나 영양바 쯤은 준비를 해두는게 나을 수도 있겠다.

 

1코스부터 10코스까지 완주하고 느끼는 점은 여전히 7코스, 10코스가 최고라는 거다. 올레길 초행이라면 역시 서귀포를 기점으로 걸어보시길 권해드린다. 

 

이번에 발견한 숙소는 '와하하 게스트하우스'

15000원짜리 도미토리에서 잤는데, 바다를 마주한 마당에 순한 개 한 마리와 해먹이 반겨줘서 좋았다. 날씨가 풀리면 여기서 며칠 묵으며 낮에는 책이나 읽고 주인장 낚시 갈때 구경가도 좋을 듯. 여행 깨나 다니는 주인장이 만든 공간이라 그런지 인도나 유럽의 배낭족 숙소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단, 주위에 가게나 식당이 없는 한적한 해변이라 마트에서 먹을 걸 사들고 가서 직접 요리해야 한다. 전화만 하면 바로 달려나와 픽업해주는 주인장이 있으니, 며칠 짱박혀 놀 때는 최고일듯.

 

올레길 7-10코스 정보는 이전 글을 참고해주시길~

2011/10/05 - [짠돌이 여행일지] - 제주 올레길 예찬

 

 

올레길 4코스인가, 해변을 걷다 만난 글귀.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한 번도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질 때마다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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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촌미녀 2013.03.05 08: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쓰러질때마다 일어나는 것이다
    참 멋진 말이네요
    아, 씨바 인생 뭐 있나요.... 우리 웃으면서
    기쁘게 사는 게 장땡이지요

  2. 장수현 2013.03.05 20: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주는 늘 제 삶의 탈출구 같은 곳입니다. 오늘도 서귀포에 있는 제주대 연수원 홈피 가서 숙소 사정 봤답니다. 몇년 뒤 연구년 때는 제주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걸어서 한 바퀴, 자전거로 한 바퀴, 그리고 자동차로 구석구석 찾아다닐 꿈 꾸며 삽니다. 물론 그 전에라도 시간 내서 올레길로 달려가고 싶네요.

    • 김박사 2013.03.05 21: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주도는 버스로 다녀야 제맛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보세요
      정말 최고입니다

  3. 드림플래너 2013.06.07 04: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젠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제주도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만오천원에 낭만 걸친 해먹에서 바다를 바라볼수 있다니
    이런 알짜배기 정보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