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6.09.28 오키나와 렌트카 여행 (7)
  2. 2016.09.23 모험과 휴양의 이상적 조합 (4)
  3. 2016.09.20 오키나와의 어떤 공존 (7)
  4. 2016.09.19 오키나와에서 만난 '주5일' 식당 (14)

오키나와 8일차 여행기입니다.

이날은 별로 한 게 없어요. 오전 10시에 체크아웃하고, 오후 1시 비행기로 돌아왔거든요. 오늘은 오키나와 렌트카 여행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오키나와에 오신다면 자동차를 빌려서 여행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운전이 조금 미숙한 사람도 제주도에 여행 가면 렌트를 하잖아요? 같은 이치입니다. 도쿄에 자주 갔지만 한번도 렌트는 안했어요. 전철로만 다녀도 다 가거든요. 하지만 오키나와엔 지하철이 없어 차가 요긴합니다. 추라우미 수족관이나 만자모, 고우리 섬 등은 차로 가기 편하구요. 해안도로의 풍광이 좋아, 바다를 끼고 드라이브하기에 참 좋습니다.



렌트카 여행을 준비하신다면 최신 가이드북을 한 권 가져오세요. 내비게이션에서 일본어 입력이 쉽지 않기에 전화번호로 검색하는 편이 수월합니다. 전 도서관에서 빌려왔어요. 도서 대여 기간이 2주니까, 여행 다녀온 후 반납할 수 있지요. (오키나와 여행은 1주일이면 충분한듯. 보통은 2박 3일이나 3박 4일 코스로 옵니다.)

숙소를 찾아갈 때는 '부킹닷컴'이나 숙박 앱의 정보를 이용합니다. '숙소 전화하기'를 누르면, (통화 버튼까지 누르지 않은 상태에서) 전화번호가 뜹니다. '카제 노 오카' 펜션의 경우, 내비에 번호가 없다고 나오더군요. 그럴 땐 가이드북 지도를 보고 가까운 카페나 식당을 보고 찾아갑니다. 내비에서 나오는 한국어 안내에 따라 (네, 자판은 비록 일본어지만 음성 안내는 한국어 지원이 됩니다.) 느긋이 달리면 됩니다. (제 경우는 그랬어요. 닛산 렌트카.)


위의 사진에서 보듯 일본에서는 차선이 반대입니다. 심지어 차량 내부 구조도 반대에요. 운전석은 오른쪽에 있구요. 왼쪽 깜빡이를 켜면 갑자기 와이퍼가 작동합니다. ^^ 다른 차들을 쫓아가면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갈 일은 별로 없어요. 산길에서 가끔 헷갈릴 때가 있긴 하지만 주의하면 됩니다.


다만 조심할 점은, 차가 쏠린다는 점입니다. 오른쪽 운전석에 길들여진 탓에 왼편 운전석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운전을 하다보면 왼쪽 바퀴가 차선을 물고 달리더군요. 초보 때처럼 좌우 백미러를 통해 양쪽 뒷바퀴와 차선과의 간격을 똑같이 맞췄어요. 차선 중앙으로 차를 모는 거죠.



그렇게 가운데 차를 딱 맞추고 보니 운전석 유리 밑 파란 스티커가 붙어있는데, 그 스티커랑 오른쪽 차선이랑 위치가 같더군요.

사진 가운데 파란 점이 보이시나요? 네, 저게 작은 스티커구요. 저 점을 오른쪽 차선에 맞추면 차가 딱 가운데로 옵니다. 저처럼 왼쪽 운전석에 길들여진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렌트카 회사 직원의 작은 배려인거죠. 

일본을 여행하다보면 이런 작은 배려, 아기자기한 마음씀씀이에 감동할 때가 참 많아요.

'한 사람의 수고로 세상을 편하게 한다.'

2박 3일간 오키나와에서 렌트카 여행을 하면서, 좋았어요. 길을 몰라 헤매어도 뒤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거칠게 추월하는 일이 없어요.  

 

다녀본 중에는 잔파곶에서 만좌모 - 추라우미 수족관 - 코우리 대교까지 이어지는 서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좋았어요.

 

렌터카 여행이라, 아버님을 편하게 모시려다보니, 혼자 배낭여행을 다닐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치를 누리고 있네요. 어려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한 시간 이내 거리는 무조건 걸어다녔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여행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어요. 예산을 줄이려고 고생을 하지는 않습니다.



어렸을 때는 여행이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1년을 일한다면, 그중 10분의 1도 안 되는, 1달 정도는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 인생의 9를 일하는데 쓴다면, 적어도 1은 노는데 써야지.

그렇게 일해서 번 돈의 10분의 1 정도는 여행하는데 써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인생, 생각보다 짧아요. 적어도 10분의 1은 나를 위해 쓰자고요. 

만약 아직 학생이라면, 가불을 해도 좋아요. ^^

나중에 벌면 되지요. 못 벌면 어때요?

젊어서 즐거운 추억을 남겼으면 되는 거지.

 

노는 게 남는 겁니다.

 

 

(내일은 오키나와 여행 비용 및 일정 총정리 편을 올리겠습니다! ^^)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오델리아 2016.09.28 06: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잘봤습니다.
    비용도 함께 적어주시면 더 고맙겠습니다.

  2. 동우 2016.09.28 09: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 다녀오시고 밀린 근무를 계속하고 계신가요?
    매일 오전 일찍이 글을 써주시네요
    여행 후에 남기는 여행기, 쓰면서 계속 기억도 좀 더 선명해지고 참 좋은방법인거 같아요
    계속계속 피디님의 한수 한수를 배워가고있습니다.



    • 김민식pd 2016.09.28 09: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여행 다녀온 후 블로그 여행기를 쓰면서 여행의 추억을 오래오래 즐기고 있습니다. 마치 소가 되새김질 하듯이~^^
      응원, 감사합니다, 동우님!

  3. 첨밀밀88 2016.09.28 09: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일본에가서 렌트카를 빌리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을 우리나라에서 받아서 가야 하는거군요? 인터넷보니 그런것 같기는 한데...내일은 이거도 알려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저도 오키나와 한번 가보고 싶군요..

  4. 게리 2016.09.28 09: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적어도 10중 1은 노는데 써야지라는 말씀이 위안이 됩니다.
    몇일전 대만여행을 다녀왔는데 20년만에 간 대만이라서 더 감회가 새롭고 좋았거든요
    대신 돈을 예상보다 많이써서 어쩌나 싶었는데 정말 위안이 됩니다. ㅎㅎㅎ

  5. 섭섭이 2016.09.28 10: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일본하면 지하철로 이동해야 할거 같고, 차는 우리나라랑 다른 좌측통행이라 헷갈릴거 같아 렌트여행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오늘 글을 보니까 오키나와 만큼은 렌트여행이 좋은곳 같네요 ^^ . 다음에 오키나와를 간다면 꼭 렌트해서 다녀야겠네요

    "예산을 줄이려고 고생을 하지는 않습니다."
    "1년을 일한다면, 그중 10분의 1도 안 되는, 1달 정도는 여행을 즐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내 인생의 9를 일하는데 쓴다면, 적어도 1은 노는데 써야지. 그렇게 일해서 번 돈의 10분의 1 정도는 여행하는데 써도 되지 않을까? "

    맞는 말씀입니다. 예전에는 정말 최저가만 찾아서 여행 계획을 짰는데 몇 년전부터는 편안하고 재미있게 여행하기 위해 비행이나 숙박등에 좀 더 비용써서 갔더니 만족도는 더 많이 올라가더라고요 ^^

오키나와 여행, 5일차 이야기입니다.

여행은 왜 떠날까요? 반복되는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입니다. 푹 쉬고 오겠다고 생각에 4박5일간 리조트에서 내내 뒹굴기만 하면 살짝 허무합니다. 그렇다고 여행 기간 내내 돌아다니며 모험을 즐기면 정작 휴가 다녀와서 지친 상태로 업무 복귀하게 되지요.

여행을 가면, 처음엔 모험, 다음엔 휴양 순으로 즐기는 걸 좋아합니다. 오키나와 일정을 짤 때도 초반 2박 3일간은 렌트카를 몰고 구석 구석 명소를 찾아다니고 , 후반 2박3일간은 작은 섬에 들어가 쉬기로 했어요.

여행 중 하루 일과도 두 가지 테마의 반복입니다. 오전에는 바쁘게 움직이고 오후에는 휴식. 우선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한 후, (게스트하우스인 이욘치 하우스 1층에 식당이 있는데 1인당 360엔에 조식을 예약할 수 있어요.) 바닷가로 향합니다. 부둣가 마을에서 해수욕장이 있는 후루자마미 비치까지는 300엔에 탈 수 있는 버스도 있지만 걸어가도 길찾기가 수월해서 30분이면 해변에 도착합니다. 

바닷속 산호의 풍경이 예뻐서 스노클링하기 좋은 해안이지요. 아침에는 스노클링을 하고, 오후엔 해변에 누워 책을 읽으며 쉽니다. 오전에는 활동, 오후에는 휴식. 두가지 테마를 오가면 지루하지 않고, 지치지도 않아요. 

저는 아드레날린 정키입니다. 여행을 가면 반드시 모험을 한가지 꼭 즐기고 옵니다. 오래 가는 추억을 만들려면 몰입감이 중요합니다. 히말라야 계곡에서 래프팅 여행, 네팔 사랑꼿의 패러글라이딩,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에서 스카이다이빙 등등. 최고의 몰입감을 경험한 활동은 오래오래 기억됩니다. 네팔에서 1박 2일간 강줄기를 따라 래프팅 여행을 했어요.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몸의 무게중심을 옮겨가며 급류를 피합니다. 나의 몸동작 하나하나로 눈 앞의 위험을 피한다는 점에서 래프팅의 몰입감은 정말 최고지요.


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오히려 최고의 몰입감을 안겨주는 것도 있어요. 바로 탠덤 스카이다이빙이지요. 그냥 떨어지는 수 밖에 없어요. 땅에 부딪히기 전에 조교가 낙하산을 펴 줄 것이라 믿고. 45초간 자유낙하하면서, '이 순간 나는 살아있다'는 짜릿한 전율을 경험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액티비티 중 하나가 스노클링입니다. 95년 겨울 호주 배낭여행 갔다가 케언즈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처음 스노클링을 했어요. 배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산호초가 있는 무인도 근처에 가더니, 스노클링 기어를 나눠주더군요. 서양인 친구들이 다들 '와아!' 환호를 지르며 바다에 뛰어들었어요. 저도 무턱대고 따라 뛰었다가 죽을 뻔 했어요. 바닷물이 깨끗하니까 저 아래 5미터~10미터 아래까지 보이는데, 깊은 바다 맨 위가 아니라, 높은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았어요. 정말 무섭더군요. 이건 또 다른 의미의 고소 공포증. 게다가 바닷속에서 숨쉬는 소리는 어찌 그리 크게 들리는지 폐소공포증까지! 수영장에서 배운 수영은 깊은 바다에서는 무용지물이었어요. 파도가 치니까 대롱을 통해 입 속으로 짠 물이 계속 들어오고, 입에 물고 있는 스노클 기어 탓에 살려달라고 소리도 못 지르겠고, 그렇다고 기어를 뱉으면 다시는 숨을 못 쉴 것 같고...

'아, 이렇게 죽는 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그래, 어차피 한번 죽는다면,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죽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유네스코 자연유산 10대 경관 중 하나입니다. 산호초와 열대어가 빚어내는 바닷속 풍광이 정말 환상이에요.

필사적으로 헤엄을 쳐서 무인도의 모래사장까지 갔어요. 거기서 바베큐 파티를 했거든요. 지쳐쓰러져 누워있는데, 뒤늦게 온 친구들을 보니까 다들 구명조끼를 입고 있더군요. 

"그 조끼는 어디서 났어?"

"파도가 거치니까 가급적 이걸 입고 하라고 했는데?"

그 다음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고무 보트를 타고 오더군요.

"저 보트는 어디서 났어?"

"그것도 겁나면 보트로 태워다준다고 했는데?"

"언제 그랬어?"

"응, 니가 바다에 뛰어들고 난 다음에."

 

저는 모험심 강한 미국 청년들을 따라 뛰느라, 정작 함장의 지시를 놓친거죠. 폼 잡으려다 죽을 뻔 했네요. ㅠㅠ

 

그 이후, 저는 기회가 되면 꼭 스노클링을 합니다. 이번 오키나와 여행에서 자마미 섬을 일정에 넣은 건 후루자마미 비치 스노클링 때문입니다. 이곳의 산호초는 해안선에 아주 가까워서 해수욕을 하면서 동시에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어요. 제가 그동안 다녀본 포인트 중 최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일본인 여행자가 찍어 올린 유튜브 영상입니다. 저는 여행 다니면서 이런 영상을 잘 안 만들어요. 촬영하고 편집하다보면, 휴가 와서 또 일하는 것 같거든요. ^^)

 

스노클링을 하면 꼭 하늘을 나는 것 같아요. 바닷속에도 산이 있고 계곡이 있고 논이 있고 밭이 있습니다. 화려하게 피어난 꽃도 있고, 기암절벽이 있어요. 그 속을 누비는 형형색색의 물고기 떼는 마치 밭일 하는 농부 같기도 하고, 말달리는 군사 같기도 하고, 소풍나온 유치원 병아리떼 같기도 해요. 그걸 하늘 꼭대기에 둥둥 떠서 구경하는 기분입니다.

 

여행이 만약 일상과는 또다른 세상을 체험하는 것이라면, 스노클링이 꼭 그렇습니다. 바닷속이라는 완전히 이질적인 세상을 보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다들 다이빙을 하나봐요. 궁극의 레포츠이자 최고의 모험이라는 스쿠버 다이빙.

 

저는 스노클링이 좋아요. 바다속에 아예 빠지고 싶지는 않아요. 몸의 일부는 물 위에 떠서 일정 정도의 거리감과 안정성을 유지하고 싶지요. (어쩌면 스노클링이 가장 싼 해양 레포츠라서 그런지도 몰라요. 돈이 거의 들지 않거든요. ^^)

 

후루자마미 해수욕장은 이용료가 따로 없습니다. 비치 파라솔 대여료 1000엔, 스노클링 기어 대여료 1000엔이 있지요. (자신의 핀이나 기어를 가져오고 바위 옆 그늘에 돗자리를 펴면 돈 한 푼 안 쓰고 올 수도 있어요.) 후루자마미 비치에는 매점도 있는데 신라면 컵이 300엔, 카레 같은 식사류가 700엔 정도 합니다. 바가지는 별로 없어요.

 

자마미 섬, 오키나와에 오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네요.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섭섭이 2016.09.23 10: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후루자마미 비치에서의 스노쿨링 꼭 해봐야 겠네요.. 동영상을 보니까 너무 멋있는데요..
    저도 PD님 처럼 아드레날린 정키여서 여행가서 모험하는걸 좋아하는데 같이 할 사람 찾기가 힘들어요.
    혼자 여행은 못가게 하다보니 같이 가는 사람을 잘 꼬셔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친구들도 액티비티 즐기는걸 겁내하고... 와이프도 몇번 저한테 맞춰주다가 이제는 힘들다고 하고... 모험 여행을 하고 싶은데 쉽지 않네요 ^^ . PD님 같은 분과 여행을 가야 좀 모험도 하고 재미있게 보낼텐데 ^^ 요즘은 심심하네요...

    근데 정말 해외여행 많이 다니셨어요.... 호주는 오페라 하우스만 발도장 찍고 왔는데 케언즈도 함 가보고 싶네요. PD님 여행기를 읽다보니 어디론가 또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네요 ^^



  2. 2016.09.23 12: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여행가면 정말 쉴틈 없이 돌아다녔는데, 그러다 보면 지쳐 버릴 때가 많았습니다.ㅎㅎ 그런데 피디님의 글을 읽고 있으니 [여행에도 방법이 필요하구나] 란 생각이 들었습니다.ㅎㅎㅎ 다음 여행에는 저도 휴식이라는 일정을 넣어야겠어요.ㅎㅎ

  3. 저녁노을함께 2016.09.23 15: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덕분에 언젠가는 오키나와 가서 스노쿨링을 하게될것 같아요. 블로그에서 배울점이 참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4. 첨밀밀88 2016.09.24 21: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네 저도 가벼운 스노쿨링이 기압차이로 고막이 아픈 스킨스쿠버 보다 좋은것 같더군요. ㅋㅋ

오키나와 3일차 여행기입니다.

 

전날 오후에 도착한 숙소는 산 속에 있는 펜션, 카제 노 오카 (Kazenooka 바람의 언덕)입니다. 렌트카로 여행할 때는 도심 보다 외곽 숙소를 선호합니다. 가격도 싸고, 주차도 편하거든요. 전날 오후 이곳을 찾아올 때 산 속 좁은 길을 헤맨 탓인지, 오래된 집의 외관에 아버지는 무척 실망하셨어요.

"여기는 얼마 하냐?"

"어제 묵었던 시내 호텔이랑 가격은 같아요. 12000엔. 우리 돈으로 13만원 좀 넘어요."

"왜 그렇게 비싸냐."

"방이 넓어서 호텔보다는 여기가 편하실 거예요. 전용 베란다도 있고요."

 

 

아버지는 여전히 마뜩찮아 하십니다. 이런 시골집까지 왜...

펜션 용도로 지어진 집이라 그런지 방안에 취사 도구나 냉장고, 조리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요. 다만, 아버지나 저는 요리는 별로라, 식사는 주로 외식으로 해결합니다. 주인 할아버지께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 집에 식사 제공은 따로 없다고, 대신 근처 식당에서 조식 쿠폰을 1000엔에 판매한다고 하시더군요. 쿠폰을 사면, 식당에 연락해서 아침을 예약해주신다고. 다음날 아침에 숙소에서 예약해준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숙소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는 작고 아담한 식당이었어요.

 

바깥에서 볼 땐 몰랐는데, 들어와보니 마당이 아주 멋지네요. 무슨 휴양지 바닷가에 차린 레스토랑 같아요. 개별 오두막에 해먹이 걸려 있어요. 오후에는 저 아래 석양을 보며 해먹에 누워 쉬다 갈 수 있을 듯.

 

브런치 메뉴로 핫샌드위치나 피자 토스트 등의 식사가 음료와 함께 제공되더군요.

일본 여행은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은 음식이랑 함께하기에 늘 즐거워요!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듯한데, 남편이 요리를 하고 부인이 서빙을 했습니다.

 

가게를 꾸미는 솜씨나 음식 솜씨가 좋아 아버지도 만족하셨지요.

 

숙소로 돌아와 방 앞 베란다에서 쉬시던 아버지가 물어보셨어요.

"하루를 지내보니 갈수록 이 집이 마음에 든다. 주인에게 가서 물어봐라. 이 집을 지은지 얼마나 되었는지."

체크아웃을 하면서 주인 내외께 여쭤봤지요.

(참고로 주인 내외는 일본어만 하십니다. 10년 전에 공부했던 일본어 덕을 톡톡히 봤지요. ^^

여행을 더욱 풍성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데는 역시 언어의 힘이 큰 것 같아요.)


주인 내외는 원래 나하(오키나와에서 가장 큰 도시)에서 살다가 20년 전에 이곳에 펜션을 짓고 이사 오셨다는군요. 저희 아버지 또래로 보이는 주인 어른의 연세를 생각하면, 아마 50대에 퇴직하고 평생 모은 돈으로 지은 집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후 대책으로 펜션을 지은 거지요. 한국에도 요즘 꽤 있잖아요, 그런 분들?

 
산 속이라 땅값은 쌌겠지요. 다만 숙소를 운영하면서 퇴직한 부부가 손님들의 아침 준비까지 하긴 힘들었을 겁니다. 마침 마을에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맛있는 브런치 가게가 생긴거예요. 아침 식사를 부탁하는 손님에게는 그 식당을 연결해주는 겁니다.

아, 이런 공생, 참 괜찮은걸요?

집을 가진 노인과 재능을 가진 청년세대의 콜라보레이션.

자금의 여유가 있는 노부부는 펜션을 운영하고, 부지런하고 센스 있는 젊은 부부는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전략이지요. 

카제 노 오카가 있는 언덕 위 마을은 주변에 상가나 식당이 거의 없어, 브런치 가게가 아니라면 불편할 수 있지요. 펜션 덕에 식당은 손님을 소개받고, 식당 덕에 펜션은 고객의 아침을 해결하고. 아, 좋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시내 비즈니스 호텔의 좁은 방보다 산 속에 위치한 료칸의 전통 다다미방을 좋아합니다.

 

이 방의 진짜 매력은, 전용 베란다에요. 저 멀리 오키나와 바다 위로 해가 지는 모습을 볼 수 있거든요. 다만 렌터카로 찾아갈 때 쉽지 않다는 게 조금 걸리네요. 

(일본 오키나와 렌터카 여행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숙소를 나와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 추라우미 수족관으로 향합니다.

예전에 해양 엑스포가 치러진 해안가 공원에 자리잡고 있는 추라우미 수족관.

규모가 꽤 크고요, 따듯한 열대 바다에서 사는 어종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바닷속에 차려진 카페 같네요. 음료 (4~500엔)나 식사 (700~800엔)가 비싸지 않아 여기서 좀 앉아서 느긋이 구경하다 가고 싶은데, 아버지는 고개를 도리도리... 메뉴를 보고 있으면 아버지는 혼자 저 멀리 그냥 가버립니다. 나중에 보면 출구 앞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십니다. 아예 돈 쓰는 걸 원천봉쇄하려고... ㅠㅠ

수족관도 좋지만, 추라우미가 있는 엑스포 해양 공원 내의 에머랄드 비치도 참 예쁩니다. 이곳의 바다는 색깔이 정말 환상이에요.

돌고래 관이 있어 가봤더니, 돌고래 쇼를 안 하는군요. 그냥 유유히 헤엄을 치고 다닙니다. 이곳의 동물들은 좀 게으른가 봐요, 애들이 일을 안 해요. (다른 날 가신 분들은 쇼를 봤다니, 아마 제가 간 날은 돌고래 쉬는 날이었나봐요. ^^) 

싱가폴 수족관이나 시카고의 셰드 수족관에 가서, 그곳의 쇼를 보면서 아내에게 그랬어요.

"여기 쇼는 왜 이리 심심하지?"


우리나라 돌고래쇼나 물개쇼는 온갖 묘기가 다 나와서 정말 흥미진진하거든요? 그런데 외국 수족관에 가보면 그런 화려한 볼거리가 없어요. 추라우미 수족관의 바다표범도 쇼는 안 하더군요. 우리나라 바다표범은 윗몸 일으키기도 하는데 말이죠.

교민들이 흔히 그러지요. 한국은 재미난 지옥이고 외국은 지루한 천국이라고. 자극적인 볼거리에 길들여진 탓인지 동물들이 어지간한 묘기를 선보이지 않으면 심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한국에서는 동물들도 먹고 살려면 '노오력'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아, 열정 페이 다이내믹 코리아...

추라우미 수족관을 나와 다시 차를 타고 오키나와 드라이브 명소, 고우리 대교가 있는 고우리 섬으로 달렸습니다.

 

오른쪽에 보이는 고우리 대교를 건너가면, 고우리 섬이 나오고요, 저 멀리 고우리 전망대가 있습니다.

(다음에 레인보우 고우리를 만나면 꼭 한번 여기에 가보라고 전해야겠네요. ^^)

다리를 타고 건너갔더니 섬 해변에 고우리 비치가 있습니다. 바나나 보트가 있다는 건 일단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란 뜻이겠지요? 오키나와에는 비치가 정말 많아요. 아이들이랑 와서 놀기엔 이곳도 좋아 보이네요.

고우리 섬 전망대입니다. 섬 주위 바다 풍광을 조망할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입장료가 800엔이랍니다. (허걱!) 이렇게 비싼 곳은 아버지가 싫어하십니다. (저도 싫어요. 무슨 풍광 한번 보는데 만원 씩이나...)


그래서 주차장에서 사진만 찍고 그냥 나왔습니다.

조금 더 높은데서 보면 좋겠지만, 때론 더 낮은 곳에서 만족할 줄도 알아야지요. ^^

이 정도면 되었다... 하고 흡족해하면서 얼른 차를 뺍니다. 술집과 오락시설이 많이 있다고 알려진 (그 동네에 미군 기지가 있어서 그래요.) 미하마 아메리칸 빌리지를 찾아가는데

신호 대기중, 도로 반대편에 '구라 스시'라는 간판을 발견! 아니 저곳은!

오키나와 오는 비행기 안에서 '명견만리'라는 책을 읽었어요. 로봇이 주도할 미래의 노동에 대한 챕터에서 '구라 스시'에 대한 소개가 나옵니다. 일본의 회전초밥집인데, 주문은 아이패드로 하고, 로봇이 밥을 쥐면 알바생이 재료를 올리고, 접시는 자동화된 콘베이어 벨트로 주문자 앞까지 나온다고요. 인건비를 최소화하여 가격의 혁명을 일으킨 가게랍니다.

가격의 혁명이란 문구가 생각나서 바로 달려갔습니다! (ㅋㅋㅋ 어디가나 짠돌이...)

오후 1시가 지났는데도 손님이 많아 20분 정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주문이 참 편해요. 돌아가는 회전초밥에서 직접 골라 먹어도 되고, 아이패드의 사진 메뉴를 보고 고르면 곧 초밥이 자동으로 나옵니다.

 

아버지와 둘이서 먹고 계산하니 1300엔! 둘이서 13접시 먹었으니, 각자 초밥 13점 씩 먹은 겁니다. 한국의 스시 세트가 10피스 정도 나오니까 적게 먹은 건 아니지요.

1접시에 100엔입니다. 우리는 접시당 두 점씩 나오는 메뉴만 주문했어요. 혼자 나오는 건방진 녀석들은 시키지 않습니다. 둘이 사이좋게 나란히 오는 애들만 좋아합니다. ^^

부자 짠돌이... (돈 많은 짠돌이가 아니라, 아버지나 아들이나 대를 이어서 짠돌이. ^^)

 

아버지가 가격을 물어보시기에 둘이서 14000원 정도 나왔다고 하니까, 그렇게 싸냐고! 화들짝 반기시더니, "오늘 저녁도 여기 와서 먹자." 하시더군요. ^^ 아예 사람이 몰리기전에 가자고 오후 5시 반에 다시 왔는데요, 테이블 석은 이미 꽉 차서 오후 8시 이후에나 예약이 가능하답니다! (자리 예약도 입구의 컴퓨터 화면으로 합니다.)

일본에서 인기 폭발인 회전초밥집이라고 '명견만리'에서 소개하더니, 역시...

아버지와 저는 그냥 카운터 석으로 했어요. 그럼 오래 기다리지 않거든요. 카운터 석이 있으니, 혼자 배낭여행 오신 분들이 이용해도 좋을 듯 합니다. 일본에서는 '혼밥족'이 흔해서 그런지, 1인석을 위한 배려가 잘 되어 있어요.

오늘의 숙소는 차탄 해안가에 있는 '오션프런트 호텔'입니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있는 숙소에요. 어제는 산 속에서 잤으니 오늘은 바닷가에서... 가격은 7000엔으로 저렴한 편. 외곽지역이라 그런가 봐요.

욕실이 딸려있는 방도 깨끗하고요, 복도에는 공동 주방도 있어요.

 

호텔 앞 해안 산책로.

해질 무렵 석양을 보며, 아버지와 걷습니다.

이렇게 오키나와에서 3일째 하루가 저물어가네요.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온비맘 2016.09.20 0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글을 읽으니 올 봄에 갔던 오키나와가 다시 그리워집니다~^^ 추라우미 수족관 밖에서 돌고래쇼를 봤었지요~ 남태평양바다를 배경으로 높이 솟구치는 돌고래쇼는 장관이었어요^^ 배경이~~~ 일본 고래들도 열심히 일하더라구요^^

    • 김민식pd 2016.09.20 08: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군요 ^^
      제가 간 날은 돌고래 휴가였나봐요
      그냥 하루 몇차례 조련사가 돌고래를 불러내어 먹이주고 사람들이 가까이서 만져보는 체험만 하더군요
      바다사자는 한가로이 물속에서만 놀고...
      일을 하지 않고도
      존재만으로 감사받는다는 느낌이 부러웠어요 ^^

  2. 첨밀밀88 2016.09.20 13: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른건 몰라도 팬션에 앉아서 석양을 보시는 라버님의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이시는군요. ^^

  3. 2016.09.20 15: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게리 2016.09.20 1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츄라우미도 가셨군요~~~
    저희 딸래미도 츄라우미 너무 가고싶어하는데 아직도 못갔습니다 ㅠㅠ

  5. 섭섭이 2016.09.21 01: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오늘 일정은 알찬 일정 같아요. 저도 만약 간다면 이 일정 참고해서 동선을 짜야겠어요..
    특히 사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구라스시 빼고는 사람들 치이는 곳들도 아닌거 같아서 좋은거 같네요.

지난 추석, 76세의 아버지와 49세의 아들(네, 접니다.), 둘이서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한 2일차 여행기입니다.

숙소를 떠나 렌트카를 몰아 처음 도착한 목적지는 무라사키무라. 원래는 일본 사극 세트장인데 관광지로 활용하고 있다는군요. 드라마 세트장은 겉보기만 멀쩡하고 내부는 실용성이 없습니다. 촬영이 끝나면 쓸 수가 없어요. 사극 세트장을 한옥 스테이로 만들면 좋겠지만, 그러자면 방풍 온방 냉방 장치를 다 해야합니다. 드라마 PD로서, 일본에서는 드라마 세트장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궁금했어요.

 

 

무라사키무라 건물 모습입니다. 일단 겉모습은 멀쩡합니다. 드라마 앵글에 잘 나와야하니까요. 

사극 세트장답게 문도 웅장하고, 담도 고풍스럽습니다. 시간 여행을 온 것 같네요. 현판에 무슨 '국제 도장'이라고 쓰여있더군요.

안으로 들어가보니, 외국인들이 일본 전통 무술을 배우고 있었어요. 아, 이거 아이디어네요. 동양의 무술 영화를 보며 오리엔탈리즘에 매력을 느낀 여행자가 이곳에 와서 무도를 배웁니다. 사극 세트장 속에 와 있으니, 자신이 무슨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끼겠지요? 껍데기만 있는 옛날 식 건물을 도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아이디어군요. 하지만 제가 한 수 배우고 싶은 사범님은...

 

 

건물 한쪽에서 잠을 자는 고양이 사범님이었어요.

 

관광지가 된 세트장, 한 편에서 낮잠을 잡니다. 배는 따뜻한 볕에다 두고, 머리는 시원한 그늘에 두고. 열정으로 가득한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지성이 깃든 차가운 머리, 이것이 사부님께서 가르쳐주시는 삶의 자세가 아닐까요? 무엇보다 저는 그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곳에서 태평하게 낮잠을 즐기는 모습, '니들은 놀아라, 나는 잘란다.'의 그 심오한 공력을 배우고 싶어요. ^^ 

무라사키무라는 체험 왕국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요, 이렇게 조각에 채색을 하거나 도자기 인형을 만드는 등,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여러개 있습니다. 물론 체험비는 입장료와 별도로 받고요.

일본사람들은 이렇게 아기자기한 것을 만들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듯 합니다. 오키나와 월드 문화왕국과 류큐무라같은 역사 문화 테마파크가 근처에 또 있는데요, 날이 더워서 우리는 무라사키무라 한 곳만 봤어요. 한국의 용인 민속촌에 비교하면 규모가 너무 작고 볼거리도 좀 빈약한 편이었어요. 크게 추천하지는 않아요. ^^ 이젠 차를 몰아 에머랄드 빛 해변으로 유명한 오키나와의 바닷가를 찾아갑니다.

이곳은 잔파미사키입니다.  옆에 잔파 비치라고 아이들이 놀기 좋은 모래사장도 있습니다. 저녁 숙소는 오키나와 본섬의 가운데 있는 나고시에 있는데요, 그냥 내비를 찍으면 나하 시에서 나고로 가는 고속도로를 안내합니다. 저는 해안선 드라이브를 좋아해서 바닷가 목적지를 중간에 몇곳 경유하는 걸로 했습니다. 구글 지도로 경로를 잘게 나누다보면 고속도로 대신 해안도로 안내가 나옵니다.

다음엔 만자모로 향했습니다. 만 명의 사람이 앉을 수 있는 너른 벌판이라 하여 만좌모 萬坐모랍니다.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지요.

절벽이며 해식 동굴이며 제주도의 풍광을 떠오르게 합니다. 오키나와는 일본의 제주도같아요. 저는 나이들면 이곳에 와서 한 달씩 살다가 가고 싶어요.

예전에 정상회담이 열린 바 있는 반고쿠신료칸입니다. 아버지가 입장료를 내는 곳을 싫어하셔서 무료 관람이 가능한 이곳을 찾아왔는데, 역시나 딱히 볼 건 없네요. 돈을 내야, 제대로 보는데... ㅠㅠ

한쪽에 카페 테라스가 있는데요, 창밖으로 바다 풍광을 보며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가격도 합리적이에요, 커피가 400엔, 식사가 800엔. 이곳에 모인 각국 정상들의 모습을 흉내내며 그럴싸한 티타임을 갖고 싶었으나... 역시나 돈 쓰는 걸 기겁하시는 아버지 때문에 그냥 밖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나왔어요. ㅠㅠ 

나중에 마님과 따님들을 모시고 다시 올 겁니다! 그때는 여기서 점심도 먹고 디저트도 먹고 차도 마실 겁니다!

도로 옆 휴게소에서 오키나와 소바를 사 먹고 (좀 짜요... 여기 음식이 대개 그렇지요.) 숙소로 왔습니다. 9월의 오키나와는 아직도 많이 더워요. 온도가 30도가 넘습니다. 햇빛이 강해서 한낮에 어른을 모시고 돌아다니기는 힘들어요. 그래서 보통 오후 2시에 체크인해서 4시까지 숙소에서 낮잠도 자고 좀 쉽니다. 해 질 무렵 선선해지면 동네 산책을 나가지요. 

 

저녁을 어디서 먹을까? 숙소 근처 동네를 돌아다니다 피자 가게를 골라 들어갔습니다. 


간판 옆 표지판이 나를 불렀어요. 화요일 수요일에 쉰다는 간판의 알림이 마치,
'당신들도 1주일에 5일 일하고 2일은 쉬지 않나. 주말을 이용해 오키나와에 오지 않나. 그럼 우리도 주중 2일은 쉬어야 하지 않나. 이 아름다운 섬에서 일하는 우리 직원들도 이틀은 다이빙도 하고 해변에 앉아 책도 읽으며 놀아야 하지 않겠나'
라고 말하는듯했어요.
저는 이런 생각을 가진 식당 주인이 차려주는 식사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5일 일하는 식당, 아, 정말 부럽네요!)

평소 서울 시내를 걷다 24시간 영업하는 순대국집이나 설렁탕집 간판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드라마 촬영을 하면서 숱하게 밤을 새봤고, 지금도 야간 교대 근무를 하기에 밤에 일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압니다. 얼마 전에도 회사에서 젊은 스태프 하나가 일하다 쓰러져서 그 길로 세상을 떠났어요. 밤을 새우며 일하다보면, 목숨을 조금씩 덜어서 팔아서 사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왜 24시간 식당을 돌릴까요? 새벽 2시에 손님이 그리 많지도 않아요. 새벽 2시에 문 닫고 7시에 시작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서울 시내 24시간 영업 식당이 많은 이유는, 땅값이 사람값보다 비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게 운영에 있어 임대료가 많이 들고 인건비가 적게 든다면, 가게를 쉬지않고 돌리는 게 수익의 극대화를 위한 길이니까요. 사람이 땅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 세상... 땅값을 내리기는 쉽지 않으니 사람의 가치라도 올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준수하는 것, 그것이 우리 사회가 일하는 이들에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 아닐까요?

저 아래 바다로 해가 지는 멋진 풍경을 지닌 피자 레스토랑이에요.

은근히 손님도 많고, 가격도 착했어요. 2인용 피자 한 판에 1000엔. 생맥주 한 잔에 500엔. 사장님의 인품 덕인지, 근무조건이 좋은 덕인지, 피자 맛도 좋고 스태프들이 다들 싹싹하고 친절하네요.

 

아버지가 시원한 생맥주 한 잔 하자고 하시기에, 평소에 술을 즐기지 않는 저도, 간만에 목을 축여봤습니다. 

 

이렇게 지상 낙원 오키나와에서 보내는 둘째날이 가네요.

내일 3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crystal 2016.09.19 0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키나와 저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인데 덕분에 간접경험 실컷하고 갑니다아 ㅎㅎㅎ얼른 3편 읽고 싶네요~~^^

  2. 가을 2016.09.19 0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3편이 기다려집니다아~^^

  3. 키즈리턴 2016.09.19 08: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9월말에 와이프, 아기, 부모님을 모시고 오키나와 갑니다~
    부모님과 여행한지가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데 더 늦기전에 다녀오려고요^^
    정말 오랜만에 해외여행 가시는 부모님도 기대가 크신 눈치입니다ㅎㅎ
    피디님 다음 후기도 기대하겠습니다!

  4. 섭섭이 2016.09.19 14: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태풍오기전이라 날씨가 좋았네요. 빨리 다음편도 보고 싶네요.

  5. 따뜻한말한마디 2016.09.19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내용을 허핑턴포스트에서 보고 이 블로그에 방문했습니다:) 저도 만좌모 갔었었는데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사람들도 엄청 많았고요. 가장 인상깊은 건 주5일 피자가게입니다. 한국에도 어딘가에 있을거 같지만 찾긴 정말 힘들거 같다는:) 오키나와여행기 3탄 기대합니다!

  6. 은빛호수 2016.09.19 2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티스토리 가입은 어떻게 하는것인지.. 여지껏 헤매고 있어요.
    회원가입하고 로그인해서 댓글 달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되네요.. 다행히 회원가입 안하고도 이렇게 댓글을 달 수 있으니 다행이에요.
    김PD님 블로그 읽는 재미로 살고 있는데요,
    어제는 동생분 블로그를 알게 됐어요. 동생분 블로그가 저한텐 '딱'이어서.. 앞으로 며칠은 계속 거기가려고요..
    두 분다 제가 응원할게요!! 계속 좋은 글 좋은 생각들 올려주세요!!!

  7. 첨밀밀88 2016.09.20 0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일자리 구할때 최소한 주7일 하는데. 밤장사 하는데는 피해야겠군요 ㅋㅋ

  8. 공감인 2016.12.19 16: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땅값보다 사람값이싸다는 그말한마디에
    울컥하네요
    언제부터인지 사람이돈보다못한세상이된걸까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