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6.02.23 팝송으로 즐기는 영어 공부 (5)
  2. 2015.12.07 시트콤 '루이'에서 배운 교훈 (6)
  3. 2015.11.23 어느 아드레날린 정키의 삶 (8)
  4. 2015.11.19 기초 회화는 손짓발짓부터 (22)

무언가를 좋아하면, 저는 꼭 직접 해보고 싶어집니다. 이야기를 읽는 게 재미있다면, 그 이야기를 남에게 해주는 것은 더 재미있어요. 활자 중독이라 전철에서 휴대폰으로 블로그 글을 읽다가, 직접 블로그를 하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시트콤을 즐기다 시트콤 피디가 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수동적 감상도 좋지만, 능동적 모방 행위가 더 큰 기쁨을 줍니다.

팝송도 마찬가지예. 듣는 것도 좋지만, 직접 연주하고 노래하면 더 좋습니다. 고교 시절, 좋아하는 팝송이 생기면 직접 부르고 싶었지만, 가사를 알 길이 없었어요. 70년대에 나온 '월간 팝송'이라는 잡지가 있는데, 거기엔 최신 히트 팝송의 악보가 실려있었죠. 잡지를 살 형편은 안 되고, 서점 주인 눈치보며 가사를 조금씩 몰래 베꼈어요. 옛날엔 학교 근처 로터리에 동네 서점만 서너곳 있었습니다. 그러면 서점 마다 옮겨다니며, 첫번째 가게에서 1절 적고, 2번째 가게에서 후렴구 베끼고, 3번째 가게에서 2절 적고 이런 식으로 구걸 독서를 한 거죠. 눈치가 많이 보일 땐, 서서 가사를 외우고 나와서 잊을 까봐 서점 담 벼락에 노트를 대고 베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요즘은 서점 주인 눈치 안 보고 원 없이 책을 볼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팝송 가사를 외우기에도 참 좋은 시절입니다.

유튜브 검색창에 좋아하는 노래 제목을 영어로 검색하면, lyrics 라고 노래에 맞춰 가사 자막이 화면에 뜨는 친절한 동영상들이 많아요. (제목 뒤에 Lyrics라고 된 것들)

Maroon 5 - Sugar

 

미국인 친구 하나가 한국어가 유창해서 어찌 그리 우리말을 잘 하느냐고 물어보니 K-pop을 즐겨부르다 그리 되었다고 하더군요.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회화 암송이 지겨울 때는 팝송을 같이 외우는 것도 방법입니다.

 

여기서 포인트! 그냥 팝송을 듣기만 한다고 영어가 늘지는 않아요. 아마 수십년간 팝을 들으신 분이라면 이미 느끼셨을듯... ^^ 따라 부르고, 가사를 외우기 위해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회화 공부랑 같지요.

 

팝송을 활용한 영어 공부의 요령 몇가지 적어봅니다.

 

1. 좋아하는 노래로 연습하세요.

일단 시작할 때는 좋아하는 노래 하나를 정해놓고 반복해서 듣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야 동기부여가 쉽습니다. 반복해서 듣고, 따라부르기 즐거워야 공부 효율이 오릅니다. 재미있고, 효과가 있으면, 그 다음에, 레파토리를 늘려갑니다. 처음부터 동시에 너무 많은 노래를 욕심내면 외우기 힘듭니다. 일주일에 하나씩 시도해보세요.  

 

2. 전체 가사 자막을 프린트하세요.

화면에 나오는 하나 하나로는 전체 가사 독해가 쉽지 않습니다. 구글 영문 검색으로 가사 전체를 영어로 프린트하세요. 전체 가사를 보며, 노래를 들어야 독해가 쉽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부분으로 된 가사를 봐도 뜻이 쉽게 기억됩니다.

 

3. 노래에 감정을 실으세요.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이 늘 하는 지적이죠. 노래에 기교만 있고, 감정이 없으면 즐겁지 않다. 노래의 감정을 흉내내야 합니다. 그럼 자연히 발음도 흉내내게 됩니다. 언어란 감정 표현의 도구입니다. 감정을 실어야 그 표현이 쉬워져요. 

 

4. 유튜브 로그인으로 재생목록 관리

스마트폰에 유튜브 계정 관리를 통해,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 재생목록에 넣어두세요. 좋아하는 가수의 경우, lyrics playlist 를 검색하면 줄줄이 뜹니다. 저장해두고 반복해서 따라불러보세요. 유튜브 계정에 암송한 팝송 리스트를 올려두고 짬날 때마다 한번씩 복습해보세요. 한번 외운다고 영원히 가진 않아요. 회화문장처럼 틈날때마다 복습을 해야 확실한 내 것이 됩니다.

 

5. 가급적 남들 앞에서도 불러보라.

이렇게 외운 팝송은 친구들과 노래방 가서 꼭 불러보셔야 합니다. 회화문장을 외웠다면 회사에서, 거리에서 마주친 외국인에게 꼭 써먹어야 하듯이 말입니다. 외국인에게 말걸기보다는 노래방에서 팝송 부르는 게 더 쉬울 거예요. 유창한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고 (반복 연습하면 가능하고요, 가사를 외우고 부르면 정말 유창하게 느껴집니다.) 친구들의 박수 갈채와 환호를 온 몸으로 느껴보세요. 공부에서 중요한 건 성취감을 느끼는 일입니다. 고취된 자부심은 다음 팝송 도전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거든요. 

 

왜 그럴까요?

젊어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나이 들면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하지요. 왜 그럴까요? 어떤 설명에 따르면, 젊어서 해 본 일들은 처음 해본 것이라 오래오래 기억이 된대요. 첫 데이트, 첫 키스, 첫 이별 등등. 나이들면 다 전에 해 본 것들이라 별로 기억이 남지 않는다는군요. 그렇다면 인생을 천천히 즐기는 비결은 오래가는 추억을 많이 남기는 것이고, 그러기위해서는 전에 해보지 않은 일,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이 많아져야 합니다.

오래 가는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또하나의 비결은 오감을 동원하는 것입니다. 특정 냄새를 맡으면, 혹은 특정 노래를 들으면 어떤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경험을 해보셨죠? 저의 경우, 특정 노래를 들으면 추억이 확 살아나곤 합니다. 특히, 셰릴 크로우의 'All I wanna do'란 팝송이 그래요.

94년도 겨울에 한달 반 동안 호주 배낭 여행을 갔습니다. 프레이저 섬이라는 모래섬에서 외국인 친구들이랑 3박 4일간 캠핑을 다녔어요. 그때 무인도 해변 모래 사장을 도요타 4륜 구동 찝차를 타고 달리는데, 라디오에서 All I wanna do가 흘러나왔습니다. 차 안에 있던, 세계 각지에서 온 배낭족 여섯명이 목이 터져라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지금도 셰릴 크로우의 그 노래를 들으면, 저는 다시 20대 배낭족이 되어 호주 모래섬의 해변을 달립니다.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프레이저 섬 해안가 난파선, 찝차 안, 게스트하우스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20년 전 모습이지만 아직 기억에 선해요. 프레이저 섬 캠핑 여행. 영어 공부가 가장 보람찬 날들이었지요. ^^)

 

노래로 즐거운 추억을 쌓아보세요.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즐거운 습관입니다. 

유튜브 가사 검색으로, 누리세요. 공짜로 즐기는 팝송의 세계~

 

글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영어 공부하기 좋은 팝송들만 따로 모은 유튜브 리스트는 내일 올릴게요. (공부할 때 찾아보기 편하라고 소개글과는 따로 올리는 이 섬세한 배려! ^^)

(오늘은 맛보기로 딱 3곡만 올립니다.)

1. Let it go 

 

2. Thinking out loud

 

 

3. All I wanna do

 

끝으로, Glory

(영화 '셀마'의 주제곡입니다.

영어 공부용이라기보다 제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뮤직 비디오라...^^)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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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2.23 0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6.02.24 05: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죄송합니다.
      가급적 블로그로만 소통하고 싶습니다.
      저의 소중한 시간을 쪼개어 쓰는 글이라면
      좀 더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어서요.
      저의 오랜 시간 관리 철칙입니다.
      이해해주시어요...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블로그 비밀 댓글이나 비밀 방명록으로 올려주세요.

      제가 피디 스쿨에 올린 글이 참고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 2016.02.24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비밀댓글입니다

  2. 남궁은 2016.02.25 0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빠! 저 안그래도 올해 일찍일어나기 목표해서 6시에 굿모닝팝스 듣는데요. 정말 좋아하는 노래만 들리고,. 좋아하는 영화만 대사가 들리고ㅋ 나머진 정말 한귀로 듣고 흘리는 수준이였는데,. 이런 꿀정보를 주시는군요! 유투브 적극활용해봐야겠어요! 감사해요!!!!!

엘 찰텐의 세로 토레 트레킹을 끝으로 파나고니아 여행을 마무리했다. 하루 20킬로를 걷고 돌아오면 녹초가 된다. 그때는 재미있는 미드나 시트콤을 시청하는 걸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요즘 즐겨보는 미드는 '브레이킹 배드'고, 즐기는 시트콤은 '루이'다.

이하, 루이 시즌 2 에피소드 4 시청 소감.

주인공 루이는 내가 좋아하는 전설의 미국 시트콤 '사인펠드'처럼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그는 카지노에서 코미디 쇼를 한다. 카지노 손님들을 위해 도박장 한켠에 마련된 무료 공연인지라 관객의 집중도는 떨어진다. 도박으로 돈을 잃은 이들을 잠시 웃겨주고 기분전환한 뒤 다시 한 판 하라는 카지노의 배려겠지. 쇼에 대한 호응은 확실히 유료 관객이 좋다. 공연에 몰입해야 본전을 찾을 수 있다. 멍하니 딴 생각하려면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입장할 필요가 없지. 반면에 공짜 손님은 반응이 없다. 보다가 재미없으면 언제든지 일어나 미련없이 나간다. 다시 룰렛이나 한판 해야지, 뭐. 루이가 한창 개그를 하는데 어떤 손님이 일어나 나간다.

"지금 제 쇼 안 보고 도박하러 가시는 거에요? 가면 또 잃을텐데. 여기 호텔 주인이 도널드 트럼프잖아요. 트럼프랑 여러분 중 누가 더 부자에요? 왜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카지노에 바치나요. 트럼프는 여러분이 도와주지 않아도 이미 백만장자인데 말이죠."

결국 루이는 호텔 매니저에게 불려간다.
"어이, 어이. 즐기러 온 사람들에게 그런 조크를 하면 어떡해?"
"사람들이 제 쇼에 집중을 안하잖아요."
"그 사람들이 여기 자네 쇼 보러왔어? 게임 즐기러 온 사람의 흥을 꼭 깨야해?"
루이, 순간 자존심이 팍 상한다. 
"아, 됐어요. 제가 그만둘게요. 그럼 되잖아요."

홧김에 일을 때려치우고 나오는 루이. 나오다 대극장에서 어떤 노장 여성 코미디언의 쇼를 보게 된다. 나이 60에도 무대에서 펄펄 나는 모습에 감동 받은 루이, 끝나고 대기실에 찾아간다. '선배님, 존경합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자신은 오늘 일을 때려치웠다고 말한다.

이하, 노장 코미디언 조앤 리버스와 루이의 대화.

조앤: 그만뒀다고?
루이 : 네.
조앤: 왜?
루이: 상황이 하도 '족'같으니까요. (루이의 표현이 그렇다. 참고로 이 시트콤은 성인용이다. 표현이 많이 거칠다. 이거 보고 회화 공부하면 욕만 는다. ^^)
조앤: 그래도 그만두진 말아야지. 잘리는 거야 할 수 없지만, 스스로 때려치우진 말아야지. 무조건 버텨야지. 아무리 힘들어도.
루이: 버티면 언젠가 상황이 좋아질까요?

조앤 리버스, 루이를 잠시 바라보더니...
"I wish I could tell you it gets better. But, it doesn't get better.
You get better."

"상황이 좋아질거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렇지는 않을 거야. 대신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시트콤을 보다 말고 순간 멍해졌다.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포기하지않고 버틴다면, 그 과정에서 내가 더 나은 인간이 되기를 바랄 수는 있다. "나 이제 때려치울거야!" 하고 물러나면 나의 한계가 거기까지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적어도 버티는 자에게 한계란 없다.아무리 힘들어도,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그날까지, 버텨야겠다.

켈리 클락슨도 노래하지 않는가.'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사실 영어공부도 버티는 힘이 중요하다. 초반에 기초 회화를 암기하는 것은 정말 힘든 공부다. 그런데 이 힘든 과정을 6개월만 버티면 머리에 영어의 기초가 확고하게 들어선다. 이 과정이 없이 그냥 즐거운 공부로 넘어가면 즐겁기만 하지 효과가 없다. CNN뉴스를 틀어놓고, 영어 공부 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아는 단어만 들리고 모르는 단어는 죽어도 안 들린다. 테러리즘, 파리스, 프레지던트, 언뜻언뜻 들리는 단어 몇개로 내용을 추리하고는 자신은 CNN 뉴스의 70%를 알아듣네 어쩌네 한다.

자신이 정말 CNN을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면 뉴스를 녹음해놓고 반복해서 틀어서 문장을 받아써보시라. 자신이 써놓은 문장을 보면 자신의 청취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나온다. 30%도 받아적지 못했다면, CNN 청취 하지 마시라. 시간 낭비다. 힘들고 뽀대는 나지 않아도 그냥 기초 회화를 듣고 따라하고 외우시라. 힘든 초급 영어를 100% 완벽하게 정복하지 않고 그냥 중급자 코스로 넘어가면, 허공에 탑 쌓는 일이고 밀물 앞에 모래성을 쌓는 일이다. 기초가 없으니 금세 무너진다.

취미삼아 하는 공부라면 그냥 즐겁게 해도 된다. 하지만 내 인생을 바꾸겠다는 각오로 공부하고 싶다면 무조건 책을 외우시라. 힘들어도 그게 가장 오래 가고 가장 남는다. 빌딩을 높이 더 화려하게 지으려면 보이지않는 땅속 기초 공사에 더 공을 들이는 법이다. 보이지 않는 주춧돌 공사에 힘을 들여야 높고 멋진 빌딩이 설 수 있다. 무엇보다 힘든 것을 견디고 버티는 그 공부 과정에서 내 속에 무언가가 변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힘든 시간은 훗날 뿌듯한 자부심으로 돌아온다. 그게 힘들어 요령을 피우고 설렁설렁 넘어가면 영어도, 사람도, 나아지기 힘들다.힘들다고 포기하면 딱 거기까지가 나의 한계다. 버텨내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내가 더 좋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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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좋아 2015.12.09 02: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초면(?)에 실례를 무릅쓰고 문의드립니다. 조언하신대로, 기초 영어책을 정해, 오우고
    있는데요. 책 옆에 문법 설명을 꼼꼼하게 공부하며
    외워야하나요. 아님 우선 문장 통암기에 집중해야할까요. 지금 저는 암기만 하고 있거든요. 고수님 시간 나실 때 조언 부탁드립니다!

  2. 김민식pd 2015.12.09 04: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암기만해도 충분합니다!
    문법설명은 그냥 한번 읽어보시기만해도 되어요

  3. 나무좋아 2015.12.09 1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렇군요. 그럼 걱정 접고,
    열심히 외워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

  4. 불광동민서엄마 2015.12.12 01: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루이는 저희 아이 태명이었어요. 뻘소리작렬 ㅠㅠ
    암튼 피디님 의견에 백퍼 동의해요 저는 다른 외국어를 했는데 저의 경우에는 제가 원할때 원하는 공부를 해서 힘은 들었지만 성취감도 컸거든요.. 엄마들은 내 아이가 영어 공부할때 나처럼 힘들까봐.. 어려서부터 시킨다고 생각해요
    어려서부터 시작해서 쉽게 가는게 나을까요
    지가 필요할때 힘들고 고되겠지만 꾸역꾸역 해나가서 달콤한 결실을 맛 보는게 나을까요? 언제한번 포스팅 부탁드려요~

  5. 이건무 2016.04.14 23: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감사합니다.^^

어제는 파타고니아 트레킹의 출발지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오기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칠레로 국경을 넘었다. 농산물 수출국인 칠레는 야채나 과일의 국경 내 반입을 엄격히 제한한다. 그래서 입국 심사를 위해 버스가 정차한 동안 탐지견이 승객들의 짐을 뒤진다. 샌드위치 속 양상추 한장이라도 걸리면 낭패다. 나는 기다리는 동안 배낭 속의 건포도를 허겁지겁 입에 털어넣었다.

공항에서 일하는 마약 탐지견을 훈련 시키는 방법은 미량의 마약에 조금씩 맛을 들이는 것이다. 개가 코카인이나 마리화나을 맛보면 또다시 마약을 찾아헤맨다. 공항 검색대에서 가방을 킁킁거리다 마약 냄새를 맡으면 미친듯이 흥분한다. "여깄다!" "찾았다!" 그렇게 마약탐지견을 훈련시킨다.

전세계 국경수비대 소속 개들이 회합을 한다면 이런 대화가 오고 가겠지. "넌 요즘 뭐 하냐?" "난 얼마전에 코카인 시작했는데, 완전 죽이더라." "야, 부럽다. 아직 마리화나밖에 못 해봤는데." 한구석에 칠레에서 온 탐지견이 앉아있다. "넌 뭐 전문이니?" "나?...... 난 야채 중독견이야. 야채 냄새를 맡으면 환장하지."
ㅋㅋㅋㅋㅋ
다른 개들은 마약중독자인데, 혼자 야채중독자인 칠레 국경 수비대 탐지견 이야기.

나는 무엇에 중독되었을까? 술 담배 커피를 하지 않으니, 그쪽이랑은 거리가 멀다. 소심하고 겁이 많지만, 실은 나는 아드레날린 정키다. 목숨 걸고 무언가를 할 때 짜릿한 흥분을 즐긴다. 나도 내가 이런 사람인줄 몰랐다. 어려서는 늘 집에서 기죽어 지냈고,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는 소심한 책벌레였다.

여러 의미에서 내 인생이 바뀐 기점이 대학교 1학년 때 싸이클 전국일주할 때다. 그때 한계령을 자전거로 올랐는데, 내려올 때, 속도가 좀 나더라. 설악산 하강 라이딩, 죽인다. 스피드도 코너링도. 왼쪽엔 달리는 트럭, 오른쪽엔 낭떠러지 계곡, 아차 하고 핸들을 놓치면 천국이 바로 앞이다. 그렇게 위험한데 기분은 죽이게 좋았다. '나이 스물에 이렇게 신나게 달리다 죽으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 가파른 내리막을 앞두고 겁이 날 때면 소리를 질렀다. "죽어도 좋아, 씨발!" 그 날 이후로 내 속의 무언가가 변했다.

첫 직장을 다니면서 직속 상사와 성격이 맞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 돌쇠형인 상사는 죽어라 열심히 일만하는 일중독자였고, 나는 업무시간 끝나면 칼퇴근하고 놀러다니는 날라리 신입사원이었다. 결국 다혈질인 상사가 폭발하더라. "옥상으로 올라 와, 넥타이 풀고 사나이 답게 주먹으로 한판 붙게." 그 얘기에 조용히 사직서를 던졌다. 돈 벌려고 뭘 그렇게 까지... 그때 그 상사가 나를 쳐다보던 눈길을 잊지 못한다. '나는 너 일 잘하는 영업맨 만들려고 한건데, 그걸 이해 못하니? 너 그렇게 철없이 어떻게 살래?' 모든 사람이 말렸다. 첫 직장 때려치우면 한국에서 조직 부적응자로 찍혀서 굶어죽기 쉽상이라고. 난 속으로 외쳤다. '죽어도 좋아, 씨발! 난 죽을 때까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겁게 살다가 갈래.'

직장 그만 두면 굶어죽을 것 같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내게는 사직서를 던진 후, 진짜 즐거운 인생이 펼쳐졌다. 회사 그만 두고 다시 도서관을 다니며 통역대학원 입시를 준비했다. 그러다 학교 도서관 게시판에 붙은 안내문을 봤다. 호주대사관에서 영어 경시대회를 한다는 안내였다. 94년 당시 호주에는 PSAT라는 국가 공식 영어 인증 시험이 있었는데, (지금은 IELTS로 바뀐듯) 토플이나 토익에 비해 알려지지 않아 홍보 차원에서 경시대회를 열었다. 1등 상품은 호주 왕복 항공권에 3주간 체류비. 응시했는데, 만점이 나왔다. 생전 처음 본 시험에서.

가끔 토익이나 토플 고득점 요령을 알려달라는 분들이 있다. 영어 시험은 말 그대로 영어 사용 능력을 보는 것이다. 회화나 독해 실력을 키우면 절로 고득점이 나온다. 만약 회화나 독해의 달인인데 성적이 안 나오면 그건 시험 설계가 잘 못된 거고, 회화나 독해는 못 해도 좋으니 토익 성적만 잘 나오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산이다. 나중에 실전에 가서 헤맨다. 기왕에 에너지를 들인다면 시험보는 요령을 공부하지 말고, 언어 그 자체를 공부하시기를.

경시대회에서 만점자가 두 명이 나와 면접으로 최종 결선을 치렀다. 94년 가을에 광화문에 있는 호주 대사관에 가서 영어 면접을 봤는데, 다른 동점자는 미국 유학생이라더라. 경시대회 응시 이유를 묻기에, 영어를 혼자 독학으로 공부했는데, 이 기회에 영어 사용 국가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가 먹힌 덕인지, 내가 최종 1등상을 탔다. 다행히 그 다음달에 본 외대 통역대학원 입시에서도 합격해서 다음해 봄에 입학할 수 있었다. 상품으로 탄 항공권에다 퇴직금 남은 돈을 경비로 보태어 겨울 방학 한 달 반 동안 호주 배낭여행을 했다.

94년 당시 호주 여행자들 사이에는 번지 점프가 화제였다. (한국에는 아직 들어오기 전이었다.) AJ Hacket이라는 뉴질랜드 사람이 1984년 처음 레저 상품으로 개발한지라 남반구에서 인기를 먼저 끌었다. 2001년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의 엔딩도 뉴질랜드에서 찍었다. 호주 골드코스트 해변에서 번지 점프를 했다. 50미터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보니 쫄리더라. 그때 마음속으로 또 구호를 외쳤다. '죽어도 좋아, 씨발!' 그리고 뛰어내렸다.

상스럽게 '씨발'을 붙이는게 불편하다면 마음속으로 그냥 '죽어도 좋아' 해보시라. 나직이 속삭이는 톤이 되면서 오히려 쫄린다. "죽어도 좋아, 씨발!" 하고 후렴구를 붙여야 깡다구가 치밀고 용기가 샘솟는다. 그때 허공에서 떨어지는데 기분이 죽이더라. 아, 난 확실히 아드레날린 정키다.

세계 각국을 여행할 때도 아드레날린 정키의 삶에 충실히 산다. 스위스 인터라켄에 가서 탠덤 패러글라이딩을 했더니 재밌더라. 알프스 융프라우를 보며 브리엔츠 호수변으로 날아간다. 몇년전에는 큰 딸 민지랑 네팔 히말라야 트레킹 가서는 포카라에서 또 패러글라이딩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 이과수 폭포에 왔다가 숙소에서 이런 광고를 봤다. 이과수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아드레날린 정키로서 내 궁극의 버킷 리스트가 바로 스카이다이빙이다. 그래서 달려갔다. 마님에겐 말도 안 하고. 이런 건 사전 승인 사항이 아니다. 사후 보고지. ^^

가서 하네스 차고 하늘을 나는 요령에 대해 배운다. 물론 영어로 가르친다. 리스닝이 안되면 많이 후달린다. 아, 영어 배워두길 정말 잘했다. ^^ 막상 비행기 탈 때가 되니 쫄리는지 오줌이 마렵더라. 그래서 화장실에 갔더니, 표지판이...

아, 더 쫄린다. 괜찮다. 나에게는 필살의 주문이 있다. '죽어도 좋아, 씨발!' 이 마법의 주문만 외우면 비행기에서도 뛰어내릴 수 있다.

그랬는데..... 마법의 주문을 외울 수 없었다.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뜨지도 못했다. 이과수 폭포가 있는 브라질 국경은 열대우림 지역이라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갑자기 열대성 폭우가 미친듯이 쏟아져 결국 20만원 전액 환불 받고 돌아왔다. 다음날 엘 칼라파테 가는 항공권만 사두지 않았어도 다시 도전하는건데. 할 수 없지, 오늘만 날이 아니니. 언젠가 또 기회가 있겠지.

'죽어도 좋아, 씨발!' 하면서, 겁없이 막 즐기고 살면 일찍 죽을것같지만, 생각보다 오래 살게 되더라. 아니 이제는 오래 사는 게 은근 기대된다. 죽어도 좋아! 하면 오히려 사는 게 무척 즐거워진다. 사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데 죽기는 왜 죽어? 매년 배낭여행을 다니고,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들이대며 살 것이다. 나이 60에 자전거로 유럽 일주를 하고, 70에 캐나다 로키에서 스노우보딩을 하고, 80에 호주 케언즈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게 내 꿈이다.

언젠가 다시 이과수 폭포 상공에서 스카이다이빙 할 그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일단은 즐겁게 살고 볼 일이다.

(그런데 아드레날린 정키와 공짜 영어 스쿨은 무슨 관계인가요? 라고 하신다면, 내일의 포스팅을 기다려주세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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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혜영 2015.11.23 0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카이다이빙~~~~생각만해도 흥분되네요~~

  2. 가을 2015.11.23 10: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겁이 참 많은데.. 마법의 주문, 잘 써볼게요! ㅎ

  3. 파라다이스블로그 2015.11.23 10: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카이다이빙이라니, 겁이 많아서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한 번 해보면 인생 자체가 달라질 것 같긴 합니다. 죽어도 좋아라는 구호가 참 인상깊네요^^ 잘 보고 갑니다~!

  4. 2015.11.23 13: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하늘은혜 2015.11.23 1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일단.. 회화가 되고 독해가 되면 영어시험은 그냥 고득점에 경험자로서 동감을 던지고~~
    시험칠때 그냥 읽어서 입에 어색하면 틀린답~~ ㅋㅋ 70대에 캐나다 로키에서 스노우보딩하고 80대에 호주 케언즈 스쿠버다이빙할때 가이드는 한얼이 써~~ ^^ 근데 호주 케언즈 스쿠버 다이빙보다 남미 스쿠버 다이빙이 더 이뻐~~

  6. 2015.12.19 15: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5.12.20 03: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과수 스카이다이빙, http://www.skydivefoz.com/en/
      이곳 사이트를 참고하세요. 브라질쪽에 있는 업체입니다. 아르헨티나 숙소에서 예약합니다. 관광 사무소에서는 예약을 안 해주더군요. 이타이푸 댐 전경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점프한답니다.
      가격은 브라질 레알로 590레알입니다. 이건 단순 점프만 하는 가격이구요. 뒤에 찬 조교가 손에 찬 고프로로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해주면 가격이 4,5만원 더 올라가더군요. 저는 고프로 촬영을 권해드립니다. 절대 아르헨티나 페소로 계산하지 마세요. 페소화가 약해서 손해가 막심합니다. 가급적 레알이나 달러, 혹은 카드로 계산하시길.

      그럼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7. 첨밀밀88 2016.04.17 19: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스카이다이빙 참 스릴있을것 같군요. 하지만 꿈에 나오면 무서울듯..ㅋㅋ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얼까? 나같은 짠돌이 배낭족이 보기엔 신라면의 유무다. ^^ 뉴욕에서는 동네 슈퍼에서도 신라면을 판다. 그런데 부에노스 아이레스는 아무리 슈퍼를 찾아헤매도 신라면은 커녕 일본 라면을 파는 곳도 없다. 수도가 이렇다면, 국경 근처인 이과수나 산간벽지인 파타고니아에 가면 한국라면을 절대 못 구한다는 건데... 인터넷으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한국 라면 팔 만한 곳을 찾아보니 차이나타운의 아시안 식료품 가게가 나온다. 지도를 보고 찾아가니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피 다 있다, 만세!

계산대 줄 서있는데, 직원이 손님마다 꼭 뭘 물어보더라. 스페인어는 아직 꽝인데 어쩌지? 어느 나라에 가든 가장 먼저 외우는 표현이 있다.
"저는 외국사람입니다. 영어 하세요?" (만병통치약^^)
"요 쏘이 에스뜨랑헤로. 아블라스 잉글레스?"
직원, 난감한 표정. 남미에 와서 느낀 건데 여기는 정말 영어하는 사람이 드물다. 같은 라틴어 계통이라 영어 배우기가 우리보다 훨씬 쉬울텐데. 역시 부지런한 걸로는 한국 사람들 못 당한다.

직원이 손가락 두개를 비비는 시늉을 하더니 (만국 공통어로 캐쉬, 현금. ) 고개를 끄덕하고, 다시 허공에 손을 긋더니 (카드 긋듯이) 고개를 도리질한다. 아항, 현금은 되고, 카드 결제는 안된다는거구나. 웃으며 엄지와 검지를 비빈 후,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현찰 오케이. 급할 때는 역시 바디랭귀지가 최고다.

예능국 근무 시절, 잘 노는 선배 피디가 하나 있었는데, 이 양반은 심지어 아프리카에 가서도 현지 여자에게 작업을 걸었다. 어떻게? 그냥 한국말로 열심히 작업하는 거다. 너 예쁘다, 이름은 뭐니, 같이 술 한 잔 할래? 뭐 이런 식으로. 옆에서 보면 저게 뭐지 싶은데, 의외로 반응이 괜찮더라. 어차피 걔도 나도 영어 못하는데, 딸리는 영어로 머리 긁어가며 인상 찌푸리며 대화를 시도해봤자 상대에게 부담만 준다. 작업은 마인드 게임이다. 자신있게 들이대는 사람이 무조건 유리하다. 이럴때는 가장 자신있는 언어, 즉 모국어로 들이대는 게 최선이다. 아프리카에 가서 우리말로 해도 먹히는 건 표정과 몸짓이 따라준 덕분이다.

시트콤 '뉴논스톱'이 PD로서 데뷔작인데, 시트콤 연출을 공부하면서 미국 시트콤 '프렌즈'나 '사인펠드'를 즐겨 봤다. 미국의 시트콤은 주로 투샷을 즐겨잡는다. 이야기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한 앵글에 같이 나오는. 액션과 리액션을 함께 보여주는 샷이다. 나도 투샷을 즐겨썼더니 사이즈가 루즈해서 극적 긴장감이 준다는 지적을 들었다. 그래서 다시 보니 한국의 드라마는 대사를 할 때 항상 바스트만 잡더라. 심지어 사극이나 연속극에서는 얼굴만 타이트하게 잡는 경우가 많더라. 우리는 말할 때 손동작이나 몸짓을 거의 쓰지 않는다. 미드나 헐리웃 영화를 보면 항상 웨이스트 샷, 허리까지 넉넉하게 잡는 앵글이 메인이다. 영어는 손짓과 몸짓으로 의사전달을 도와주는 언어라 그렇다.

'영어 잘 하는 비결이 뭐에요?' 누가 물어오면, 제일 간단한 답은 이거다. '영어 잘 하는 척! 하면 됩니다.' 

나는 영어를 그렇게 잘하는 편이 아니다. 혼자 독학해봤자 거기서 거기지, 유학파나 교포는 못 당한다. 나는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척 한다.
 
영어 잘하는 척 하는 비결?

1. 리액션도 영어다.

원어민 회화 수업에 가보면, 심각한 표정으로 미국인 강사가 하는 얘기 열심히 받아적는 사람이 있고, 그냥 편하게 팔짱끼고 앉아 다 알아듣는 척, 연신 고개 끄덕이며, '아하, 아하.' 반응해주는 사람이 있다. 둘 중 회화가 빨리 느는 쪽은 후자다. 못 알아듣더라도 대충 분위기 파악해서 웃어주고 고개를 연신 끄덕여야한다. 그러면 상대도 내게 한번이라도 더 물어오고, 나도 입을 열 기회가 생긴다.  

상대의 말보다 표정을 읽어라. 재밌는 얘기를 하는 건지, 심각한 얘기를 하는 건지, 표정을 보면 안다. 원어민들은 영어를 할때 우리보다 표정이나 동작이 풍부하다. 그걸 흉내내고 다양한 반응을 보여줘라. 적절한 타이밍에 어깨 으쓱 해주고, 박수치며 웃어주고, "Uh, oh." 하고 고개 끄덕여도 영어 무척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웃음소리, 얼굴 표정, 바디랭귀지, 이것도 다 언어다. 미팅 가보면 리액션 좋은 사람이 인기도 좋다. 회화도 마찬가지다. 리액션 좋은 사람이 즐거운 대화 친구가 된다.  

2. 콩글리쉬도 영어다.

영어는 언어다. 학문이 아니다. 의사소통의 도구다. 공을 주고 받는 상호 교환, 탁구와 같다. 

탁구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냥 치면 된다. 상대가 고수라면, 당신이 치기 좋게 공을 살살 받아 줄 것이다. 내가 초짜인데도 상대편에서 스핀 먹이고, 스매싱을 한다? 같이 공놀이 못 할 사람이다. 내가 기초 회화로 말을 거는데, 상대방이 온갖 어려운 말로 내 혼을 쏙 빼놓는다? 같이 말 섞지 못할 사람이다. 그냥 보내줘라. 같이 안 놀면 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다 상대를 배려해서 쉬운 말로 대답해준다. 내가 아무리 못해도 걱정말고 공을 보내라.

입만 열면 콩글리쉬가 나오니까 영어하기가 겁난다? 콩글리쉬가 안되면 잉글리쉬도 못한다. 문법 신경 끄고, 발음 신경 끄고, 무조건 콩글리쉬로 시작해야한다. 콩글리쉬도 영어다. 왜? 그걸로도 의사소통이 되니까. 문장으로 대화하려 하지 말고 단어만 내뱉어도 뜻은 전달된다. 혼자 입안에서 맴도는 표현, 시간 끌다 타이밍 놓치고 포기하지말고 단어만 던져주라. 상대가 알아서 문장을 만들어 되돌려 준다. '너 이 말 하려했던 거지?' 스매싱 먹일 생각말고 쉽게 넘겨줘라. 콩글리쉬도 영어다. 

3. 된장 발음도 영어다.

내가 영어를 하면 주위에서 그런다. "통역사인데 웬지 영어 발음은 친근하네요?" 좀 후진 된장 발음으로 영어를 한다는 뜻이다. 경상도 출신인 나는 심지어 영어할 때도 경상도 억양이 묻어나온다. 그러나 난 영어 발음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TED 강의를 들어보면, 프랑스나 남미 출신 연사가 영어로 강연할 때 보면 발음은 별로다. 억양이 아주 심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꿋꿋하게 영어한다. 발음은 중요한게 아니다. 핵심은 내용이다. 발음 후지다고 절대 기죽지 말라. 떳떳하게 막 떠들어라. 아무리 미국인 영어 발음이 좋아봤자, 한국어는 절대 나보다 못한다. 그들은 어설픈 한국어도 못하는데, 내가 영어 발음 좀 후지다고  기죽을 이유는 무언가? 된장 발음, 절대 기죽지마라. 2개 국어를 하는 당신이, 영어만 하는 원어민보다 더 멋진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져라.  

영어,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하는 척!하는 것이다. 
명심하시라. 영어에서의 고수는, 
10개을 알지만 셋도 표현하지 않는 사람보다, 
다섯개만 알지만 다섯을 다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오늘의 짤방은 이과수 폭포입니다.
저도 참 스페인어를 못하지만, 여기 사람들도 영어 참 못하네요. ^^
손짓발짓 해가며 잘 다니고 있어요. 1박에 3만원짜리 호텔에서, 저녁은 신라면으로 때우면서.

배낭족 숙소는 어딜 가도 한국 사람이 있는데, 아르헨티나 와서는 한 명도 못 만났어요. 저녁이면 혼자 앉아 글을 씁니다. 매일 오늘은 뭘 쓸까 고민하는 통에, 심심하지는 않네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추천단추 누르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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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임복남 2015.11.19 06:0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잘 보고는 있는데 실천은 언제 할지 몰라요

  2. 김연국 2015.11.19 09: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남미 배낭 여행. 생각만 해도 설레네요~

  3. 울지마캔디 2015.11.19 1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으로 이과수 폭포의 시원함이 팍팍 전해지네요. 감사해요^^
    요즘 매일 피디님 글 기다리며 행복합니다!!!

  4. 산호세 2015.11.19 15: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두 맨날 기달려요..

  5. Spatula 2015.11.19 1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영어 선생으로서 절대 공감입니다.

  6. 김감독 2015.11.19 16: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아이 둘 재우고 슬그머니 영어공부 다시 해볼까 합니다.

  7. 2015.11.19 16: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5.11.20 17: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죄송합니다. 저는 공짜로 즐기는 세상을 타이틀로 걸고 있기에, 와서 보시는 분들도 공짜로 제 블로그를 누리셨으면 하는 뜻에서 광고 배너는 걸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안은 감사합니다. ^^

  8. 박소정 2015.11.19 2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재밌게 읽어요~^^ 영어공부 다시~ 울공주들 영어공부도~~^^

  9. 김혜영 2015.11.19 20: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러고보니 오빠의 리액션은 한국어에서도 단연 돋보이는듯. 표정과 제스쳐가 풍부해서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하는 힘이 있어요.

    • 김민식pd 2015.11.20 17: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그런가? 미모의 여성을 만나 수다 떨 때만 그래. 남자들 술자리에 가면 구석에 찌그러져서 남들 주식 이야기 부동산 이야기할 때 혼자 딴 생각하고 그래. ^^

  10. 곰곰의 2015.11.20 09: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릴 적에 배우지 않으면 확실히 발음 면에서는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아는 분이 초딩, 중딩, 고딩을 데리고 1년간 미국에서 지냈다는데 다녀 온 뒤 애들이 결국 영어는 다 잊어가도 막내 초딩의 발음만큼은 훨씬 좋게 남았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영어란게 이미 세계 공용어라 인도, 필리핀 영어쓰는 분들 발음 이상해도 말만 잘 하잖아요. 우리가 너무 미국식 발음에 집작하고 그게 아니면 괜히 부끄러워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잘보고 있습니다~

    • 김민식pd 2015.11.20 17: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습니다. 발음은 확실히 어른이 된 후에 잡기는 쉽지 않더군요. 저도 절감합니다. 말씀하신 것 처럼 발음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내용이 더 중요하지요, 어떤 의사소통이든. ^^

  11. 첨밀밀88 2016.04.17 2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읽어도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