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여행'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7.03.10 세렝게티 사자에겐 냉장고가 없다 (8)
  2. 2017.02.28 역사를 알면 여행이 즐겁다 (8)
  3. 2017.02.27 아프리카에 오길 참 잘했다. (22)
탄자니아 6일차 여행기 (사파리 3일차 : 세렝게티 사파리)

첫날 저녁에 가이드가 일행을 모아놓고 일정을 설명했어요. '3일차 일정에는 2가지 옵션이 있다. 여행사 안내서에 나온 대로 둘째날 밤에 세렝게티에서 캠핑을 하고 3일차에 세렝게티 중심부를 보거나, 2일차 3일차 캠핑을 모두 응고로응고로 산기슭 한 장소에서 하고 세렝게티 남부만 보는 방법. 원안대로 가면 이동거리가 많고, 후자를 선택하면 중심부는 못보지만 세렝게티 남부에 집중할 수 있다. 나는 후자를 권한다. 왜? 동물들의 이동(Migration)이 지금은 남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힐러리의 조언대로 3일차에는 세렝게티의 남부로 향했습니다.

세렝게티란 마사이족 말로 평원이랍니다. 사방팔방 지평선만 보이는 대평원.

세렝게티에 초식동물은 정말 많아요. 사슴, 물소, 얼룩말 등.

초식 동물들은 이렇게 무리를 짓고, 줄을 지어 이동하는데, 정작 사자나 표범같은 육식 동물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바닥의 초식 동물은 개체수가 많고 피라미드 위로 갈수록 그 수는 점점 줄어듭니다. 그래야 생태계가 유지되지요. 포식자가 너무 많으면 결국 다 같이 멸종하거든요. 생태계의 평형을 이루기 위해 모든 생명의 개체수가 조절된다는 이야기는 '세렝게티 법칙'이라는 책으로도 나와있습니다.  

저 멀리 지프차가 서 있는 게 보이면 무조건 달려갑니다. 그곳 어딘가 사냥꾼(predator)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치타입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우아하고 멋져요. 군살없이 쫙 빠진 몸매, 날렵한 유선형의 얼굴까지, 지상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달리기 선수답습니다.

  

고양이과 짐승답게 상당히 쿨합니다. 근처에 가도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이렇게 기품 있는 분이라면, 집사가 되어 모시고 살아도 좋겠지만... 이미 집에서 모시고 사는 아름답고 사나운 마님이 있는 관계로 패스... ^^

 

누워서 졸며 하품만 쩍쩍 합니다. '동물의 왕국' 다큐를 보면, 치타가 사냥하는 모습을 내내 틀어주니까, 치타는 종일 달리기만 하는 줄 알았거든요? 아니에요. 세렝게티 치타들의 일과는 하루 종일 늘어져 자기입니다.

부지런하기는 하이에나가 부지런하더군요. 끊임없이 다닙니다. 다른 사냥꾼이 남긴 먹이를 주워먹어야하니까요.

하이에나는 들개처럼 생겨서 가까이서 보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대니가 그랬어요.

"Disney didn't do them justice."

'디즈니가 너무 했네...' 라이온 킹이나 만화영화를 보면 항상 야비하고 비열한 악당으로 나오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동네 형 같아요. 조금 모자라는 순박한 형... ^^

이렇게 짚차들이 모여있다는 건...

표범 가족이 있거나

  

늘어져 자는 사자 가족이 있다는 거죠.

그 넓은 세렝게티를 종일 헤매고 다녀도, 만나는 사자들마다 다 꼬박꼬박 졸거나 늘어져 자기만 합니다.

하루 종일 늘어져 자는 사자들만 찍다보면, '내가 여기까지 사자 부X 쳐다보려고 왔나...' 싶습니다. (위 사진의 맨 오른쪽 녀석...)

사자들이 이렇게 하루 종일 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세렝게티 사자에겐 냉장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번 사냥하면 2,3일은 배부르기에 그냥 자면서 쉰다는 거죠. 괜히 많이 잡아봤자 고기만 상하지요. 냉장고가 있다면 배가 불러도 사냥을 나갈 겁니다. "여보, 냉장고가 비었어요!" "알았어..." 야생에서는 그날 하루 잡아 하루 먹고 삽니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인거죠. '난 오늘 하루만 산다.' 

인간의 삶이 피곤한 이유는, 잉여가치를 돈의 형태로 축적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10대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550조원을 쌓아놓고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는 인상을 씁니다. 상속세 안 내려고 꼼수쓰다가 탈 나는 사람도 있고요. 사자들에게서 가진 자의 여유를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사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지는 않아요. 사슴이 풀을 먹는 걸 보고, '맛있나 보네? 나도 먹어볼까?'하고 풀을 먹는다면, 그거야 말로 사자 풀 뜯는 소리인거죠. 우리 나라 재벌은 너무 부지런해요. 안 하는 사업이 없어요. 동네 골목마다 커피 체인점을 내고 빵집을 내어 동네 작은 가게들의 상권을 침해하지요. 그냥 먹을 만큼 먹고 배가 부르면 좀 쉬었으면 좋겠어요. 사자가 너무 부지런떨면 세렝게티는 망할 겁니다. 냉장고가 없는 사자가 휴식을 취하듯, 재벌들도 과도한 보유금은 상속세나 세금의 형태로 사회환원도 하고 여유롭게 쉬었으면 좋겠어요.  


사파리 여행 중 용변은 부시 토일렛 Bush Toilet이라 해서 우거진 수풀 뒤에서 해결하는데요. 문제는 우거진 수풀이 사자나 표범 등이 숨어서 초식 동물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거지요. 저는 물을 안 마시고 버텼어요. ^^ 여기까지 와서 사자 밥 줄 생각은 없으니까. 

지프차 그늘에서 늘어져 자는 치타 가족. 저는 이런 삶의 자세를 배우고 싶어요. 사파리가 생기고, 매일 쫓아다니는 지프차들이 얼마나 귀찮겠어요. 그런데 치타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어라? 저 부릉부릉 시끄러운 기계 또 왔네? 저놈은 덩치가 커서 그늘이 많이 지지. 그래, 오늘은 저기서 볕을 피해보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치타의 여유에서 배웁니다. ^^

사샤와 월터가 힐러리에게 그럽니다.

"결국 우리는 사자랑 치타, 자는 모습만 보다 가는 거야?"

난감한 표정의 힐러리.

"사냥은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닌데..." 

결국 차를 몰아 다시 초원을 헤매고 다닙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태어난지 1주일도 채 안된 새끼 톰슨 가젤이 나타났어요. 새끼 가젤은 저너머에 있는 치타가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가젤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아요. 몇 분 동안 한참 가만히 있습니다. 치타의 끈기가 놀라워요.

방심한 가젤이 등을 보이며 가는 순간

정말 순식간에 사냥이 끝나더군요. 이렇게 톰슨 가젤 한마리를 잡으면 그후 3일은 굶는답니다. 욕심을 부려 몸이 무거워지면 안 되니까요. 날렵하고 가벼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단식한다는 치타... 저보다 낫네요... ㅠㅠ 

 

문득 치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을 견디다, 기회가 오면 벼락같이 치고 나가는 인생. 그러자면 기다리기를 잘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고 기다리는 게 진짜 실력이 아닌가, 그런 생각.

 

몸을 가볍게 하고, 시간을 기다리는 그런 치타가 되고 싶어요. 

이렇게 세렝게티 사파리가 저물어갑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그런 여행이었어요.

오늘 하루 경비 (150불)

 

ps. 지난번 글 댓글에서 가이드와 사파리 여행사 연락처를 묻는 분이 계셨어요. 힐러리는 최고의 사파리 가이드입니다. 힐러리의 메일 주소를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온 미키의 소개로 연락하셨다고 하시면 됩니다. 

hilarychrispine8@gmail.com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7.03.10 07: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섭섭이 2017.03.10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동물들 살아가는걸 보면 지혜롭게 사는거 같은데, 동물한테 많이 좀 배워야할거 같아요. ^^

    '오랜 기다림을 견디다, 기회가 오면 벼락같이 치고 나가는 인생. ... 참고 기다리는 게 진짜 실력이 아닌가'
    이 문구를 읽다보니 PD님 상황이 같이 오버랩되면서, 여러생각을 하게 되네요.... 조만간 다시 기회가 올거라 보기 때문에, 그 때까지 조그만 참으셔요.^^

    '세렝게티 법칙' 은 처음 들어보는데,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서 온라인 서점에 가서 바로 구매했네요.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86524059

    오늘도 생생한 동물 사진들과 재미있는 여행기 잘 봤습니다.

  3. 체질이야기 2017.03.10 11: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얼한 세렝게티 초원의 모습을 본것 같네요^^

  4. 2017.03.10 16: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5. 동우 2017.03.10 18: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오~ 라이브로 사냥을..
    무섭진 않으신가요?

  6. 내멋대로~ 2017.03.11 22: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귀한 정보와 사진 감사합니다

  7. 첨밀밀88 2017.03.15 07: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힐러리한테 언젠가 사파리 갈때 부탁한다고 메일을 보냈습니다. 아마도 놀랬을것 같아요 ㅋㅋㅋ.

    난 오늘만 산다.
    아저씨 영화 다시 찬찬히 봐야겠습니다.
    그런 멋진 대사가 있는 줄은 몰랐는데요.

탄자니아 3일차 여행기

 

'아프리카에서도 자유여행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분도 있지만, 세계 어디든 혼자 여행을 다니는데 문제는 없어요.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요.
 

킬리만자로 산이 있는 '모시'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라 높은 건물도 없고 눈에 띄는 이정표도 없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길찾기가 조금 까다롭습니다. 이럴 때 구글 지도를 보고 길들이 가장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을 찾습니다. 그곳이 시내 중심가니까요. 숙소에서 나와 시내 방향으로 길을 걷습니다. 갈림길이 나오면 무조건 직진합니다. 양갈래로 나눠지는 경우, 둘 중 더 큰 길을 선택합니다. 이때 복잡한 갈림길은 미리 폰으로 사진을 찍어둡니다.

그렇게 가다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변을 만나면, 이제 그 길을 따라 횡으로 걷습니다. 가다 한적해지면 마을 외곽으로 나가는 방향입니다. 다시 반대 방향으로 걷습니다. 그러면 곧 시내 중심가를 만날 수 있어요.

 

 

숙소를 나와 걸을 때, 크고 비싸보이는 호텔이 보이면 간판을 사진으로 찍어둡니다. '부킹닷컴'에서 숙소를 찾을 때, 지도를 보고 크고 비싼 호텔 근처에 있는 싼 숙소를 잡습니다. 택시 기사나 주민들이 비싼 호텔은 알거든요. 그 호텔 이름을 대고 가자고 한 후, 내려서 근처 싼 숙소를 찾아갑니다. ^^ 시내에서 길을 잃으면 현지인 택시 기사에게 큰 호텔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기사가 영어를 몰라도 금세 길을 찾습니다. 

 

(탄자니아 시골 사람들은 순박하고 착해요. 길을 물어보면 동네 사람들이 다 몰려나와 회의를 합니다. "그래서 여기가 어디더라... 이 무중구(외국인)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쉽게 찾아가지?")

 

'길을 모를 땐 무조건 직진!' 이건 예전에 다니엘 헤니에게 배운 방법입니다.


10여년 전, '느낌표!'에서 '아시아 아시아 3탄 - 집으로'라는 코너를 연출하면서 다니엘 헤니랑 필리핀 출장을 간 적이 있습니다. 필리핀 엄마에게 태어난 한국 아이를 데리고 필리핀의 외가집에 가는 코너인데요. 다니엘 헤니가 첫회 게스트였어요. 루왁이라는 시골 마을에 갔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났더니 스탭들이 난리가 났어요.

 "다니엘 헤니가 사라졌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 보니 없더란 겁니다. '아니, 여기서 갈 데가 어디 있다고?' 7시쯤 되니 땀에 젖은 헤니가 나타났어요. 새벽 해뜰 무렵에 일어나 2시간 정도 달리기를 하고 왔다고... 매일 아침 일어나 2시간씩 운동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게 습관이랍니다.

"처음 온 필리핀 시골 마을에서 길을 잃으면 어쩌려고?"

 

"전 어디든 아침에 일어나면 숙소 문을 나서 한 방향으로 한 시간 정도 달립니다. 무조건 직진으로요. 그러다 1시간이 되면 반대로 돌아 다시 1시간을 달리지요. 그럼 처음 장소로 돌아오게 됩니다."

얼굴 잘 생긴 친구들, 저는 별로 인정해주지 않았어요. '타고난 운이지 뭐, 흥! 칫! 뿡!' 다니엘 헤니를 보고 느꼈어요. 얼굴 잘 생긴건 타고난 복이지만, 몸 좋은 건 치열한 노력의 결과구나...

 

(다니엘 헤니. 몸도, 마음도, 정말 멋진 친구입니다.

이 사진을 본 마님의 일갈. "인간아, 다니엘 헤니 옆에 서서 사진을 찍고 싶냐?" ^^) 


외국에서 길찾기 할 때 또 하나의 팁. '론리 플래닛'이나 '위키피디아'에서 그 나라 역사를 읽어두세요. 그 나라의 독립 영웅이나 건국의 아버지, 이런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가 도시의 중심가일 가능성이 커요. 서울로 치면 세종로(세종대왕)나 충무로(충무공 이순신)처럼요. 

(탄자니아 도시마다 있는 '니에레레 로드')

줄리어스 니에레레 (Julius Nyerere)는 탄자니아의 독립 운동가이자 초대 대통령입니다. 공항이나 메인 도로는 그의 이름을 따서 지었어요. 모시의 '니에레레 가'도 버스 터미널이 있고, 은행도 있고, 시장도 있는 중심가지요. 그 나라의 역사를 읽어두면 길찾기할 때 익숙한 지명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니에레레는 스와힐리어를 공용어로 지정하여 부족 사회였던 탄자니아를 국가 공동체로 만드는데 공을 세운 국부國父랍니다. 나라의 지도자라면 마땅히 국가의 단결을 위해 일해야지요. 지역감정이나 정치 혐오를 조장해서 국민 정서를 분열시키는 건...... 흠...

 

 

이제 시차 적응도 마쳤고 본격적인 여행을 준비할 시간입니다. 탄자니아에 오는 이유 2가지가 있어요. 바로 '킬리만자로 트레킹'과 '세렝게티 사파리'입니다. 둘 다 할지, 하나만 할지 마음을 정하진 않았어요. 킬리만자로를 보고 결정하려고요. 

눈쌓인 킬리만자로의 정상은 유명하지요. 헤밍웨이의 소설이든, 조용필의 노래든. 30도를 오르내리는 아프리카에 웬 눈인가 싶은데요, 워낙 높아서 그래요. 고도가 오를수록 기온은 떨어지고 정상 5000미터가 넘어가는 지역은 영하의 기온을 사시사철 유지합니다. 그 덕에 아직 만년설이 남아있는데요, 아뿔싸... 이제는 기후 온난화 탓에 그 눈도 거의 녹아 정상 부근에 조금만 남아 있습니다.


 

무엇을 할 때, 저는 가슴에 물어봅니다. '심장아, 너 지금 뛰고 있니?' 부킹닷컴에서 지금 숙소를 검색했을 때, 2층 카페 베란다에서 킬리만자로가 보인다는 얘기에 예약을 눌렀어요. 어제 하루 쉬면서 산을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산을 보고도 별로 설레지가 않더군요. 왜 그럴까...

 

첫째 비용이 너무 비싸요. 이곳 현지 여행사에 문의했더니, 혼자서 7일간 킬리만자로를 오르는 비용은 투어 비용 1800불, 장비 렌탈에 100불, 가이드 팁 300불 등 총 2200불. 대략 200만원에서 250만원 정도 든다는 군요. 인간적으로 너무 비싸요. 혼자라도 가이드에 포터에 요리사까지 3명을 데리고 올라야합니다. 히말라야처럼 현지 부락이 있는 게 아니니까 일일이 짐을 다 싸서 이동해야 합니다. 1주일치 식량과 텐트 침낭 등등. 참고로 안나푸르나 5일 트레킹 비용은 3~40만원입니다. 경치가 훨씬 더 아름답고 여행도 훨씬 편하지요.

 

  
둘째, 고산병의 위험이 있어요. 킬리만자로 정상의 높이는 5895미터. 고지대에 영하권이라 산소가 희박하고 밤에는 많이 춥습니다. 고산병 때문에 두통과 멀미, 구토 증상에 시달리는 산행객도 많아요. 수백만원의 등반비용이 아까워 정상 정복을 욕심내다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요. 마지막 정상 등정일에는 새벽 2시에 일어나 야간 산행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절대 쉬운 산행이 아니에요.

 

셋째, 무리한 일정 짜기는 사절입니다. 20일이라는 짧은(?) 일정에 킬리만자로 트레킹과 세렝게티 사파리를 다 소화하려면 많이 바빠요. 휴가와서 근면 정신을 발휘해서 일정 풀가동하면 귀국해서 후유증이 오래 갑니다. 쉬어도 쉰 게 아니거든요. 상사가 그럴 거예요. '기껏 휴가 보내놨더니 탈진해서 돌아오네? 이러려고 내가 휴가 결재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 여행 다닐 땐 가급적 한 도시에 3일 이상 머물면서 여유롭게 다니는 편을 좋아합니다. 그래야 여행이 더 즐겁더라고요.

 

(모시 마을 외곽에 있는 숙소, 'Secret Garden Hotel'. 정원 해먹에 누워 책을 읽다 낮잠에 빠집니다. 이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의 방식이어요. 킬리만자로는 여기서 구경만 하지, 뭐... ^^)

자, 이제 킬리만자로는 접고, 내일 사파리를 알아보러 아루샤로 이동합니다. 곧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세렝게티 편이 펼쳐집니다. 기대해주세요~^^

 

3일차 경비

 

숙소 25불 (조식 포함)

 

방갈로 독채를 혼자 씁니다.

점심 2불

크림 커피 2불

과일 2불

저녁 5불

이날 하루, 총 36불(4만원) 썼네요.

짠돌이 여행은 즐거워랄랄라~^^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섭섭이 2017.02.28 0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바리 자 아수비히?

    오늘 글에는 PD님이 전수해주시는 외국에서 길찾기 꿀팁이 나왔네요.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정리해봅니다.

    --------------------------
    < 외국에서 길찾기 팁 >
    1. 갈림길이 나오면 무조건 직진하고, 양갈래로 나눠지는 경우, 둘 중 더 큰 길을 선택한다.
    복잡한 갈림길은 미리 폰으로 사진을 찍어둔다
    가다 차가 많이 다니는 대로변을 만나면, 이제 그 길을 따라 횡으로 걷는다.
    가다 한적해지면 마을 외곽으로 나가는 방향이고, 반대 방향으로 걸으면 시내 중심가 방향이다

    2. '론리 플래닛'이나 '위키피디아'에서 그 나라의 독립 영웅이나 건국의 아버지등의 역사를 미리 읽어둔다.
    그들의 이름을 딴 거리가 도시의 중심가일 가능성이 크다.
    --------------------------

    킬리만자로 등산가는게 우리나라 산에 오르는것처럼 쉬운건 아닐꺼라 생각은 했지만 '킬리만자로 한번 갔다와볼까' 하기에는 부담이 많이되네요.. 저도 아쉽지만 그냥 봐라만 보는걸로 만족할거 같군요. PD님 여행기를 통해 항상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어 좋네요. ^^

    그리고, 커피 유리컵에 써주신 글귀. 정말 마음에 드는데요. 저도 올해 여행 많이 다니려고 여러곳들을 알아보고 있는데.. 아침부터 제 심장을 뛰게 하는거 같아요.. 오늘도 재미있는 여행기 잘 봤습니다.

    "여행을 떠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만이 자기를 묶고 있는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 헤르만 헤세 -

    크와헤리~~~~

  2. 김민식pd 2017.02.28 07: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렇게나 깔끔하고 명료한 요점 정리!
    캬아아

    아싼테 싸나!

  3. ya4mo 2017.02.28 1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간아, 다니엘 헤니 옆에 서서 사진을 찍고 싶냐?" ^^ -내 말이 :-) 죄송 ㅋㅋ

    산행과 사파리는 출국 전에 미리 알기 어려운가봐요 킬리엔 비용이 만만치 않군요

    • 김민식pd 2017.02.28 17: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한국에서도 워낙 비싸긴 했는데요. 그래도 현지에 가면 좀 싸게 네고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ㅠㅠ
      국가에서 받는 공원입장료가 워낙 많더라고요. 그러니 흥정의 폭이 별로... ^^

  4. <월간중앙> 2017.02.28 19: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김민석 PD님.

    저희는 <월간중앙>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월간중앙에서 이번 4월 창간호를 기념하여

    <김태호 PD X 나영석 PD> 대담 인터뷰를 기획했습니다.

    김민석 PD 님께서 김태호 PD 님과 연출-조연출 등으로 같이 일하시기도 하시는 등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시간 되실 때 김태호 PD 님의 연락처를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 - 어려운 부탁을 드리려고 합니다...

    부디 긍정적으로 검토해주시고

    연락 주시면 진심으로 감사 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도형 드림


    Phone : 010 9813 4271

    E mail : kepha4271@naver.com

  5. 첨밀밀88 2017.03.01 12: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킬리만자로는 220 안나푸르나는 40 기왕이면 안나푸르나 ㅋㅋㅋ 좋은 정보입니다. 그러면 저도 버킷리스트에 안나푸르나 한번 적어봅니다 ㅋㅋ

  6. 정지영 2017.03.02 15: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유여행을 몇나라 다녀봤지만
    아프리카를 한번도 자유여행 리스트에
    넣어보지 않았네요.
    그저 대단하시다는 생각만 듭니다.^^

  7. 이윤정 2017.06.17 11: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보고 싶네요 아프리카~

탄자니아 여행, 2일차

킬리만자로 산자락에 자리한 '모시'는 킬리만자로 산행의 출발지입니다. 이곳에서 가이드를 구하고, 산행 장비를 렌트하고, 킬리만자로 공략을 준비하지요. 저는 첫날엔 마을의 분위기를 살펴보고 싶었어요. 어떤 도시에 가서 그곳 주민의 생활상을 보려면 시장에 가는 게 제일 좋습니다. 현지 시장에 가면 그곳 사람들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학교 가는 아이들.

여동생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는 아이를 보니,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거리의 풍경도 왠지 1970년대 한국 같아요. 꼭 어린 시절 추억속으로 시간 여행을 온 것 같네요.

여행은 때론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시간의 이동 같아요.

  

 

 

모시 중앙 시장에 갔더니 아프리카에 온 기분이 나는군요. 관광객은 안 보이고 현지인들만 가득한 전통 시장이에요.

 

 

시장을 구경하는데, 누가 부르더군요.

"헬로, 화이트 피플!"

 

오토바이 택시 기사가 호객 행위를 하는 거예요. 누구한테 그러나 둘러봤더니 저한테 하는 말이었어요.

저 그때 거짓말 살짝 보태서 눈물이 날 뻔 했잖아요. 감동 먹어서... 태어나서 하얗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봅니다. 고교 시절 별명이 좀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쌔시쪼'였어요. '쌔카맣고 시커멓고 쪼그맣다'의 줄임말. 

고교 시절 때 몸무게가 50킬로였어요, 키 173에. 빼빼마른 깜둥이라고 놀리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랬던 제가, 여기 오니까, 화이트 피플이라고... 엉엉엉...

 

"나보고 아프리카 깜둥이라고 놀렸던 놈들 다 나와!"

 

아프리카에 오길 정말 잘 했어요. 내 피부가 검은 편이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어요. ^^ 역시 인생은 상대적이라는 거! 그 무엇도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거!

 


시장 구경을 하다, 문득 92년 유럽 배낭 여행 때 일화가 생각납니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 후, 사람들은 유럽 여행을 가서 각자 꿈의 장소를 찾아갑니다. 클래식 팬은 비엔나 음악당을 가고, 쇼핑을 좋아하는 친구는 프랑스 샹제리제 거리를 찾아가고, 저같은 영화광은 유럽의 영화 촬영지를 찾아다니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배낭족들끼리 서로의 로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중 한 명은 자신이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누드촌이라고 했어요.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사춘기 시절, 동네 목욕탕 여탕 창문만 봐도 가슴이 설레고 그랬는데, '북유럽 노르웨이 어딘가에 가면 누드촌이 있는데, 거기서는 모든 여자가 벌거벗고 다닌다더라!' 그 얘기를 듣고 유럽의 누드촌에 가는 꿈을 키웠다고. ^^ 

 

나중에 그 친구를 다시 만났어요.

 "그래서, 누드촌엔 가 봤냐?" 

"응, 가봤어." 

"누디스트 캠프에 우리같은 여행자도 들여보내줘?"

 "응, 대신 조건이 있었어. 나도 벗어야 한다고. 뭐, 그 정도는 각오했으니까."

다들 숨을 죽였어요.

"그래서 어땠어?"

 

"그 나체촌에 아시아인이 온 건, 내가 처음이었대. 그래서 다들 달려나와 신기해하며 구경하더군. 모든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니까, 정작 나는 시선을 어디 둘 곳이 없더라고. 그래서 눈 깔고 바닥만 쳐다보고 다니다 그냥 나왔지 뭐."

ㅋㅋㅋㅋㅋ
아, 구경하러 갔다가, 실컷 구경만 시켜주고 온 거지요.
"저기 봐, 처음 보는 나체족인데? 오, 황인종이다, 황인종! 구경 가자!"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
 

 

모시 센트럴 마켓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어요. 두 현지인 청년이 넋을 놓고 절 쳐다보는 거예요. '왜 저러나?' 다시 보니, 마사이족 원주민 의상을 입고 있었어요. 마사이 촌놈들이 장보러 나왔다가 황인종을 처음 본 겁니다. 정말 넋을 놓고 보더라고요. 구경갔다가 구경거리가 된 기분... ^^ (그래, 내 피부가 좀 뽀얗긴 하지... ㅋㅋㅋ) 

 

시장에서 점심도 먹고, 과일도 샀어요. 시장 음식은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습니다. 우리돈 2000원이면 아주 푸짐하게 먹어요. 열대 과일도 싸고 맛있어요. 바나나 10개 한 송이에 1000원 정도 합니다. 망고도 많이 먹었어요. 망고 하나에 300원! ^^

 

 
2일차 경비는요.
숙소 25불
저녁 7불
과일 2불
점심 2불

(총 36불 - 4만원) 

(탄자니아 실링으로 산 것도, 편의상 달러로 기록합니다.)

 

(내일 3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Posted by 김민식pd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7.02.27 07: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린다 2017.02.27 0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탄자니아 여행기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
    사진과 함께 하니 제가 탄자니아 시장에 가있는것 같아요
    아침에 pd님 글을 읽으니 절로 미소가 .....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네요 ^^

  3. 하늘은혜 2017.02.27 08: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평생에 못해본 경험을 하셨네요~~ 축하축하요~~ 헬로 화이트 피플이라니....^^

  4. 하니 2017.02.27 08: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탄자니아의 시장을 구경하는 화이트 피플님 덕분에 이 아침이 즐겁습니다^^

  5. 섭섭이 2017.02.27 08: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바리 ~~~

    시장 모습들을 보니 어릴적에 보던 동네 시장 모습이 떠오르네요. ^^

    "나보고 아프리카 깜둥이라고 놀렸던 놈들 다 나와!"
    ㅎㅎㅎ ... 그 동안 PD님이 받으셨던 설움을 한방에 날리셨겠어요.

    과일 좋아하는데, 열대과일 맘껏 먹을수 있다니 정말 좋네요.
    내일 여행기도 기대할께요. ~~~

    시쿠 은제마

  6. 게리롭 2017.02.27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기힘든곳의 여행기를 보니 제가 여행한듯 정말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헬로 화이트 피플~~~
    다음편 기대됩니다

  7. 첨밀밀88 2017.02.27 09: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탄자니아 진짜 싸게 먹히는군요 ㅋㅋ

  8. 박현숙 2017.02.27 10: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화이트 피플. ㅋㅋㅋ

  9. 미겔하하 2017.02.27 12: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부터 PD님의 아프리카 여행기라니.ㄷㄷㄷ
    알록달록한 사진의 풍경들에서 사람들의 개성과 활기와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사무실 창 밖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무채색의 건물과 아파트뿐이라 무미건조함과는 대비가 됩니다.
    아직 겨울이라 그렇겠지요?ㅎㅎ 한국에도 빨리 봄이 와서 다양한 색깔들이 존재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다음 아프리카 여행기도 기대합니다.감사합니다. 즐거운 여행 되세요~^^*

  10. 차포 2017.02.27 15: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95-96년 즈음 남아공을 다녀온적 있습니다. 그때 여러가지 일 있었지만....떠나면서 생각했던거가..여기.다시올일.없겠다였습니다. 정말 그후 단 한번도 가보지도..아미 갈 생각도 1개도 없었으니까요... 뭐 저만 이런 생각하겠지만요....

    • 김민식pd 2017.02.28 1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사실 저도 이번에 다녀온 후, 가까운 아시아에 당분간 더 집중하기로 했어요. ^^ 그래도 케이프타운은 괜찮다고 들었는데요? 요하네스버그는 위험해서 비추라고...

  11. 동우 2017.02.27 19: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낯선곳 특히나 아시아인 하나 없는곳에서.. 대단하세요
    경험에서 나오는 여유인가요?
    사진들 많이 첨부해주시면 감사하게 눈으로 잘 즐길 준비 되어있습니다!

  12. ya4mo 2017.02.28 1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장 풍경 생동감 좋군요
    어제 본 호텔 정말 맞아요? 2층베란다가 ㅎㅎ
    과연 킬리만자로는?

  13. 차포 2017.02.28 18: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JB...근교에만 있었습니다. 제가 갔을때 만델라 정권직후....영국소 광우병 사태로 남아공내 소고기.품절....맛 드럽게 없는 물소 고기 만 먹을수 있을때였지요. 남아백인들 말로 사회시스템이 붕과되기 시작하는 때......하여간....한나라안에 극간의 삶이 오가는 생활 터전을 보고 나서....울나라 왠만한 사회 현상은.일도 아니라고 웃고 살게 되었지만요....하여간 다른나라 방문중에 제일 유쾌하지 못한 경험이었습니다. 관광은 아니고 회사일때문에 갔었지만...아직도 남아공 방문은 씁쓸한 제 삶의 한 조각 입니다.

  14. 희야~ 2017.02.28 2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프리카 초원이 어릴때부터 가고싶던 장소였더랬죠~^^ 사진으로나마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