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루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7.03.14 여행지에서 현지식 고르는 요령 (4)
  2. 2017.03.06 타랑기르 국립 공원 사파리 (13)
탄자니아 8일차 여행기

3박 4일 동안 지프차를 타고 세렝게티 초원을 달렸더니 힘들군요. 이제 며칠 푹 쉽니다. 2년 전, 파타고니아 트레킹 할 때도 그랬어요. 배낭을 메고 하루에 7~8시간 산을 탄 후, 하루 이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어요. 

(파타고니아, 또레스 델 파이네 가는 길)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타다보면 '나는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리하게 매일매일 일하듯 여행 다니면 피로 말고는 남는 게 없어요. 쉬엄쉬엄 다닙니다. 쉬면서 본 시트콤의 한 장면이 마음을 쿵! 하고 울렸어요. '아, 산을 오르다 힘들 때 포기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가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구나.' 쉬엄쉬엄 여행을 다니면 생각도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씁니다. 그 여행 덕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도 나왔고요. 

장기 배낭 여행 가서 트레킹이나 사파리같은 빅 이벤트 다음 하루 이틀은 그냥 쉽니다. 무언가 바쁘게 할 때 재미를 얻는다면, 의미는 그 사이 느린 쉼에서 찾을 수 있어요.

 

아루샤 시장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 풍경이 떠올라요.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기사들.

며칠 쉬게 될 숙소입니다. 싱글 룸 하나가 조식 포함 25불입니다.

시장 근처 식당에서 꼬치구이랑 감자 프라이를 먹었어요. 이게 가장 제 입에 잘 맞더군요. 가격도 저렴하고. (2천원) 저는 어딜 가나 저렴한 현지식을 즐깁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은 하나같이 비쌉니다. 아루샤에 있는 중국집의 경우, 서울 물가랑 별 차이가 없어요. 볶음밥 한 그릇이 7000원입니다. 1인당 GDP가 700불인 탄자니아에서 말이지요. (한국은 25,000불) 관광객 대상 물가가 너무 비싸요.

베트남 쌀국수, 인도 카레, 라오스 닭죽 등등 어디서든 현지 음식을 먹어요. 여기 와서 우갈리나 차파티로 식사를 한다고 했더니 서양인 여행자들이 놀라더군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위험할텐데?'

 

아루샤의 거리 레스토랑. 자신의 집 앞에 식당을 차렸어요. 주방이 거리에 나와있어 일하는 모습이 다 보여요. 삐까번쩍한 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 아줌마가 조리하는 과정은 다 보입니다. 전 이게 오히려 위생적일 거라 믿습니다. - 말도 안되는 짠돌이식 논리. 싼 것은 언제나 옳다! ^^

 

현지 음식을 고르는 저만의 소소한 노하우.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시절, 술꾼 선배에게 배운 건데요. '술집에 갔을 때, 사람이 붐비면 생맥주를 시키고, 손님이 없다면 병맥주를 시켜라.' 생맥주는 신선도가 생명인데요. 손님이 없는 집은 맥주의 순환이 느려 오래되고 김빠진 생맥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거리음식을 먹을 때도 요령은 같습니다. 일단 사람이 많은 가게에 갑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요리를 시킵니다. 제일 잘 나가는 요리의 재료가 가장 신선하거든요. 현지 사람들에게 별 인기없는 서양식 메뉴를 시키면 30년된 닭고기가 냉동고 안에서 소환되어 나올 수도 있어요.

예전에 인도 네팔 배낭여행 갔을 땐, 한달 동안 채식만 했어요. 힌두교는 소고기를 먹지않는데,
함부로 비프 요리를 시키진 않아요. 요리사가 먹지 않는 음식은 저도 안 먹습니다. 전기 사정이 나빠 정전이 잦은 네팔의 경우, 냉장고가 자주 꺼지기에 고기가 상할 수도 있어요. 문제는 힌두교도 요리사가 고기가 상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거지요. 인도에서 한 달 간 소고기는 먹지 않았어요. 그곳 사람들이 평생을 먹지 않고도 버틴다면, 한 달 정도야 나도 버틸 수 있겠지요. 대신 다양한 난과 카레, 달밧에 맛을 들렸어요.


 

여행 갈 때, 김치를 싸가지 않습니다. 김치가 떨어지면 한식당을 찾게 되거든요. 가급적 현지식만 합니다. 그게 제일 싸요. ^^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지에서 수요가 많은 메뉴는 공급도 많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 경쟁으로 싼 식당도 있거든요. 귀한 메뉴는 가격 결정권이 식당 주인에게 있습니다. 흔한 메뉴를 먹어요. 노점상에 현지인들과 어깨 나란히 앉아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재미입니다. 맥도날드에서 만난 외국인보다 시장 국밥집에서 만난 외국인 여행자가 더 반갑지 않나요?

 

오늘 하루 경비

숙박 25불

점심 3불

과일 3불

저녁 2불

총 32불

지속가능한 배낭여행자로 살고 싶어요. 그 길은 경비를 낮추고 현지화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짠돌이 여행은 즐거워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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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3.14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오늘은 배낭여행에서의 중요한 먹는거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셨네요. 재미있게 써주셔서 이해가 쏙쏙되네요.

    [음식 먹는 팁]
    - 식당 위생이 걱정되면 사람이 많은 가게에 가서,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요리를 시킨다.
    - 요리사가 먹지 않는 음식은 안 먹는다.
    - 가급적 현지에서 흔한게 먹을 수 있고, 수요가 많은 메뉴로 먹는다. 그러면 덤으로 가격도 싸다.

    더운 날씨에 야외에서 사파리 여행이 힘드시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몇일간 쉬시는건 잘 하신거 같네요. ^^

  2. 동우 2017.03.14 12:3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순 한국인 입맛이라 특히 동남아 현지식은 향 때문에 먹기가 힘들더라구요
    그 나라의 음식 맛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특히 향은 없는지요..

  3. 2017.03.14 16: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4. 현이 2017.03.15 17: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보니 배가 고파지.... OTL 따님분 글씨가 예뻐요! 저 쪽지에 얽힌 일화가 궁금해요 ^^

탄자니아 5일차 여행기 (사파리 1일차)

 


드디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세렝게티 사파리를 떠나는 날입니다. 세렝게티 초원을 8인승 도요타 짚차로 달립니다. 보통 6인 1조로 한 팀에 가이드 겸 운전기사와 요리사가 같이 다닙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는 재미 중 하나가  현지에서 그룹 투어에 합류했을 때, 다른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3박4일간 함께 다닐 다섯 명의 친구들을 현지 여행사에서 만났어요.


먼저 사샤(오른쪽)와 월터(왼쪽). 각각 20대 독일인, 네덜란드인 청년들. 프로 포커 플레이어랍니다.

"응? 포커를 치는 게 직업이라고?"

"선수로 뛰기도 하고, 강사로 일하기도 해."

"포커 치는 걸 가르치는 학교도 있다고?"  

정말 재미난 직업을 가진 친구들이네요.


네덜란드에서 온 월터에게, 92년 처음 유럽여행 갔다가 암스테르담에 갔던 이야기를 했어요. 당시 암스테르담은 한국에서 온 순진한 대학생에서 별천지였거든요. 카페에서는 대마초를 피우고, 성 박물관에는 온갖 다양한 형태의 포즈가 전시된... 그 얘기를 들은 월터 왈.

"92년도면, 내가 태어난 해인데..."

ㅠㅠ 내가 벌써 이렇게 나이들어 버렸구나...


캐나다 토론토에서 온 발랄한 두 아가씨, 시에라와 대니. 평소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레스로 일을 하고, 돈을 모아 여행을 다닌다는군요. 두 달 간 아프리카를 여행한 다음에는 인도 고야로 날아간답니다. 아, 선진국 청춘들의 이런 삶, 부럽네요.

조국인 캐나다에 대한 자부심도 커요. 여행 다니다 숙소에 캐나다인이 있다고 해서 만나보면 미국사람인 경우도 있다고... 미국 배낭족들이 부끄러워서 차마 국적을 못 밝힌다고... 트럼프가 여럿 물 먹이네요. ^^ 요즘 세계 지도자 중 가장 멋진 사람은 역시 캐나다 수상이죠! 

 


리사는 러시아 출신 IT 전문가인데요. 지금은 독일에서 일하고 있답니다. 저랑 모시 호텔에서도 만났어요. 탄자니아는 여행 경로가 빤해서 다니다보면 이렇게 자꾸 만나게 되요.

 

이번 여행에서 우리를 이끌 대장! 바로 운전사 겸 가이드, 힐러리 크리스핀입니다. 힐러리 대장을 만난 건 최고의 행운이었어요. 우리 팀의 요리사는 닥터 찰스입니다.

"내 요리를 맛보고 나면 그냥 찰스라고 부르기 황송해질 거야. 박사님이라는 칭호를 붙이고 싶어질걸."

그의 농담에 우리가 웃음을 터뜨렸는데요. 그의 요리를 먹고 나서는 반응이 달라졌어요. 매일 저녁 색다른 수프를 내오고 채식주의자 아가씨들을 위한 채식 메뉴에, 남자들을 위한 푸짐한 고기까지. 거기다 식사 말미에는 바나나 타르트 등 별미를 내오는 정말 최고의 요리사였어요. 식사 시간에 그가 요리를 들고 올 때마다 우리가 외쳤어요.

"Doctor is here!"

 


첫 날, 아루샤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타랑기르 공원으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사파리 여행의 입문 과정 같은 곳이에요. 코끼리가 참 많네요.

 

야생 코끼리가 바로 코 앞을 지나갑니다, 어슬렁어슬렁. 동물원 우리에 갇힌 모습과 달리, 야생의 초원에서 자유를 누리며 천수를 누리는 삶, 좋네요.

지프를 개조해서 천장에서 몸을 내밀어 바깥을 볼 수 있습니다. 유럽인들은 세렝게티 사파리를 정말 좋아하네요.

 

코끼리나 얼룩말에게 길을 양보할 때가 많아요. 차가 서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천장 밖으로 몸을 내밀어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어디든 카메라만 갖다 대면 다 그림이거든요. 사방 천지가 다 동물들이에요.

 

얼룩말의 문양은 사람의 지문처럼 하나하나가 다 다르고 개성이 있답니다. 유심히 봤더니 정말 얼룩말의 무늬가 다 제각각이더군요. 얼룩말이 나타날 때마다 소리높여 노래를 불렀어요.

"랏땃따라다라닷땃 서커스, 랏땃따라다라닷땃 애프로, 서커스 애프로, 서커스 애프로~"

 

  

차를 몰던 힐러리가 갑자기 차를 세우고 길 옆 관목숲을 가리켰어요.
"심바!"

 

관목숲 속에 사자 한마리가 숨어 있어요. 저는 초식 동물들이 한가롭게 풀 뜯고 있기에 맹수는 없는 줄 알았거든요? 낮에는 저렇게 주로 숨어 있답니다. 밤에 주로 사냥한다네요.

잠깐, 심바라고? 그건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 아닌가? 


야생 돼지를 보고 "품바!" 하더군요. 그때 알았어요. 디즈니 제작진이 얼마나 성의없이 이름을 지었는지. 네, 마사이 족 말로 사자가 심바, 돼지가 품바, 미어캣이 티몬이랍니다.

"아빠, 제 이름은 뭔가요?"

"응, 넌 그냥 '사자'야. 심바." ^^


오늘의 여행을 마치고, 캠프 사이트에 가서 텐트를 칩니다. 캠핑 사파리가 롯지 사파리보다 가격이 많이 저렴합니다. 혼자 여행다니는데 아껴야지요. ^^

텐트촌 한쪽에서 야생 얼룩말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먹습니다. 귀엽다고 가까이 가면 안됩니다. 야생 동물인지라 뒷발로 찹니다. 닥터 찰스가 차려준 저녁 만찬을 먹고 텐트에 돌아와 곯아떨어집니다. 공해도 없고, 인공 조명도 하나 없는 아프리카 초원이라 그런지 밤하늘에 별들이 무수히 박혀있네요. 그러고보니 다 낯선 별자리입니다. 여긴 남반구라, 평소에 보는 별들과는 다른 친구들이지요.  하루 종일 덜컹거리는 지프차를 타고 다녔더니 피곤하네요. 바로 잠에 빠집니다. 

아루샤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타랑기르 공원, 사파리 여행의 입문 코스 격입니다. 시간이 없는 분들은 이곳으로 당일치기 사파리를 오기도 한다네요. '뭐, 이 정도도 괜찮지.' 했거든요? 그건 다음날 응고롱고로와 세렝게티를 보기 전이었지요... ㅎㅎㅎ

내일 응고롱고로 사파리 편으로 돌아올게요!

 

오늘 경비는 미화 150불. (사파리 하루 경비입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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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 2017.03.06 06: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잠보 ~~

    드디어 사파리 여행기 시작이네요.
    사진의 동물들을 보니 다 살아있는 느낌이네요. 눈앞으로 야생 동물이 지나가니 신기하고, 재미있어 보이는데요. 모바일로 봤을때는 잘 몰랐는데 큰 화면의 PC 로 보니 휠씬 더 생동감 있네요. 근데, 사파리여행 갔다오면 정말 우리나라 동물원은 시시해서 못갈거 같은데요. ㅋㅋㅋ . 사파리여행을 전속 요리사와 같이 여행한다는게 색다른데요. 전세계 여행객들의 입맛을 맞추기가 싶지 않을텐데.. 어떤 요리를 해주는지 찰스의 요리를 직접 먹고 보고 싶네요. 사파리여행 꼭 가봐야겠어요.

    오늘처럼 아프리카 동물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입에서 웅얼거리는 노래가 있는데... 이 노래로 오늘 아침을 시작합니다. ^^
    "리이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히 이히히 음바베... " - <the lion sleeps tonight>

    내일 또 즐거운 사파리 여행기 기대할께요. ^^

    • 김민식pd 2017.03.06 13: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제 사진 실력은 별로인데, 풍광이랑 주인공들 표정이 살아있어서 괜찮게 나왔네요. 여긴 사실 카메라를 갖다대면 다 앵글이 살아있어요. ^^

  2. 지나스뽈 2017.03.06 0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심바, 품바.... 그런 이름이었군요.
    정말 성의 없네요.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 정말 멋지네요.
    동물원 우리 속에 동물이 아닌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살고있는 동물들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3. Grace 2017.03.06 0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실 아프리카는 제 여행리스트에 없었는데.. 피디님 글을 계속 보다보니 엄청 가고 싶어졌어요^^ 진짜 사파리라니..! 내일이 더 기대됩니다^^

  4. 동우 2017.03.06 13: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진정 동물의 왕국!!
    작년 처음으로 에버랜드 사파리에 가서 너무 좋았는데
    길들여지지않은 야생이라..두근두군합니다
    저도 위시리스트에 추가합니다!!

    • 김민식pd 2017.03.06 13: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동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재미있을 겁니다. LA 헐리웃에 간다고 영화배우를 만날 순 없는데요, 세렝게티에 오면 동물의 왕국에 나온 모든 동물들을 만날 수 있어요. ^^

  5. 게리롭 2017.03.06 13: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에버랜드 사파리만 가도 좋은데
    실제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이라니요!!!!!! 와~~
    마사이 족 말로 사자가 심바, 돼지가 품바, 미어캣이 티몬.. 이것도 첨알았네요 ㅎㅎ
    이런 깊은(?)뜻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6. 한PD 2017.03.06 20: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심바, 품바, 티몬... 그냥 가져다 붙인 이름이었군요ㅋㅋㅋ 생생한 여행기덕에 저두 함께 여행하고 있는 것 같아요ㅎㅎ

  7. 홀릭 2017.03.08 14: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기 재밌게 읽고있습니다.
    세렝게티 여행사 연락처 좀 알 수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