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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29 짠돌이 종묘에 가다 (3)

지난 몇달 간 줄기차게 해외 여행을 다녔어요. 뉴욕, 남미, 발리. 어느 순간 겁이 슬슬 나더군요.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무슨 낙으로 살지?' 그때 결심했어요. 내가 사는 서울에서, 여행자의 시선으로 살아보기로.


서울 도보 여행, 첫 코스를 위해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역으로 향했습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생긴 후, 한번도 가보지 못했거든요.

버스타고 지나치기만 했던 곳, 오늘은 관광 갑니다. 서울에도 2층 버스가 있군요. 정류장에 가서 버스 노선도를 봤어요. 그 노선대로 걸어다녀도 좋은 관광 코스가 될테니까요. 제가 외국 가면 자주 하는 짓이지요. 시티 투어 버스 사이트에 가서 노선도를 봅니다. 그러고는 대중교통이나 도보로 그 노선에 나온 명소를 둘러봅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최고입니다. ^^

DDP에 아리따운 여인들과 멋진 남성들이 많았어요. 여긴 혹시 천국? 무슨 일이지?


DDP를 배경으로 이국적인 포즈를 취하는 모델도 있구요.

디자인 소품을 배경으로 발랄한 포즈를 취하는 모델도 있었어요.


알고보니 서울 패션 위크 행사중이라 각국에서 온 모델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중이었어요. 큰 행사에는 꼭 홍보 부스가 있지요. 찾아갔습니다. 팸플릿과 무료 사은품 챙기려고요. 짠돌이 정신!

화장품 샘플이 든 가방을 나눠주시더군요. '혹시 관계자나 입장객만 주나?' 일단 가서 들이댑니다. "하나 받아가도 되나요?" 선선히 내어주시며 "SNS에 올려주세요." 하더군요. "아유, 당근이지요!"

인증샷입니다. 짠돌이 인증샷!

집에 와서 큰 딸에게 줬어요. 서울에 관광 여행 다녀왔으니 선물을 돌려야지요. ^^

아아~ 밤에 피는 장미! 이게 그 유명한 LED 장미원이군요.

저 멀리 조선시대 수문이 보입니다. 지표 3 미터 아래 묻혀있던 것이 동대문운동장 철거 공사 중 발굴되었답니다. 우리가 이렇게 유서 깊은 땅에서 살고 있었군요.


동대문 운동장 시절, 조명탑입니다. 이런 건축의 센스 좋아요. 흔적의 역사를 보여주는.

디자인 둘레길을 따라 걸었어요. 간송전시회며 실내 문화 공간이 많아, 비 오는 날이면 여기 와서 놀다 근처 동대문 시장에서 쇼핑 다니고 인근 찜질방에서 지지고 가도 좋을 듯 합니다. 


각종 디자인을 볼 수 있는 휴게 공간도 있어요.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가 흘러나오더군요. 이근방이 예전 평화시장 미싱공들의 일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적절한 노래 선곡입니다.


자, 이제 DDP를 나와서 청계천을 건너 흥인지문으로 갑니다.

늘 보던 동대문이지만, 여행자의 시선으로 다시 보니 새롭습니다. 도시 안에 이렇게 500년 도성의 흔적이 남아있군요. 역시 서울은 참 멋진 여행지에요.

다시 다리를 건너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들렀어요. 예전에는 여기서 영문 페이퍼백도 많이 사가곤 했었는데...

청계천 다리 위에 전태일 동상이 서 있습니다. 열사가 "노동 탄압 중지하라"고 외치고 분신한게 1970년의 일이니, 벌써 45년이 넘었군요. 과연 세상은 진보하고 있는 걸까요? 분명히 더 좋은 세상으로 바뀐 건 맞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 많은 분들의 희생이 있었지요... 앞서가신 분들 덕에 우리의 현재가 있는 겁니다. 그걸 잊지 말아야지요. 한편으로는 현재를 사는 우리의 희생 없이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바랄 수는 없다는 뜻인가요?

이제는 어느덧 서울의 관광명소가 된 청계천.

청계천은 서울 시내 도보 여행의 중심축이기도 합니다. 계속 걸으면 시청과 덕수궁이 있는 광화문까지 갑니다. 그러나 오늘은 배오개 다리에서 빠져나왔어요.

오늘의 목적지, 종묘를 가려고요.


개별 관람은 되지 않고, 이렇게 정해진 시간에 입장해서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답니다. 저는 이게 더 좋았어요. 설명을 듣고보니 종묘라는 공간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더 커졌어요. 


조선 왕조 역대 왕과 왕비들의 신주가 모셔져있는 정전입니다. 원래는 방 4칸 짜리 건물이었는데, 조선왕조의 역사가 500년까지 이어지면서 건물이 옆으로 계속 증축되었답니다. 이곳 정전에는 태조의 신주를 비롯하여 역대 왕과 왕비 49분의 신주를 모셔져 있고.


 영녕전에는 태조의 4대조를 비롯하여 왕과 왕비, 그리고 사후 추존된 왕과 왕비까지 34분의 신주를 모시고 있답니다. 어떤 분이 어디에 모셔졌는지, 생전에 왕이 아니었는데, 돌아가신 후 사후 추존된 사연을 듣다보면, 조선왕조실록의 간략한 버전을 이야기로 즐긴 기분입니다.

해설사와 함께 보는 유적 답사, 좋더군요. 혼자 와서 봤으면 전혀 그 맛과 멋을 모를 뻔 했어요.

종묘를 보고 나오니 어느새 점심 시간, 광장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서울 살이 30년인데 광장시장은 처음 와 봤습니다. 예전에는 올 생각을 못했는데, 오늘은 철저히 배낭족의 입장에서 하루를 지내자고 생각했어요. 종로에 온 배낭족이라면 점심은 광장시장에서 이런저런 군것질거리로 요기를 할 것 같더군요. 빈대떡과 마약 김밥, 그리고 시원한 식혜 한 잔까지. 가격대비 만족도가 꽤 높은 점심인걸요? ^^

인사동에 가서 쌈지길도 가보고

조계사에도 가 봤어요. 초파일 맞이 준비가 한창이더군요.

시내 한복판에 이렇게 멋진 절이 있다는 것도 서울의 멋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계사 옆에는 불교중앙박물관이 있어요. 입장료 무료라기에 찾아왔지요. 저는 항상 외국에 가면 이런 공짜 박물관을 찾아다니거든요. 제가 다녀본 무료 입장 박물관 중 가장 훌륭한 곳이었어요. 무엇보다 어린 시절 역사 교과서에서만 봤던 최치원의 사산비 중 하나인 낭혜화상탑비의 탁본을 직접 볼 수 있어 좋았어요. 아, 우리 역사가 담긴 우리 유적이 더 좋은 것을, 왜 그동안 모르고 살았을까요?


오늘 저의 서울 여행 경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 흥인지문 - 청계천 헌책방 거리 - 청계천 - 종묘 - 광장시장 - 인사동 골목 - 조계사 - 불교 중앙 박물관

입니다. 걸어서 다녔기에 교통비 0원이구요. 입장료는 종묘에서 1000원 낸 게 다입니다. 마약김밥 2500원에 식혜 1000원, 뭐 크게 돈 들 일이 없군요.

숙박비 한 푼 안드는 여행지 서울, (네, 지금 사는 곳이 서울이니까요. ^^)

저는 올 한 해, 이곳을 여행다니는 낙으로 살렵니다.


일상의 공간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즐기기,

오늘의 무일푼 취미 교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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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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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3.29 06: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 하니 2016.03.30 16: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럽기 그지 없네요! 담에 피디님 가신 그 길 따라 고대로 가볼랍니다^^ 늘 감사합니다~~~

  3. 첨밀밀88 2016.05.19 19: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 코스로 한번 대한민국에 베낭여행 가봐야겠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