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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30 사이판 여행 3일차 (10)

사이판 3일차


이번 사이판 여행은 일정이 좀 꼬였어요. 지난 추석은 유난히 연휴가 길었어요. 이럴 땐 숙소나 항공권 가격이 많이 오르지요. 그래서 연휴 1주일 전에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는데, 회사 사정상 일정이 바뀌었어요. 좋은 호텔과 항공권을 저렴한 가격에 잡아뒀는데... ㅠㅠ 할 수 없이 민박을 잡았는데, 조식 해결이 어렵더군요. 사이판에서 괜찮은 식당은 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거든요. 결국 아침은 24시간 영업하는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로 해결합니다. 



옛날에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사이판에 여행 온 적이 있어요. 269상품이라고, 26만9천원에 항공권, 숙식 다 포함된 저가 상품이었는데, 그때 월드 리조트에 가서 하루 잘 놀았거든요. 이번에도 거기서 놀까 생각했는데 가서 보니 입장료가 1인당 70불. 아마 아버지가 가격 보시면 경기 할 것 같아요.

슬쩍 운을 띄워봤지만 씨알도 안 먹힙니다. "수영장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다고? 코앞에 바다가 있는데, 수영하려면 바다로 가지." 

결국 아버지를 모시고, 하염없이 걷습니다. 돈 안쓰고 여행 하는 길은 도보 여행이 최고거든요. 

그늘이 나오면 참 반갑습니다. 자전거 타는 이들도 가끔 보이는데, 자전거전용도로가 없어 여행자가 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너무 덥고 습해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드네요. 

사이판이 세번째입니다. 논스톱 촬영하러 PIC에 온 적이 있고, 가족 여행 패키지로 온 적도 있는데, 매번 리조트 안에서만 노는 게 아쉬웠어요. 진짜 사이판을 보려면, 자유여행으로 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와서 느낀 점... 음... 사이판은 그냥 패키지였나? (아니, 어쩌면 사이판 자체가 한물간 여행지 일지도...)

배낭족에게는 물가가 만만치 않고, 딱히 볼 것도 많지 않아요. 발리나 오키나와는 자유여행이 참 좋았는데...


돈쓰기 싫어하는 아버지를 모시고, 가라판에서부터 1시간을 걸어서 월드 리조트가 있는 수세베 비치까지 갔어요. 

카노아 리조트에 들어서는데 티 갤러리아 셔틀버스가 막 출발하네요. 면세점과 리조트 간 이동 무료 셔틀인데, 저걸 타면 숙소가 있는 가라판까지 갈 수 있어요. 

해가 중천이라 1시간 걸어서 돌아가기는 힘들고, 택시를 타면 아버지가 요금 보고 기함할테니, 무료 셔틀을 타야겠어요. 버스는 1시간 뒤에 또 온답니다. 아버지를 설득해서 리조트 해변 라운지 바에서 쉬어갑니다. 

콜라, 사이다, 각 3달러에요. 그늘도 없는 바닷가에서 쉬느니, 여기서 콜라 한 잔씩 하고 가자고 했어요. 아버지도 더운 날 걸어서 피곤한지 그러자고 하시네요. 

저녁은 히마와리 마켓에서 산 도시락으로~ 여기서 먹은 연어회 덮밥은 정말 맛있었어요. 마나가하 섬에 피크닉 갈 때, 여기서 도시락 챙겨서 가면 좋아요.

1년에 한번씩 아버지와 여행을 다니며, 어른의 건강을 살핍니다. 어른들은 불편한 곳이 있어도 티를 내려고 하지 않거든요. 며칠씩 같이 먹고 자면서 살펴봐야합니다. 이제 곧 여든인데, 다행스럽게도 여전히 잘 다니고 잘 드십니다. 요즘도 매일 아침엔 동네 뒷산을 오르고, 오후엔 친구들과 바둑을 두신대요. 아버지의 건강 비결은 꾸준한 일상을 유지하는데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무더운 사이판에 와서도 하루 1만보는 거뜬히 걸으십니다. 

다만 예년에 비해 잠이 늘었네요. 더 많이 주무십니다. 더워서 땀 식히려고 잠깐 숙소에 들르면 바로 깊은 잠에 빠지십니다. 아버지가 낮잠 자는 동안, 저는 조용히 책을 읽습니다. 

연세가 들면서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불과 3년 전, 뉴욕 할렘가를 마구 헤젓고 다닌 분인데 여기서는 어두워진 후 다니는 걸 꺼리십니다. 사이판은 비교적 안전한 곳인데도요. 아버지와 여행을 다니며, 나이드는 과정을 들여다 봅니다. 해가 갈수록 체력이나 정신력이 예전같지 않음을 느낍니다.

 

"역시 여행이 최고여. 근데 기왕이면 젊어서 하는 게 더 좋아."

아버지의 말씀이 팍팍 와닿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더 자주 다니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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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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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8.01.30 07: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많이 춥네요. 사진을 보니 더운 나라로 쓩~ 하고 날아가고 싶어요.. 이번 겨울은 정말 추운거 같아요.. 일정이 꼬이면 여행하기 힘들어지는데, 이런 사연이 있으셨군요.. 무더운 날씨에 1만보를 걸으시다니.. 정말 아버님도 그렇고 PD님도 체력이 좋으세요. 그러고보면 여행다니려면 평소 건강하게 몸 관리 하는게 중요한거 같아요..

    "역시 여행이 최고여. 근데 기왕이면 젊어서 하는 게 더 좋아."
    맞는 말씀이세요. 패키지 여행 몇번 가봤는데 어르신들이 이 얘기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 말을 듣고는 자주 여행을 가는데...올해는 어딜갈지 계획을 세워봐야겠어요. ^^

    ——————————————————————-
    p.s )

    [파업 요정' 김민식 PD, 주말드라마 연출 맡는다. 5월 방송 예정... 7년만에 복귀]
    http://www.pdjournal.com/news/articleView.html?idxno=61537

    와우~~~~ 정말 정말 축하드립니다. 그렇게 하고 싶으셨던 연출을 하시게 되시다니 흐흐흑. 이제 주말밤은 MBC 드라마와 함께할께요. 이번 드라마 대박나길 바라겠습니다.

  2. 사람의향기 2018.01.30 10: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래서 엄마와 일본 여행을 갑니다

  3. 노이빗 2018.01.30 1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명절에 2박3일씩 내려가서 잠깐 집에서 뵐 때는 몰랐는데, 외국사는 저희 집에 오셔서 열흘을 같이 지내보니 시어머님은 10분도 못 걸으실만큼 허리통증이 심하시더라구요. 집 앞에 7분만 걸어가면 멋진 관광지가 있는데 그 곳을 조금 걷다가 보도블럭에 앉아 쉬시고 또 앉아 쉬시고.. 그 모습을 뵙고 얼마나 놀랐던지, 남편에게 핀잔을 줬던 기억이 납니다. 몸이 허락을 안하시는 것 같은데 자식들이 준비한 여행이라고 힘겹게 쫓아 다니시다가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셔서는 병이 나셨다고 하더라구요. 우리는 그 어느 때 보다 교통비에 큰 돈을 쓰면서 모신 여행이었는데 말이죠. 개인 밴 렌트까지 해가면서요. 어른의 건강을 살핀다...그 말씀이 목이 메이게 콱 와닿습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네요. 감사합니다.

  4. 아리아리짱 2018.01.30 11:1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피디님의 아버님과 여행기가 많은 생각을 불러 옵니다. 시댁, 친정 양가 어른들이 다 돌아가시고
    난 지금, 당시는 함께 하는 시간들의 소중함 그다지 느끼지 못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제가 그분들 나이에 가까워질수록 아쉬움과 회한이 새록새록 납니다. 힘들지만 함께하는시간 누리셔요!

  5. 찬프리 2018.01.30 1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글 잘보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버님과의 추석여행 오래오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6. 한PD 2018.01.30 17: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번 피디님 글을 읽을 때 마다 상상이 됩니다.ㅎㅎ 많은 도움이 되는 글과 힐링이 되는 여행기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

  7. physicalboy 체육소년 2018.01.30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씨체 어떤 걸로 쓰시나요? 가독성이 상당히 좋네요.

  8. 우키키키12 2018.02.01 0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부럽습니다

  9. 해피포터 2019.07.02 21: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럽네요.
    전 칠순여행도 생각했다가
    결국 무산되고 말았는데요.
    온가족이 함께 가는 여행이 언제나 올까요..
    그전에 아버님과 함께 가는 여행도..
    생각해봐야겠네요.

  10. 제니스라이프 2019.12.29 09: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님을 순종과 배려로 대하는 성숙한 아들의 모습...

    너무 많이 배웁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