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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0 장발장은 왜 그랬을까? (7)

그제 영화 '레 미제라블' 이야기를 했는데요, 요즘 머리 속에서 영화가 떠나지를 않습니다. 아마 한동안 레미제라블에 빠져서 살 것 같아요.

 

어떤 분이 이런 얘기를 하시더군요. "바리케이드를 찾아간 장발장은 왜 마리우스에게 자신이 누군가를 이야기하지 않았을까요? '내 딸 코제트가 사랑하는 청년이 자넨가? 나는 코제트의 애비라네. 이곳에서 의미없는 죽음을 선택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나와 자네가 여기서 죽으면 내 딸 코제트는 불쌍한 고아가 된다네. 이곳에서 나랑 빠져나가 아이 곁을 평생 지키는 게 진정 사랑하는 이의 자세가 아닐까?' 이렇게 이야기했다면 마리우스를 살리기가 훨씬 더 쉬워지지 않았을까요?'

 

그렇죠. 사실 되새겨보면 장발장이 답답해 보이는 장면이 바로 그 대목입니다. 바리케이드까지 찾아가서는 멀리서 마리우스를 지켜보기만 하죠.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도 않습니다. 마리우스가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지경이 되어서야 둘러메고 사지에서 탈출을 시도합니다. 그렇게 살려놓고는 마리우스에게 자신이 생명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쓸쓸하게 혼자 늙어가지요. 도대체 장발장은 왜 그랬을까요? 인생을 사는 더 쉬운 길이 있는데 말입니다. 

 

만약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설득해서 바리케이드를 둘이 함께 걸어나왔다고 가정해봅시다. 마리우스가 남은 평생 코제트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요? '내가 동료를 배신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들 곁에 남았다면 그들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끊임없이 돌아보지 않았을까요? '나 하나 남는다고 싸움의 양상이 바뀌기야 했겠어? 살아남는게 최선이지.' 하고 자신을 속이며 살 수 있었을까요?

 

저는 장발장의 행동이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싸움을 선택했습니다.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려는 사람에게 해 줄 수 있는 최선은 그의 싸움을 지켜봐주는 일입니다. 장발장의 입장에서 철없는 귀족 자제들의 헛된 꿈이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는 마리우스의 싸움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살려 낸 후에도 자신의 행동을 알리지 않습니다. '나의 동지들이 다 그곳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났을까?' 그 이유를 마리우스에게 알리지 않습니다. '내 딸 코제트 때문에 자네만 살려냈다네.' 라고 말하면 마리우스에게 혼자 살아남은 자의 무거운 짐을 얹게 될 테니까요.

 

장발장이 마리우스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이유는 자신의 삶 때문이겠지요. 자유를 찾아 그토록 평생을 노력해온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면, 타인의 자유를 함부로 왜곡 할 수 없겠지요. 그럼에도 장발장의 선택은 정말 놀랍습니다. 빅토르 위고란 사람이 가진 프랑스 혁명에 대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자유는 나의 것!

(으아아, 영화 카피도 정말 죽이는 군요!)

 

아이의 허무맹랑한 꿈을 말리는 부모가 있습니다. '글쓰는 작가가 되겠다고? 시민 단체에서 일하겠다고? 아이고, 얘야. 아서라. 한국에서는 공무원이 최고야. 돈버는 데는 의사가 최고야.' 저는 이것이 아이의 꿈을 죽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행할 자유가 있습니다. 그런데 단지 어른이라는 이유로, 더 현명한 길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아이가 원하는 바를 막는 것은 아이에게 오래오래 후회를 안겨주는 일입니다. 더 쉬운 길을 강요하기보다 아이의 선택을 믿고 지켜보는 것... 그것이 부모의 역할 아닐까요? 분명 더 어려운 일일테지만 말입니다.

 

진로를 선택하는 것. 자신의 인생을 걸고 세상을 바꾸겠다고 결심하는 일입니다.

아이의 그런 선택을 존중하고 지켜볼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그게 영화를 보고 스스로에게 해보는 다짐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작년 한 해, MBC 파업에 함께 했던 저의 선택을 존중해준 가족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자네에겐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있지 않은가. 노조 부위원장이라니, 그런 무책임한 가장이 어디 있어?' 라고 훈수두고 싶었을 텐데, 다들 잘 참아주셨어요. 감사합니다. ^^

 

Freedom is mine!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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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진 2013.01.10 10: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피디님 블로그로 돌아오시니 아침이 촉촉해졌오요!

  2. 2013.01.11 17: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Falling 2013.01.14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부모님은 공무원이 되길 원하시고 저는 공무원이 되기 싫고... 그래서 요즘 너무 혼란스러웠는데 묵묵히 제 가슴이 뛰는 길을 가야할까봐요...ㅠㅠ

    • 김민식pd 2013.01.15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래야 부모님께 진정으로 효도하는 길입니다. 시키는 대로 했다가 평생 후회하고 원망하는 것보다는 내 마음대로 해봐야 나중에 죄송한 마음은 들어도 원망은 안하거든요.

  4. 답답이 2013.01.21 04: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원작에서 쟝 발쟝이 자기 과거를 고백했을 때( 그 것도 안좋은 과거만 ㅡ.,ㅡ) 마리우스가 일부러 코제트랑 못만나게 하고 멸시했던게 떠올라서 책을 읽는 도중 내내 ' 당신이 마리우스를 구한 걸 왜 말 안하나요 ㅠ.. 당신이 마들렌느 였을 때의 과거를 왜 밝히질 않나요 ㅠㅠ 답답이..' 했었는데 의문이 풀리네요.. ㅠ


    p.s 일부러 코제트와 못만나게 할 정도로 장인을 멸시하고 무시한 마리우스에게 단지 딸이 사랑하는 남자란 이유로 60만 프랑을 남겨주다니.....쟝 발쟝은 너무 딸바보 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