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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19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게 탈이다 (10)

 

친구들을 만나면 묻는 질문이 있다.

드라마 피디는 시청률이 대박나면 월급 더 받는 거냐?”

아니. 시청률이 30%5%든 받는 월급은 큰 차이가 없어.”

 

드라마 PD처럼 성과가 눈에 보이는 직업도 없다. 시청률로 모든 게 판가름 난다. PD로 살면서 어쩌면 이게 가장 큰 스트레스다. 나의 업무 성과를 주위 사람이 다 안다. 앞집 아저씨가 회사에서 일을 잘 하는지 못 하는지, 사업이 잘 되는지 안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내 드라마의 시청률은 뉴스로 뜬다. 망하면 주위에서 다들 안타까워한다. 시청률이 안 나와서 혹 월급이라도 깎이는 것 아니냐며 걱정한다. PD들의 급여가 성과연봉제가 아닌 것은 다행이다. 성과와 보상을 연동한다면, 안전하게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막장 드라마만 연출하려고 할 테니까. 경쟁이 치열한 시간대에는 아무도 들어가려하지 않을 테니까. 무엇보다 새로운 포맷이나 장르에 도전하는 피디가 없어질 테니까. 친구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시청률이 더 나온다고 월급을 더 달라고 하는 건, 시청률이 낮을 때 월급을 깎아도 좋다는 얘기거든? 창의력이 중요한 조직에서 시청률과 급여를 연동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아.”

네가 시청률 올릴 자신이 없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드라마가 대박 나고 호평을 받으면 굳이 월급을 더 받지 않아도 이미 행복하다. 오히려 돈이 필요한 건 드라마가 쪽박 났을 때다.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어디 멀리 여행이라도 떠나거나 집에 틀어박혀 술이라도 마시려면 돈이 든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주머니에 돈 한 푼 없어도 행복하지만, 망하면 월급을 아무리 많이 줘도 우울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시청률이 안 나온다고 회사에서 월급을 깎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몇 년 전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인 임승수 선생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는 이상적인 사회를 버팔로 사냥으로 먹고 사는 100명의 인디언 마을로 비유했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하나씩 창을 들고나가 버팔로를 사냥한다. 모두들 창을 던지지만, 버팔로를 맞히는 건 그중 서너 명이다. 그렇게 잡은 버팔로 고기를 100명이 사이좋게 나눠먹으며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인디언 하나가 나선다.

매번 버팔로를 맞히는 건 난데, 왜 내가 너희들이랑 고기를 나눠먹어야 하지? 이건 불공평하잖아. , 안되겠다. 지금부터 각자 창에 이름 써. 그래서 버팔로에 꽂힌 창에 이름 적힌 사람만 고기 먹기.”

 

이제 새로운 룰을 가지고 사냥에 나간다. 버팔로를 맞힌 사람은 배 터져라 먹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쫄쫄 굶는다.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버팔로를 한 번도 맞히지 못해 결국 굶어죽는 사람이 나온다. 100명이던 마을은 70명이 되고, 다시 50명이 된다. 50명이 사냥을 나가면 예전처럼 버팔로를 몰기도 힘들고 창을 던져도 한두 개 맞은 버팔로는 그대로 달아나버린다. 결국 마을 사람 모두가 굶어죽는다.

 

나는 PD 사회야 말로 100명의 인디언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성과가 잘 나올 때도 있고, 또 안 나올 때도 있다. 버팔로를 잡을 때도 있고, 놓칠 때도 있다. 100명 중 저성과자 30명을 추려내도, 남은 70명 중에서 다시 저성과자는 나온다. 저성과자가 나온다는 것은 노동자 개인의 잘못이기보다 어쩌면 조직의 문제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하고 일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못한 탓이다. 조직 관리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패에 대한 포용이다. 빗맞아도 다음 사냥에 나가 다시 창을 던져야 한다. 성과가 좋지 않다고 업무에서 배제하는 건, 실패의 경험에서 배워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일이다.

 

어린 후배들이 보기에, 세상이 살만 하다고 느끼는 건 빌빌하던 선배가 자신에게 딱 맞는 기회를 만나 펄펄 나는 모습을 보여줄 때다. 패자부활전의 기회가 있어야 모두에게 희망이 있다. 한 번 실패하면 영원히 내쳐지고, 성공을 반복하는 자만이 기회를 얻고, 승자 역시 실패하는 순간 버려지는 세상이라면, 그곳이야말로 지옥이다.

 

창의 산업에 있어 성과에 대한 보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패의 용인이다. 실패에 너그러운 조직만이 도전 정신을 키우고, 창의성과 협업을 기른다.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망가뜨리는 것이 바로 성과연봉제다. 지금 정부는 지하철, 철도, 공공의료, 금융 등 공공부문에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미친 짓이다. 2008년 미국의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들은 위험한 파생상품을 팔아온 직원들에게 높은 성과급을 주었다. 그 결과 나타난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한국 정부가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한 결과 벌어진 것이 세월호 사건이듯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위기는 일을 안 해서 나타는 게 아니라 너무 열심히 일한 탓에 나타난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때 대공황이 찾아오듯이.

 

지난 정부도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 4대강 사업을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녹조의 창궐을 불러왔다. 이번 정부도 창조경제를 한다면서 미르 재단이며 K 스포츠 재단을 속도전을 밀어붙이더라. 일을 너무 열심히 하는 게 탈이다. 구덩이에 빠진 사람은 삽질을 하면 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든다. 잠시 삽질을 멈추고 숨을 돌리는 게 낫다. 쉬운 해고와 성과연봉제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정부에게 권하노니, 부디 휴식을 좀 취하시라. 그대들은 너무 열심히 일하는 게 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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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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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첨밀밀88 2016.10.19 07: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을 읽다보니 성과연봉제가 맞다고 생각했던 제 자신이 생각이 짧았던것 같습니다. 저는 잘하면 특진시키고, 못하면 내쫓아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인디언 마을의 비유를 읽고나니

    조직에서 많은 일들은 사실 협동에 의해 돌아가는 것이지 몇몇 개인의 성과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성과를 개개인별로 쪼개고, 그에따라 평가를 하고 연봉을 가감하는 것은 말씀하신대로 조직을 망가트리는 일 같습니다.

    저도 쉬운해고 성과연봉제 반대에 한표요.^^

  2. 게리 2016.10.19 10: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절대 공감합니다.

    조직은 모든 조직원들이 유기적으로 돌아가기때문에 운영되는것이고
    그에따른 성과나 실패가 나타나는것인데
    그것을 기획했거나 진행한 사람만 성과에 대한 보상을 받는것은 매우 불합리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곳에서 받쳐주는 사람이 없으면 눈에 보이는 성과도 없습니다~~~

    • 김민식pd 2016.10.19 10: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럼요
      좋은 리더는
      공은 조직원과 나누고
      잘못은 자신이 책임지는건데
      요즘은 그 반대가 너무 많아요...

      성과연봉제하면
      윗사람에게 줄세우고
      반대에 재갈 물리고
      간신들만 노납니다

      망조로 가는 길이지요

  3. 섭섭이 2016.10.19 1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만약 PD분들이 시청률에 따른 성과보상체계었다면, 무도팬으로써 무한도전는 정말 진작에 폐지되었을거 같네요.. 다행스럽게도 PD분들은 그렇지 않다니 정말 다행이네요... 무한도전은 영원하리.... 김태호 PD 파이팅 ~~~~

    그리고, 성과관리제도에 대해서는 최근 본 기사있어 공유합니다. 기사에서도 이미 성과관리제도에 문제점이 많아서 다른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왜 다시 꺼꾸로 가는건지...

    <맥킨지 "직원 상대평가제는 엉터리" 사망선고.."기업 대안모색">
    http://media.daum.net/m/media/economic/newsview/20160517143211193

    아, 그리고 PD님이 소개해주셔서 잘 읽고 있는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의 저자이신 임승수 선생님 강연 소식이 있네요.. 전 우선 알라딘 무료강연은 신청했는데 당첨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사이트 참고하세요...

    유료 : https://www.facebook.com/chamworld/posts/10211276607336198
    무료 : https://www.facebook.com/chamworld/posts/10211228758900017?pnref=story






  4. 야무 2016.10.19 13: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직장인들에게 성과연봉제로 등수를 매기고 학생들에게도 매번 시험 점수로 등수를 매겨서

    눈 앞의 성과에만 연연하게 하는 건

    공동체적으로는 '연대를 파괴'하고 개인으로는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이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아닐까요?

    연대하고 생각하는 인간은 '그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니까요...


    저도 너무 경쟁에 익숙해져서, 그게 이상하다는 것조차 못 느꼈던 것 같네요..

    분명, 측정되기 애매한 역할들과 헌신이 있어서 조직이, 세상이 돌아가는 데 말이죠.


    보이는 지표에 연연할수록

    숫자로 측정될 수 없는 헌신과 노력을 한 이들은 허망하게 만들고

    눈앞의 성과를 낸 이들을 교만하게 만들어

    우리 모두를 망가뜨리는 것 같아요.


    우리는, 그들의 꾐에 속지 맙시다.

    불편해도 괜찮습니다. 성과연봉제를 반대합니다. 우리를 위해서~

    • 김민식pd 2016.10.19 14: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확한 분석이십니다!

      학력 경쟁의 승자들은
      흔히 그렇게 느끼지않죠

      판검사 비리를 보며
      몇년간 수백억을 벌어들이면서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걸 보면
      성과에 대한 그릇된 보상이 있다는 걸 느껴요

  5. 2016.10.19 23: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동우 2016.10.20 0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대근무하는 사람으로써 제일 이상적인 상황은
    아무일이 없을때가 가장 좋은상황입니다.
    하지만 아무일이 없을때 더더욱 많은 상황을 생각해야하고 더욱 준비해야합니다.
    헌데 너흰 아무성과가 없다고 내치는건 정말 짧은 생각이 아닐까요?
    제발 이 또한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