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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휴양지, 헤르소니쏘스

by 김민식pd 2022. 8. 24.

크레타 섬 3일차 여행기.

평소 헬스클럽을 다니며 근력운동을 하는데요. 여행 중에는 휴대폰에 깔린 앱을 보며 홈 트레이닝을 합니다. 호텔 방에서 점핑잭(팔벌려뛰기), 윗몸 일으키기, 플랭크, 탄력 밴드 스트레칭 등을 하다 땀이 나기 시작하면 달리러 나가요. 이른 아침에 조깅 차림으로 나서니 호텔 프런트 직원이 달려나와 내 앞을 막습니다. 자기도 따라 뛰는 시늉을 하더니 양팔을 들어 하이파이브를 합니다. 시작도 하기전에 결승선 통과한 기분이네요. 크레타 사람들, 참 유쾌해요. 늘 환대받는 기분~

해변을 따라 30분 가량, 숨이 헐떡거릴 정도로 뛰고 돌아옵니다. 딱 좋네요.

간단하게 호텔 조식을 먹고 길을 나섭니다.

오전 9시 정각.
전날 왔던 스타 비치 워터파크입니다. 전날에는 수영복 차림에 선탠하는 사람들이 많아 사진을 찍기 힘들었어요. 노출을 피해 앵글을 잡기가 쉽지 않거든요.

이럴 때 저는 아침 일찍 다시 옵니다. 어차피 무료 입장이니까요. 유럽 휴가객들은 밤늦게까지 나이트라이프를 즐깁니다. 그러니 아침의 해변은 새벽잠이 없는 한국의 중년 백수가 독차지하지요.

아침 6시에 조깅할 때, 신기한 눈으로 보던 현지인들의 표정이 떠오르네요. 여기는 날이 더워 뛰는 사람이 많지 않거든요. 아침은 선선해서 그나마 운동하기 좋아요.

스타 비치는 무료 입장으로 손님을 불러모으고, 각종 워터 스포츠 액티비티 상품으로 영업을 합니다. 영리한 방법이라 생각해요. 


파라솔 대여료는 3유로, 썬베드는 4유로.
수영장과 해수욕장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패밀리 공간도 잘 되어있고요.

6월은 아직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워터 슬라이드는 오픈하지 않아 아쉬웠어요.

새벽에 일어나 오늘 하루 어디를 돌아볼까., 검색하다 찾은 곳. 

오전 9시 30분 리크노스타티스 야외 박물관 Lychnostatis Open Air Museum 

구글 검색에서 입장료가 3유로라고 해서 '어? 되게 싸네?'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막상 오니 7유로라고 하네요.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이 전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어디나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걸 인정해야 여행 중 마음의 평화를 지킬 수 있어요.

제주 성읍 민속촌이 생각나는 공간입니다. 크레타 전통 양식의 고택에 각종 소품으로 꾸며 토속적인 분위기를 냈어요.

크레타 전통 가옥의 구조를 볼 수 있고요.

아기자기하게 볼 게 많은 공간입니다.

옛날 크레타 교실을 재현해놓은 공간입니다. 어린 시절 다닌 시골 학교가 떠오르네요.

학교 문방구 수집품도 있어요.

화덕 옆에 빨래터가 있어요. 설명을 보니...

크레타에서는 재를 이용해 빨래를 했대요. 시커먼 재를 이용해 빨래를 한다고? 이게 말이 돼?

우리 나라에서도 옛날에는 짚을 태운 재를 빨래하는데 썼대요. 잿물로 세탁을 했다고요. 고대 로마인들은 사포(Sapo)라는 언덕에 재단을 만들어 양을 불태워서 신에게 바쳤습니다. 제사가 끝나고 걸레를 빨던 사람이 시커먼 재가 묻어 있는 걸레일수록 때가 더 잘 빠지는 것을 깨달았어요. 로마인들이 이 기름 묻은 재를 사포라고 불렀던 것에서 오늘날 비누를 가리키는 영어 단어 ‘soap’가 되었다고 합니다. 

관람객이 나 혼자라 카메라를 어디에 대든 사람이 없어 좋아요. 다만 이 박물관의 주인에게는 좀 미안하네요. 공들여 가꾼 공간에 사람이 없어서...

어쩌면 제가 이 공간을 한국에서 최초로 소개하는 블로거가 아닐까요? ㅋㅋ 

오픈 시간은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입니다. 시에스타를 적용해요. 깔끔하게 하루 5시간만 일합니다. 이런 건 배워야 해! 사장님께 '우리도 하루 5시간만 근무합시다!'라고 말할 수는 없죠. 그럴 때는 조기 은퇴를 권합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며 '나는 하루 5시간만 일한다.'라고 결심하는 겁니다. 일을 많이 하려고 하면 스트레스가 따르는데요. 일 욕심을 줄이면, 스트레스도 적어요. 젊어서는 짠돌이로 살며 돈을 모으고요, 나이 들어서는 일을 줄이며 사는 거죠.

이제 해변을 따라 산책을 이어갑니다.

걷다 보니 리조트가 나오네요. 사람은 없는데 썬베드는 왜 저리 많을까요? 6월은 아직 비수기인가 봐요. 7월이 되면 유럽의 피서객들이 몰려들겠지요. 지금도 더운데 그땐 더 덥지 않을까요? 왜 이렇게 더운 곳을 찾아오지? 하긴 부산 해운대도 여름에 가장 붐비지요. 이열치열 피서법.

이토록 한적한 해변도 7,8월이면 사람들로 북적이겠지요. 유럽인들은 2주 이상 장기 휴가를 보내고요. 바다만 보며 선탠만 하기는 지겨우니 근처 박물관 구경도 가겠지요. 그럼 아까 그 민속박물관도 붐빌 겁니다. 

6월의 크레타섬에는 은퇴한 유럽의 노인들이 많아요. 성수기 좋은 숙소는 젊은 세대에게 양보하고, 노인들은 비수기에 다니는 겁니다. 상사 눈치 볼 필요없이. 1년 열두달 제주 여행도 그래서 좋아요. 비수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요.

해변 산책로는 어디나 참 좋네요.

이제 다시 숙소로 갈 시간, 점심은 어떻게 할까?

아침에 호텔방에서 홈트를 할 때 상의를 벗고 거울 앞에 서서 합니다. 그래야 근육의 움직임이 정확하게 보여 운동을 제대로 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문득 배에 꽤 살집이 붙은 게 보입니다. 응? 몸이 좀 불었나? 생각해보니 그리스 여행 온 후로, 과식을 하고 있어요. 일단 식당에 가서 주문하면 고기가 메인입니다. 케밥이든 수블라키든. 그 옆에는 프렌치 후라이가 듬뿍 나오고요. 입이 깔깔해서 콜라를 같이 시키지요. 에효, 딱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식단이네요. 튀긴 감자는 왜 그리 푸짐하게 주는지... 안되겠어요. 점심에는 식당으로 가는 대신 샌드위치로 간단하게 해결합니다. 마트에 가면, 다양한 샌드위치가 있어요. 마치 우리나라 편의점에 삼각김밥이 종류별로 다 있듯이. 햄 샌드위치는 3유로, 참치 샌드위치는 3.7유로. 그래 천원 더 써서 더 건강하게 먹자. ^^ 저녁에는 간헐적 단식을 실천합니다.

저의 여행 루틴은 단순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새벽에는 책을 읽고요. 동이 트면 운동을 합니다. 아침을 먹으며 그날 갈 곳을 검색한 후, 구글 지도를 보며 도보 산책 코스를 그려봅니다. 3주간 그리스 여행하면서 렌트카, 택시는 이용해본 적이 없어요. 오로지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코스를 짭니다. 오전에 3시간 정도 걷고, 날이 더워지면 숙소로 돌아와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요. 책을 읽고 글을 쓰다, 낮잠을 잡니다. 자고 일어나 침대에서 뒹굴거리며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고요. 오후 5시 경 선선해지면 다시 산책을 다닙니다. 술, 담배, 커피는 일절 안 하고요. 이렇게 여행하면 큰 돈 쓸 일이 없어요.    

이날 하루 경비.

입장료 7유로

점심 4유로

숙박 54,000원 (조식 포함)

총합 68,000원.

그래요, 크레타 섬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는 데 드는 경비가 이 정도라면, 노후에도 일은 줄이며 살아도 될 것 같아요. 짠돌이의 그리스 여행기, 다음엔 산토리니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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