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대학 4학년 여름방학, 취업도 안된 상태에서 겁없이 떠난 첫 배낭여행. 한달 반 동안 유럽을 일주했는데, 프라하가 가장 인상적인 도시였다.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온듯, 중세의 석조 건물, 돌다리, 돌로 된 거리가 그대로 보존된 모습... 1,2차 세계 대전을 통틀어 공습의 피해를 입지않은 유일한 유럽의 수도라 그런지, 프라하의 도시 풍경은 옛스러우면서도 멋스러웠다. 당시 동유럽 개방 직후라 물가도 싸고 인심도 좋은 시절이라 더 좋았는지 모른다. 

93년, 94년... 한국 3M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시절 출장으로 갔던 필리핀과 말레이지아. 모국 방문단이라 다들 놀렸을때, 그냥 코웃음치고 말았는데... 가보니, 정말 고향에 온것 같았다... 음... 이때는 별로 남길만한 여행지는 없었고.

95년, 첫 직장 3M을 그만두고 떠난 40일간의 호주 배낭 여행. 가장 인상적인 일정은 프레이저 섬이라는 무인도에서의 3박 4일 4WD 트레킹. 다국적 배낭족으로 이루어진 8명의 일행이 육지에서 빌린 도요타 찝차 한 대 배에 싣고 섬에 들어가 무인도에서  캠핑하며 다니던 기억... 다음에 호주에 가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일정이다.

96년. 통역 대학원 재학 시절, 여름방학을 이용해 떠난 한달간의 캐나다 가족 여행. 렌터카로 돌아본 캐나다 록키 산맥의 경치가 인상적이었다. 루이즈 호 위로 비치는 만년설 덮힌 록키 산맥의 장관이란! 캐나다 밴프 국립공원은 세계일주 여행자에게 필수 코스!

97년, MBC 신입 사원 연수의 일환으로 떠난 일본 여행. 평소 유아틱한 취향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너무 사랑해주시는 덕후에게는, 역시 일본 신주꾸의 만다라케같은 만화샵과 동경 디즈니랜드가 쵝오.

98년, 99년... 쇼토요특급의 조연출로 일하며 일본 출장과 홍콩 출장을 갔지만, 해외 출장중의 조연출에게 즐거운 기억은 별로 없다... 통역대학원을 졸업하고 MBC에 입사하니, 영어 특기자 대우로 해외 출장 촬영을 전담했다. 그때 사람들이 날 MBC에서 제일 영어 잘하는 PD라고 부르는게 그렇게 싫었다. '우리 나라 축구 선수 중에서... 얘가 제일 탁구 잘 쳐.' 꼭 그러는 것 같았다. PD라면 연출을 잘해야지, 영어가 무슨 상관이람? 연출 잘하는 PD가 되자! 나의 오랜 꿈이다. (근데 쉽지않다. 이 꿈... 그냥 영어 잘하는 PD로 만족할 걸 그랬나?) 

2000년, 신혼 여행으로 2주 일정으로 하와이/뉴욕을 갔었는데, 하와이에서 기억에 남는 곳은 본섬인 오아후가 아니라 마우이였다. 하나 드라이브(Hana Drive)라는 위험천만한 절경을 오픈 스포츠카로 달리는 기분, 신혼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신혼여행으로 웬 미국? 사실 나랑 집사람은 둘다 영어 통역사인데 미국을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해서 신혼여행이라도 미국으로...) 

2000년, 9월... 뉴논스톱 조연출 시절인데, 초창기에 시청률이 낮은 탓에 시드니 올림픽 기간 3주간 올림픽 하이라이트가 나갔다. 연출로서 부끄럽고 괴로운 일이겠으나, 난 오히려 얼씨구나 신나서 2주간 태국 배낭 여행을 떠났다. 관광지인 파타야나 방콕보다, 난 치앙마이 트레킹이 더 즐거웠다. 해변은 코사멧 (Koh Samet)이라는 한적한 섬마을이 환상적이었다. 파타야가 번잡한 해운대라면, 코사멧은 이름없는 동해안 바닷가 마을 정도? 이름난 관광지보다는 숨겨진 시골마을을 찾아다니는 것, 배낭족의 여행방식이다.

2001년, 봄. 뉴욕 출장을 가서 맨하탄에서 1주일을 묵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우리 시대에 즐길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의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난 다시 세계일주를 떠나도 꼭 다시 뉴욕에 들러 뮤지컬을 볼거다. 

2001년, 가을엔 파타야, 그리고 그 다음엔 필리핀 세부. 뉴논스톱 팀이랑 촬영하러 자주 나갔다. '동근이는 왕이로소이다' 라는 에피소드를 찍을때는 해외촬영 제작비를 아끼느라 직접 출연도 했다. 다들 내가 한 카메오 역할 중 가장 적역이었다고들 했다. 필리핀 현지인 악사 역이었다. 

2002년, 생각지도 못했던 골든 로즈 페스티벌에 논스톱이 본선 진출하는 덕에... (아시아 권 프로로는 참 큰 영광이었죠...) 시상식이 열리는 스위스로 출장을 갔었지요. 이왕에 간 김에 휴가를 보태어, 인터라켄에 가 융프라우의 만년설을 보고 온 기억이, 역시... 예전에 92년에 갔을때는 융프라우로 오르는 산악 기차 요금이 워낙 비싸서, 걸어서 산중턱까지 하이킹으로 올라가다가 포기했었는데... 약 10만원 가까이 되는 비용에 당시 배낭족으로써 엄두를 못내고 포기했었는데... 10년 만에 정상을 올라보니, 감회가 새롭더군요.

2003년... 이제 논스톱에서도 빠지고 더 바쁜 일밤으로 옮기면서, 여행갈 기회는 없을 줄 알았는데... 특집 편성 관계로 마침 시간을 내게 되었습니다. 다시 가는 일본 여행... 이번 배낭에서 제일 기대되는 곳은 오사카 근처에 생겼다는 '유니버설 스튜디오'입니다. 역시 저같은 영화광에게는 꿈같은 하루가 되겠지요? 그 유명한 터미네이터 3D 영화는 꼭 볼 생각입니다.

주욱 늘어놓다보니, 여행 많이 다닌 자랑이 되버렸군요. 헤헤헤... 하지만, 다 정말 저렴하게 다닌 배낭여행이었기에 경제적 부담은 적었답니다. 태국 배낭 여행의 경우, 항공비 포함 2주간 여행 경비가 80만원 미만이었으니까요...

대학가에서는 이제 곧 여름 방학이지요? 젊어서 여행은 훗날 되새겨볼 좋은 재산이 될 겁니다. 배낭 여행, 제가 꼭 권하고 싶은 20대에 가져야할 추억입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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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dragonfly1234 2012.05.31 03: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92년 9월에 유럽 배낭여행을 했는데... 현대자동차 그만 두고...(닭장 짓고 나서..노가다) 1달 10일 이요. 프라하는 안갔어요...유레일 패스에서 연결이 안되있었나? 어쨋든 잠은 기차에서 자고.. 내리는 곳에서 하루종일 돌다가 다시 타고... 저는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베니스 였어요.

    김피디님 말씀 마쟈요. 젊은이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건 여행입니다. 배낭여행. 세계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야죠. 여행 많이 하고, 책많이 읽고, 그리고 연애? 글쎄요... 그러다가 피디 떨어지면 카사노바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