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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과학 보고서

by 김민식pd 2020. 8. 3.

SF를 좋아합니다. 상상력의 한계를 확장하는 장르거든요. 우주여행, 외계인, 로봇 그리고 인공지능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SF 안에 있어요. 오랜 시간, 한국 SF를 지켜온 박상준 저자가 깊은 내공으로 SF 소설과 영화를 통해 본 과학적 상상력의 첨단을 소개합니다.

<미래에서 온 외계인 보고서> (박상준 / 을유문화사)

SF영화를 보면,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류의 위협으로 묘사되기도 하는데요. 저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공지능은 본질적으로 하나의 도구일 뿐이며, 어떻게 이용하는가는 전적으로 우리 인간에게 달린 일이다. 그렇다면 도구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간이 하던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도르레나 크레인을 쓰면 인간의 근력만으로는 엄두도 못 낼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릴 수 있다. 컴퓨터를 쓰면 사람이 직접 계산하는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방대한 연산을 처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을 뿐, 인공지능 자체는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다. 기술이 발달하여 강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 하지만, 사실은 독립적인 사고 주체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일 뿐이다. 여전히 주도권은 인간에게 있다. (...)

기계 학습이 인간의 성취를 반복, 모방하면서 최선의 해답을 찾는 과정인 만큼, 인공지능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도로 복잡한 상황을 계속해서 접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시점에선가 인공지능은 '인간의 존엄성'을 스스로 깨달을 가능성이 높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인간을 건드려서는 안 되는 일종의 상수로 인식하게 된다는 말이다.'

(124쪽)

저 역시 기술의 발달을 반기는 입장입니다. 어린 시절, 도서관은 폐가식이었어요. 제목과 저자의 이름과 분류기호만 있는 노란색 열람카드를 뒤지며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을 했지요. 개가식 도서관에서 직접 책의 표지와 내용을 살펴보며 고를 수 있어 행복했는데요. 요즘은 전자도서관도 있어, 언제 어디서나 바로 책을 빌리고 읽을 수 있어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책의 요약이나 리뷰까지 손쉽게 찾아읽을 수 있고요. 책벌레에게 이렇게 행복한 시절도 없어요.

'대학의 한 이공계 교수에게서 들은 얘기가 있다.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면 전에는 한국어로 된 자료만 참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영문 자료들도 많이 찾아본다고 한다. 이전보다 영어 실력이 향상되어서가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번역 기능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양질의 해외 자료들을 많이 접하게 되어 학생들의 전공 분야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시야도 넓어져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135쪽)

책이 쌓여있어도, 책을 읽을 마음이 없다면, 도서관은 무용지물입니다. 영어를 할 줄 몰라, 외국 자료를 공부하지 못하는 시대는 갔어요. 더 알고 싶다는 욕심만 있다면 자료는 어디서든 구할 수 있고, 기계 번역의 도움을 받아 해석할 수도 있어요.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칠 게 아니라, 학문하는 즐거움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야흐로 과학의 시대입니다. 과학을 이해해야 세계를 알 수 있고, 세상의 작동방식을 알아야 인생이 행복해요. 박상준 저자는 한국 SF계 최고수입니다. 재미나게 한 장 한 장 넘기다 똑똑해지는 기분이에요. 독서의 즐거움과 효용을 동시에 담아내는 책! 이것이 책이 주는 궁극의 쾌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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