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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국립생태원 여행

by 김민식pd 2020. 7. 30.

군산에서 강연이 잡혔어요. 작년 가을, 군산시립도서관 강연 가다 기차에서 독특한 건물을 봤어요. 웅대한 전시장 같은 건물이 장항역 바로 옆에 있는 거에요. 네이버지도를 검색해보니 국립생태원! 아, 제가 좋아하는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님이 원장으로 계신 곳! 언젠가 저곳도 가보고 싶다! 그랬더니 뙇! 군산에서 또 불러주시는군요. 앗싸! 

군산 강연을 마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군산역에서 무궁화 열차를 탑니다. 군산에서 장항은 딱 1정거장, 6분 거리에요. 장항역에서 내려 도보 5분 거리에 국립생태원 서문 매표소가 있어요. 성인 입장권은 5000원인데요. 기차로 왔다고 했더니 열차표를 보여주면 할인이 된대요.

코레일 할인 30프로 적용받아 3500원에 표를 샀어요. 아싸!

저 멀리 '에코리움'이라는 글자가 보이지요.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저 건물을 봤을 때, 무슨 거대한 외계인의 비행접시가 들판에 착륙한 것 같았어요. 보는 순간, 설레었어요. 가보고 싶다!

에코리움, 국립생태원의 메인 건물입니다.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입장할 수 있고요. 발열 체크부터 합니다. 매일 회사 출근할 때마다 하는 일이라 이젠 익숙해졌어요.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열대관입니다.

마치 스페이스 스톤을 손에 넣은 타노스가 된 기분이에요. 순식간에 열대 지방으로 공간이동!

동남아시아의 소형 어류 수족관을 본 순간, 반가워 소리 지를 뻔 했어요.

"얘들아! 나야, 나!"

보라카이나 사이판에 갔을 때 스노클링하며 만난 작고 귀여운 물고기들이 가득!


열대지방을 벗어나자 다시 순식간에 공간 이동을 해서 사막입니다. 신기한데요? ^^

사막의 생태계에는 원래 동물이 많지 않죠. 그런데 우리에게 친근한 동물이 하나 있어요. 바로 사막여우입니다.

동물의 사진을 찍는 요령입니다. 일단 멀리서 보자마자 바로 한장 찍고요. 그런 다음 조금씩 다가가며 사진을 찍습니다. 즉, 내가 꺼낸 이 물건이 너를 해치지 않아, 라는 걸 먼저 보여주고 천천히 다가갑니다. 가까이 가서 불쑥 가방에서 무언가 꺼내면 아이들이 놀라 달아나거든요.

코앞까지 갔는데도 가만히 포즈를 취해주는 여우. 사람을 사귈 때도 비슷해요. 서로를 길들일 때는 기다려야 해요.

여우가 심심했나봐요. 코로나로 어린이 단체 관람이나 학생들의 단체 탐방이 중단되고, 아이들로 붐비던 공간이 한적해진 거죠. 사람이 그리웠나 봐요. 여우도 사람도 똑같네요. 사람이 많으면, 사람에 부대끼고, 사람이 없으면, 그리움에 부대끼고...


이제 지중해관으로 갑니다.

에코리움은 또 하나의 작은 지구에요. 전 세계의 기후대별 다양한 생태계까지 살아 있는 5400여 종의 동식물을 통해 생태계의 아름다움을 체험할 수 있다고요.

 
2층 카페테리아입니다. 닭강정을 간식삼아 먹으며 지도를 보며 동선을 연구해요. 이제 나가서 어디를 걸을까?

아기자기하게 걸을 수 있는 생태탐방로가 많아요.

한반도 숲길, 흔히 산이며 들에서 만나는 나무와 풀들의 이름을 팻말에 적어놓았어요. 연못과 언덕을 지나는 산들바람길도 좋았고요.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한 곳은...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리는 연못 옆 원두막이었어요. 

이곳에 누워 눈을 감고 풀벌레 우는 소리,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다 살풋 선잠이 들었어요. 

국립생태원, 동물원이나 식물원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즐거운 여행지가 될 것 같아요. 다만 서울에서 가기에 너무 먼 것이 흠인데요. 충남 서천에 있으니, 호남이나 충청 지역 사는 분들이 당일치기 여행 삼아 와도 좋구요. 여름에 대천 해수욕장을 가거나, 군산 가족 여행을 갈 때 들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가고 싶은 곳을 가는 대신, 불러주는 곳에서 여행을 즐기는, 짠돌이 여행,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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