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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우중 드라이브 여행

by 김민식pd 2020. 3. 4.

지난 설 연휴에 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온 제주도 여행 3일차 일기입니다.

며칠 전 회사 복도에서 좋아하는 선배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했더니 깜짝 놀라시더군요.

"어? 지금 제주도에 있는 거 아녔어?"

그날 아침에 제주도 여행기를 올렸거든요. 

"설에 다녀온 겁니다."

"응, 그러잖아도 살짝 걱정했어. 요즘같이 코로나로 민감한 시기에..."

"걱정하시는 분 있을까봐, 설에 다녀오고 잠복기가 지나고 안전한 게 판명된 다음, 한 달 후에 여행기를 올렸어요."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ㅋㅋㅋㅋㅋ 네, 저 나름 치밀합니다.

요즘처럼 어디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칩거모드로 지낼 때는 전에 다녀온 여행의 기록을 정리하며 추억을 되새깁니다. 

 

 

 

설 연휴에 제주도를 찾았을 때, 셋째날 아침에 폭우가 쏟아졌어요. 아늑한 호텔에서 책을 읽고 싶은데 아버지는 좀이 쑤시나 봐요, 자꾸 나가자고 하십니다. 이럴 때 차를 타고 해변으로 향합니다. 제주도에서는 어디든 바닷가 드라이브가 쉬워요. 바다로 향해 달리면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법환포구 바닷가입니다. 차를 세워놓고 비내리는 바다를 보며 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다 바닥에 난 파란 자전거 일주도로를 따라 차를 몰아요. 멋진 풍광이 보이면 세우고 또 쉬지요. 우중 드라이브 여행도 나름 재미있군요.

 

 

바닷가를 따라 차를 달리는데 옆에 웅장한 절이 보입니다. 

 

 

약천사입니다. 서귀포 바닷가에 있어 바다 전망이 보이는 오션뷰 템플입니다. ^^ 비가 그쳤기에 차를 대고 내려서 걷습니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과 함께 제주도를 여행한다면, 차로 다니기 편한 곳 위주로 보는 게 좋구요. 짧은 동선 내에 자주 쉴 수 있어야 좋습니다. 여행이 아니라 때로는 감정노동으로 느껴질 수도 있어요. 이것저것 비위나 입맛을 맞춰드려야 하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휴식입니다. 항상 점심 먹고 오후에는 숙소에 들러 낮잠을 잡니다. 사람은 피곤하면 짜증이 늘거든요. 낮잠도 자고 책도 읽고 쉽니다. 그러다 아버지가 나가자고 하시면 그때 나가요. 부모님과 여행을 할 때는, 최대한 여유있게 시간을 보냅니다. 빠듯하게 다니는 건, 나중에 혼자 와서 해도 되니까요.

 

 

오후 4시, 이제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으로 향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올레 코스 중 하나입니다.

 

 

공원 안에 있는 갤러리 유토피아입니다. 예전에는 걸어서 지나치던 공간인데, 오늘은 걸음이 느린 아버지를 모시고 왔기에 천천히 갤러리 구경도 하게 됩니다. 같은 것을 봐도 새롭게 발견하는 것도 있어요. 

 

 

벽에 걸린 무수한 호미가 생각을 자극합니다. 여기 호미는 밭을 가는 용도가 아니라, 갯뻘의 돌을 뒤지는 용도입니다. 그동안 제주도에 오면, 전복 돌솥밥이나 전복뚝배기를 맛있게 먹기만 했지, 누군가가 차가운 바닷물에 들어가 호미로 돌을 들추어 캐낸 것이란 생각은 못했네요. 일하는 해녀의 모습이 떠올라 경건해집니다. 

 

 

거울 셀카 놀이~^^

 

 

칠십리 공원에서는 천지연 폭포를 볼 수 있는 곳이 있어요. 

"아버지, 작년 가을에 왔을 때, 저기 갔던 것 기억나시지요? 그땐 돈 내고 봤는데, 여기 칠십리 공원에서는 공짜로 보네요. 아버지같은 짠돌이들이 딱 좋아할 공간이에요."

아버지가 웃습니다. 

"나보다 네 놈이 더 하다, 이 눔아."

ㅋㅋㅋㅋㅋ

 

 

 

이제 이중섭 미술관 거리로 향합니다.

 

 

이중섭 거주지를 찾아온 이유는, 화가가 지내던 작은 골방을 아버지에게 보여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아버지는 옛날 가난하던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는 걸 좋아하십니다.

"네가 어렸을 때 말이다. 학교에 갖다 줘야 한다고 돈 50원을 달라는 거야. 그 돈을 주고 나니 내가 버스비가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직장에 가는데 말이지..."

어리고 가난했던 옛날을 생각해봅니다. 다같이 가난했기에 가난한 줄도 모르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지요.

 

 

서귀포 칼호텔 산책로입니다. 예전 올레를 걸을 때 지나쳤던 곳인데요, '당일치기 제주여행'이라는 신문 기사에서 소개한 걸 보고 다시 왔어요.

 

 

주차장에 차를 대고 30분 정도 걷기에 딱 좋습니다.

 

 

저녁 무렵, 서귀포 매일 올레시장에 갑니다. 맛난 먹거리를 찾고 싶었는데, 쇼핑이라면 질색을 하는 아버님이 혼자 휭하니 가는 바람에 튀김만 사왔어요.

 

 

짠돌이 부자의 저녁입니다. 어제 치맥하고 남은 치킨 4조각, 시장에서 사온 튀김 5조각. 아버지나 저나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합니다. 아내랑 여행할 때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요. 아버지랑 다니면 돈이 안 들어 편해요. 짠돌이라고 욕하지는 마세요. 아들이 돈을 쓰면, 아버지 마음이 불편하십니다. 저는 아버지 마음 편하게 해드리려고 이렇게 돈을 아끼는 거예요. ^^

짠돌이 부자의 제주도 여행, 다음번에는 4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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