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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by 김민식pd 2018. 5. 4.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서늘한 여름밤 그리고 쓰다 / 예담)

읽으면서 계속 김보통의 에세이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가 떠올랐어요. 서른 해 가까이, 하고 싶은 일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살았던 사람이 있어요. 공부도 잘 하고, 좋은 직업, 좋은 직장을 얻어서 삽니다. 임상심리 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형병원에 들어갔는데요. 그게 자신이 원하던 삶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100일만에 그만둡니다. 평생을 달려온 꿈이, 내 길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때 그는 무엇을 했을까요?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를 보면, 김보통은 식빵을 한꺼번에 여러개를 사다놓고 집에서 뒹굴면서 식빵으로 연명합니다. 곰팡이 핀 식빵을 뜯으며, '음, 시큼한 냄새가 나는 게 꼭 술빵같고, 좋은데?' 하지요. 심심해서 다른 사람들의 트위터 프로필에 올라온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줍니다. 그게 만화가라는 직업으로 이어집니다. 

임상심리 전문가의 꿈을 접고 백수가 된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의 작가는 일단 블로그에 그림 일기를 올립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살피는 일보다 중요한 건 자신의 마음입니다. '서늘한 여름밤'이라는 필명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면서 자신의 마음을 보살핍니다. 직장을 그만둔 그는 어쩌면 자신이 사회에서 뒤처졌다는 느낌에 힘들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꾸준히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그게 묶여 나온 책이 바로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에요.

 

직장을 그만 두면 주위 사람들은 그가 일을 그만두며 지불한 비용을 이야기합니다.

'안정된 미래' '전문직의 삶' '배움의 기회' '소속감' '그럭저럭 괜찮은 월급' 

이런 걸 놓쳤다고 안타까워들 하지요. '서늘한 여름밤' 작가는 오히려 그걸 위해 버티는 과정에서 자신이 잃어가는 걸 주목합니다. 

'나를 믿을 수 있는 삶' '스스로를 좋아하는 마음' '주눅들지 않는 태도' '가치관'


결국 그는 직장을 나와 잃는 것도 있지만, 대신 그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대가를 매일 누리며 산다고 말합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배반하지 않고 나를 좋아하며 사는 일상.' 그래서 별로 아까운 게 없다고 이야기하지요. 저도 그랬어요. 나이 스물 다섯, 첫 직장을 그만 둘 때,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요, 모두가 반대하는 일을 혼자만의 결정으로 밀어붙이고 나니까 내 삶의 주인은 나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어요.  


'버는 돈은 3분의 2로 줄었지만 일을 빼고도 남는 삶이 생겼고,

1년 후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내일이 괴롭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아직 모르지만 싫어하는 것은 하지 않고,

빛나는 미래를 위해 절대 오늘을 견디지 않는다.'


책 뒷 표지에 나오는 말, 참으로 와닿는 말씀입니다.


김보통도 그렇고, 서늘한 여름밤도 그렇고,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 시대 직장인의 삶은, 특히나 초년병의 삶은 왜 이리 힘들까요? 2030세대의 노동은 왜 힘들까... 이 문제에 대한 책을 이어 읽고 싶습니다.

그래서 읽은 책이 <자비 없네 잡이 없어>

그 얘기는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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